십주경(十住經)
https://kabc.dongguk.edu/content/pop_seoji?dataId=ABC_IT_K0098&wordHL
1. 개요
『대방광불화엄경』은 별도로 유통되던 여러 경전들을 모아 편찬한 것인데, 그러한 별행경(別行經) 중에서 가장 먼저 성립된 것은 십지품 계통의 경전들이다.
이 『십주경』은 금강장(金剛藏)보살이 10주(住)에 관해 설한 경이다.
2. 성립과 한역
후진(後秦)시대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이 402년에서 409년 사이에 장안(長安)의 소요원(逍遙園)에서 번역하였다.
현재 전하고 있는 십지품 계통 별행경의 범본(梵本)은 서기 150년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엄경』의 별행경 중에서 『십지경』계통이 가장 빨리 성립되었다는 점과 함께 생각해 보면, 『화엄경』은 10지 사상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성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입법계품 역시 10지 사상 실천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십지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용수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십주비바사론』이 있으나, 전체가 아니라 초지와 제2지의 절반쯤에서 그치고 있다.
이역본으로는 『대방광불화엄경』(60권)의 십지품ㆍ『대방광불화엄경』(80권)의 십지품ㆍ『불설십지경』ㆍ『점비일체지덕경』이 있다.
4. 구성과 내용
이 경은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 환희지(歡喜地)와 제2 이구지(離垢地)는 제1권에서,
제3 명지(明地), 제4 염지(焰地), 제5 난승지(難勝地)는 제2권에서,
제6 현전지(現前地), 제7 원행지(遠行地), 제8 부동지(不動地)는 제3권에서,
제9 묘선지(妙善地)와 제10 법운지(法雲地)는 제4권에서 설한다.
이와 같은 10주는 10지(地)와 같은 의미이다.
각 지위마다 먼저 찬탄하며 법을 청하는 게송이 설해진 뒤, 금강장(金剛藏) 보살이 법을 설하며, 그 같은 법에 대한 중송(重頌)을 다시 한 번 더 읊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1지는 환희심을 발하기 때문에 환희지라 이른다. 환희지에서는 열 가지 원을 발하게 된다.
첫째는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겠다는 공양원(供養願)이며,
둘째는 모든 부처님이 설한바 법을 수지하겠다는 수지원(受持願)이다.
셋째는 부처님께 법을 설해주시기를 원하는 전법륜원(轉法輪願)이며,
넷째는 모든 보살행을 수행하겠다는 수행원(修行願)이다.
다섯째는 중생들을 성숙케 하겠다는 성숙중생원(成熟衆生願)이며,
여섯째는 모든 부처님을 뵙고 모시겠다는 승사원(承事願)이다.
일곱째는 국토를 청정케 하겠다는 정토원(淨土願)이며,
여덟째는 언제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을 떠나지 않겠다는 불리원(不離願)이다.
아홉째는 언제나 중생을 이악케 하겠다는 이익원(利益願)이며,
열째는 모든 중생과 함께 깨달음을 얻겠다는 정각원(正覺願)이다.
이외에도 10바라밀 중에서는 보시 바라밀을 닦는다.
제2지는 번뇌를 떠나기 때문에 이구지라 이름한다.
이 지위에서는 10불선도(不善道)를 떠나서 10선도(善道)에 머문다.
10불선도의 첫째는 살생이고, 둘째는 도둑질이다. 셋째는 삿된 음행이고, 넷째는 거짓말이다. 다섯째는 아첨하는 말이고, 여섯째는 이간질하는 말이다. 일곱째는 거친 말이며, 여덟째는 탐내는 것이다. 아홉째는 화내는 것이며, 열째는 어리석은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죽어서는 3악도에 떨어지게 되며 살아서는 각기 두 가지 과보를 받게 된다. 10불선도를 행하지 않는 것이 곧 10선도를 실천하는 것이니,
곧 10바라밀 중에서는 지계바라밀을 닦는 것이다.
제3지는 마음이 밝아지기 때문에 명지라 이른다.
