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명퇴 엑소더스’를 보는 다른 시각
동아일보 7월 25일자는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경우 연금 수령액 감소를 우려한 교원들이 명예퇴직을 대거 신청했다고 전한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8월 명예퇴직 교원과 올 2월 이미 명예퇴직한 855명을 합치면 올해 서울지역 명예퇴직 교원은 1,165명으로 교원정년 단축조치로 2000년 2,693명이 퇴직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는 것이다. 이 인원수는 작년도 437명보다 2.6배가 늘어난 것이다.
명예퇴직이 급증한 원인으로 지난달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연금수령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국교총 관계자의 말을 인용 “만약 행정자치부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시안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20년 근무자의 경우 기여금 인상액과 연금 감소액을 합쳐 손실금액이 2,22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계도 정확하고 원인 분석도 날카롭다. 그러나 ‘명퇴 엑소더스’가 과연 ‘돈’ 때문일까? 2,200만원 때문에 20-30년 이상의 평생직장을 어느 날 아침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을까? 인생을 ‘돈’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 애지중지하던 ‘교육’을 갑자기 손 놓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교직실추라고 본다. 선생님에 대한 권위나 명예가 떨어진 것이다. 과거 선생님들은 보수는 적어도 보람과 긍지를 먹고 살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바라보는 그 존경스런 눈빛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국민들이 선생님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심지어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당하는 선생님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기사 대통령, 교육부장관부터 선생님을 경시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해대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선생님은 이제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왕’이다. 잘못된 ‘인권’ 바람이 불어 툭하면 ‘인권’을 들이댄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의 정당한 지시도 통하지 않는다. 똥 싼 놈이 성낸다고 학생들이 선생님께 대드는 것은 일상화되었다. 손톱 메니큐어를 한 여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내 손톱, 내가 메니큐어 칠하는데 선생님이 왜 간섭이냐?”고 말하는 학교 현장이다.
예비교사들은 교직을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 임용고사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현장의 경력교사들은 교직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떠나려 하는 것이다. 교직에 더 이상 희망과 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엑소더스에는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도 한몫했다. 최근 개정된 교원승진규정을 보자. 근무평정을 10년으로 늘리고 경력은 20년으로 줄였다. 동료평가도 들어가 있다. 승진을 염두에 둔 교사에게 10년의 족쇄를 채운 꼴이다. 교장과 교감외에 동료들 눈치도 보라고 한다. 승진대열에 끼지 못한 20년 이상자는 알아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경력 11년차부터 근평관리를 하라고 가르쳐 준다. 교육은 오간데 없다.
또 교원평가제로 교직을 흔들어 놓는다. 학생과 학부모의 비위맞추기를 해야 하고 상사의 눈치말고도 동료들과의 인간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 교육소신대로 펼치다간 어떤 엉뚱한 평가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교사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교직사회가 워낙 보수적이라 급변하는 사회에 부적응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스스로 자기 혁신, 자기 변신을 꾀하지 못한 점도 있다. 국민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한 부분도 많다. 그런 점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연금운영 부실 책임 전가와 ‘더 내고 덜 받자’ ‘고통을 분담하자’는 허울 좋은 미명을 내세우는 그 낯 두꺼움. 학교 현장의 실태 파악도 못한 채 잘못된 교육정책을 연달아 내놓아 교육을 망가뜨리고 오히려 ‘무엇을 잘못했냐?’고 따지는 무능력하고 오만한 정부. 게다가 교육과 교육자를 우대는 못할망정 홀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막말을 내던지는 국정 최고 책임자.
이런 요인들이 그나마 교육에 ‘애착’을 가졌던, 국가발전의 원동력의 한 축이었던 교원들의 ‘정나미’를 뚝 떨어지게 만들어 교원 ‘명퇴 엑소더스’를 가져오게 것은 아닐까?
이 영 관 (수원제일중 교감 / 교육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