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강혜정 예술감독, 유인촌의 낭독공연 <괴테와 구노의 만남, 파우스트>를 보고
공연명 괴테와 구노의 만남, 파우스트
공연단체 극단 광대무변&The Well
작가 괴테의 희곡&구노의 오페라
예술감독 강혜정
조연출 남윤호
공연기간 2013년4월26~28일
공연장소 청담동 유시어터
관람일시 4월26일 20시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극단 광대무변&The Well 제작·기획, 유인촌 연출, 강혜정 예술감독의 낭독공연 <괴테와 구노의 만남, 파우스트>를 관람했다.
이 작품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하나로 엮어 만든 공연이다. 그렇기에 무대에는 연극배우와 오페라 가수가 함께 출연해 공연을 이끌어 간다. 피아노와 오르간 반주, 그리고 무용이 포함된다.
<파우스트>는 샤를르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가 1859년에 작곡한 전5막의 오페라이다. 대본은 괴테(J. W. Goethe: 1749-1832)의 <파우스트> 1부를 줄르 바르비에르(Jules Barbier: 1825-1901)와 미셸 카레(Michel Carre: 1821-1872)가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줄르 바르비에르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et Juliette), 시바의 여왕 (La Reine de Saba), 필레몬과 보시스 (Philemon et Baucis)를 오페라대본으로 각색했다. 그중 ‘로미오와 줄리엣’은 파우스트와 마찬가지로 미셸 카레와의 합작이다. 미셸 카레는 구노의 미레이유(Mireille), 비제의 진주잡이 (Les Pecheurs de Perles),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Les contes d'Hoffmann)를 오페라대본으로 만들었다. 파우스트는 1859년 3월 파리 시민회관(Theatre-Lyrique : Theatre de la Ville)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무대왼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고, 오른쪽에는 붉은 테이블보를 덮은 책상과 의자가 있다. 그리고 책상 앞쪽의 4각의 입체조형물이 의자구실을 한다. 중앙에는 샹들리에가 천정에 매달려 있고, 무대 왼쪽 이층 발코니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극장을 들어서면 연극은 시작이 되기 전인데도 파우스트 박사가 책상 앞에 앉아 집필을 하는 모습이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극이 시작되면 악마의 무리가 등장하고, 발코니와 연결된 계단 중앙에 앉은 소녀모습의 신이 사탄과 대화를 편다. 원작의 내용대로 신과 사탄이 내기를 하는 장면에 이르면, 백발이 성성한 낭독자가 극장 출입구 쪽에서 서서히 등장해 책상에 다가가 앉아서 원고를 펼친다. 향후 낭독자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낭독하기도 하고 실제 대사처럼 읊기도 한다.
<파우스트>는 나이 먹음을 비관하고, 악마의 문서에 피를 묻혀 서명한 후 젊음을 되찾아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기상천외(奇想天外)의 설정이 관객을 극에 몰입시킨다.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이고, 거기에 금상첨화(錦上添花) 격으로 최고기량의 성악가들이 출연해 구노의 오페라의 명곡을 장면마다 열창을 하니, 관객은 꿈이나, 환상에 빠진 듯 공연에 심취하게 된다. 작중인물을 배우와 성악가가 번갈아 하며, 공연을 이끌어 가니, 오페라와 연극을 동시에 관람하는 느낌의 공연이다.
괴테 원작의 내용대로 누이를 농락한 파우스트와 결투를 신청한 오라비가 죽자, 여주인공의 비탄과 절망이 극에 달해, 정신이상상태에서 마르 게리테는 자신의 갓 태어난 아기까지 죽이니,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되고, 여주인공은 발광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접한 <파우스트>의 후회와 뼈저린 반성, 그리고 그의 자살이 메피스토의 쾌재(快哉)와 악마의 승리로 귀결이 되는 시점에서 대반전이 이루어진다. 신의 구원의 손길로.
유인촌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1인2역을 하며 극을 최고수준의 낭독공연으로 이끌어간다.
정주영, 김정음, 마정석, 김성진, 김진아, 이훈민, 김화랑, 변세희 등 극단 광대무변의 출연자 전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2시간여의 공연을 수준급으로 이끌고, 김동원, 정경호, 최광호, 이명희, 인구슬, 임희성, 최종현, 등 The Well의 성악가 출연자들도 최고의 기량으로 열창과 열연을 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다. 특히 피아니스트 노성희의 연주는 출중하고, 김영미의 독무와 안무 역시 극의 품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술감독 강혜정, 조연출 남윤호의 열정과 기량이 잘 드러나, 극단 광대무변과 The Well 공동제작, 유인촌 연출의 <괴테와 구노의 만남, 파우스트>를 강남지역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유 시어터의 차기작에도 기대를 한다.
4월26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