이 지위에서는 능히 모든 유위법의 여실한 모습을 관찰하고, 모든 법이 지음이 없으며 일어남도 없고,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님을 아는 것이다. 또한 “말씀과 같이 행하는 자가 불법을 얻는다”라고 생각하고, 공한처(空閑處)에 안주하여 4선(禪)과 4무색정(無色定)을 얻으며 5신통(神通) 역시 얻는다. 10바라밀 중에서는 인욕바라밀을 닦는다.
제4지는 지혜가 빛나기 때문에 염지라 이름한다.
이 지위에서는 불퇴전의 마음, 청정한 믿음 등이 무너지지 않으므로 여래의 집에 태어난다. 4지에 머무는 보살은 내신(內身)의 순신관(循身觀), 외신(外身)의 순신관 등을 닦아서 세간의 탐착과 근심, 걱정을 제거한다.
또한 37조도품(助道品)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고 대비를 성취하며 수승한 도를 구하는 것이다.
이 지위에서는 신견(身見)을 비롯하여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 등의 그릇된 견해를 모두 단멸한다. 10바라밀 중에서는 정진 바라밀을 닦는다.
제5지는 쉽게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난승지라 이른다.
이 지위에서는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잘 닦으며, 모든 부처님의 보호를 받아서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일으킨다.
또한 5지에 머무는 보살은 4제(諦)를 알고, 속제와 제일의제를 알며 모든 진리를 안다.
정관(正觀)에 의하여 생하는 지혜의 힘으로 짓는바 모든 선근으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 10바라밀 중에서는 선정 바라밀을 닦는다.
제6지는 수행의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현전지라 이름한다.
이 지위에서는 모든 법의 성품을 관찰하여 모든 법이 평등한 줄 안다.
10바라밀 중에서는 반야바라밀을 닦는다.
제7지는 넓고 깊은 지혜를 찾기 위해 멀리 가기 때문에 원행지라 이름한다.
이 지위에서는 무량한 중생의 성품에 들어가며, 무량한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는 법에 들어가며, 무량한 세간의 성품에 들어가고 내지 모든 부처님이 한량없이 설하신바 대승의 집성사(集成事)에 들어간다. 또 중생으로 하여금 들어가도록 한다.
이 보살이 10바라밀을 갖출 때는 생각마다 4섭법, 37보리분법과 3해탈문 역시 갖추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위없이 높고 바른 깨달음을 돕는 모든 법은 생각마다 모두 갖추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10바라밀 중에서 방편바라밀을 닦는다.
제8지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부동지라 이름한다.
보살이 이 지위에 머물게 되면,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그의 모든 일은 모든 불법을 모으는 것이다.
이 지위에서는 원(願) 바라밀을 닦는다.
제9지는 법을 설하는 것이 미묘하고 훌륭하므로 묘선지라 이름한다.
이 지위에서는 대법사가 되어서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수호하고, 무량한 지혜 방편과 4무애지(無碍智)를 써서 보살의 설법을 일으킨다.
이 지위에서는 10바라밀 중 역(力)바라밀을 닦는다.
제10지는 장차 모든 부처님의 법우(法雨)를 중생들에게 골고루 내려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운지라 이름한다.
먼저 이 지위에 이른 보살은 부처님의 지위에 가까이 왔으므로, 해인(海印) 삼매 등 백천만 아승기의 삼매가 나타난다. 이러한 삼매 속에 보살은 부처의 미간에서 나온 빛을 받아서 부처의 경지에 오른다.
그리고 이 지위에 이른 보살은 지혜 중에서 최상의 자재한 힘을 얻고 대지혜의 힘을 잘 간택하여서 좁은 것을 넓게 하고, 넓은 것을 좁게 하며,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등의 신변(神變)을 행하게 된다.
이 지위에서는 10바라밀 중 지바라밀을 닦는다.
특히 이 지위에서 설해진 해인 삼매는 후대 중국의 화엄 교학에서 ‘『화엄경』의 총정(總定)’으로서 중시되었다. 10지 사상의 핵심은 보살행, 즉 10바라밀의 실천이다.
『화엄경』 전체에서 10지 사상은 매우 높은데, 십지품을 정점으로 한 십지계 경전의 전후에 문수계 경전과 보현계 경전을 배열한 것이 입법계품을 제외한 『고화엄경(古華嚴經)』으로 추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