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전지현·김수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중국은 한류(韓流) 3기가 열린 분위기다."
최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가 중국에서 각종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 관계자의 반응이다.
중국의 첫 한류 드라마 붐은 MBC '사랑이 뭐길래'가 진출한 1997년.
2005년 '대장금'이 그 뒤를 이었지만 '별 그대'의 인기는 전례를 뛰어넘는다.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왕치산 서기가 "우리는 왜 이런 드라마를 못 만드느냐"고
통탄했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7일 중국의 '별 그대' 열풍을 1면 톱기사로 다뤘을 정도다.
이유를 알아봤다.
①때깔: 몽환적 화면·음악의 조화
'별 그대'의 중국 판권 수출 담당자 황모(44)씨는 "드라마를 본 중국인들이 마치 꿈꾸는 것 같다더라"며
"화사하면서도 몽환적 화면이 중국엔 없는 색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수 린이 부른 주제곡 '마이 데스티니'도 큰 몫을 했다.
황씨는 "중국 드라마는 음악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음악감독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번 '별 그대' 현상을 통해 중국 제작자들도 좋은 영상과 음악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를 알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
-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장면
②캐릭터: '엽기적' 전지현과 '완벽남' 김수현
베이징 시민 우훼이링(여·42)씨는 '캐릭터'를 인기 비결로 꼽았다. 우씨는 "극 중 천송이(전지현)는 톱스타이면서도
가식적이지 않고 사랑 앞에 저돌적인 캐릭터더라.
이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판빙빙·장쯔이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김수현은 중국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잘 생기고 진중하면서 능력까지 완벽한 외계인 역할로
중국 여심을 뒤흔들었다"고 했다.
숨은 흥행 공신이 한 명 더 있다. 배우 박해진이다.
그는 2011년부터 '첸더더의 결혼기' 등 중국에서 제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성공을 거뒀고,
오는 18일 외국인 최초로 중국 '배우공민공익대상'까지 수상한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박해진의 출연이 자칫 어색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질감을 확 줄였다"고 했다.
③장르: 사극·로맨틱 코미디의 궁합
장르를 섞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평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씨는 "역사물과 로맨틱 코미디의 결합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400년 전 조선에 도착한 외계인이 현재까지 신분을 세탁하며 살다가 첫사랑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가
중국인을 홀렸다는 얘기다.
"사극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역사물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로맨틱 코미디의 작품 수준은 낮은데,
이 둘을 모두 충족시킨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성공이 향후 중국 자본의 한국 드라마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신혜선 전임연구원은 "최근 한국 드라마에 자국 회사나 제품의 PPL(간접광고)이
가능한지 묻는 중국 광고기획사들이 늘었다"면서 "한국 드라마의 파워를 알게 된 중국의 거대 자본이
한국 드라마 제작의 큰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