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fGMF_4N-B1s?si=EuF6Clqe712ump7h
저의 소설집 '동굴파는 남자' 중 두번 째 낭독작을 소개합니다.
총 8편이 수록된 작품 중 일곱번째이자, 민트오디오북에선 두 번째 낭독되는 단편소설입니다.
2015년 작이라 원문이 없는 대신에 간단한 줄거리를 붙입니다.
바람불고 추운 날씨 속에서도 따뜻한 감성을 느끼시려면 함 들어보시길 권유합니다
(줄거리)
평소 강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아내였다.
그랬던 그녀가 분꽃이 피기 시작하는 초여름 일주일 동안, 어디를 다녀오는지 늘 우울했다.
검은 정장에 갈색 구두를 신고 나 몰래 어디론가 다녀오는 그녀.
그런 아내의 궁금점을 풀기 위해 한날, 그녀의 옛 직장, 여직원을 찾아갔다.
결국 아내의 후배와 술자리에서 밝혀진 사연은 충격적이었다.
결혼 전 아내는 J 상사 경리과에 근무했다.
한날, 납품을 위해 신발공장에 다니던 어떤 청년이 견품을 들고 오다가 아내를 본 모양이었다.
청년은 늘 당당하고 조리 있게 말하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이후 수시로 회사를 들러는 청년은 수줍어 고백조차 못 하면서 사무실 창가에서 그녀를 바라보곤 했다. 어떤 날은 창에 손가락으로 ‘얼굴, 얼굴, 보고 싶은 얼굴’이라고 쓰고 동그라미 몇 개를 남기곤 했다. 화가 난 아내가 청년을 잡으러 가면 그는 늘 잽싸게 도망가곤 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궁금해진 아내는 신발공장에 서류를 전달하려고 갔다가 마침, 공장장에게 그에 관하여 물었다. 그러자 공장장은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아내에게 갈색 구두를 한 켤레를 건넸다. 그 구두는 청년이 직접 만든 것이었고, 그는 갑상선 암으로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못 건네고, 창밖에 세워 둔 아내는 그제야 자신을 질책했다.
그때 받은 충격으로 아내는 매년 청년의 기일에 그가 묻힌 공원묘지에 갔다.
그날도 그녀는 비가 몹시 내렸지만,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갔지만, 산사태로 그만 포기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날 밤, 사연을 들은 나는 일주일 후 그곳에 아이들과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그녀와 함께 찾은 묘지에서 아내는 별말 없이 그 청년의 무덤에 서 있었고, 나는 준비해 온 소주를 큰 컵으로 따랐다.
아름답고 애달픈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 그의 선량한 눈매가 보이는 듯했다. 그때 나는 내 곁에서 두 손을 모은 아내의 갈색 구두를 보았다. 깨끗이 닦은 구두는 유리알같이 투명했고 몹시 값져 보였다.
출처 : 이인규 소설집 '동굴 파는 남자(2015/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