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법 옛날에는 “주먹이 법보다 가깝다”는 말이 왕성했든 때도 있었다. 육이오 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온통 어수선 할 때 한동안 주먹 센 사람이 큰소리 치면서 살든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골목마다 불량배들이 많았고 법보다 주먹이 앞선 시대였다. 살벌하던 시절이라 나도 몸보신하느라고 무술을 열심히 수련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안정이 되고 선진화 되어가는 요즘은 법질서도 많이 개선된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사회 여기저기서 법을 어기면서 데모를 하고 파업을 해도 어영부영 넘어가는 걸 보게 된다. 사업에 막대한 손해를 받으면서도 힘센 떼거리들 한테는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당하는 걸 본다. 서로가 격렬하게 싸울 때는 법을 따지고 엄포를 놓지만 그럭저럭 끝나고 나면 무법행동이고 무엇이고 유야무야하고 만다. 법이 무르다 보니 해마다 그런 일은 일어난다.
어떤 회사에서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기도 한다. 그런 막무가내 같은 파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勞나 使나 자해행위(自害行爲)에 가까운 것 같아서 옆에서 보는 국민은 아슬아슬 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여러 민족이 모여서 이루어진 사회라 말썽도 많을 것 같지만, 시퍼런 법 앞에는 예외(例外)없이 질서를 지켜야 한다.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한말로 억지로 밀어붙일 틈을 주지 않는다.
20 몇 년 전에 아내와 미국을 여행할 때였다. 렌트카를 운전하면서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를 종횡무진으로 달리면서 낯선 나라의 아름다운 산천경개를 구경하고 다닐 때였다. 어느 삼거리를 지나가다가 모르고 차선을 위반하고 말았다. 어디서 왔는지 금세 교통순경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면서 뒤에 따라 왔다. 나는 얼떨결에 차에서 내리긴 했지만 미처 영문도 모르고 있었다.
옆으로 온 뚱뚱한 중년의 교통경찰이 차에다 손을 대고 엎드리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했다. 옆에 다가온 경찰은 온몸을 샅샅이 뒤지더니 무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벌금딱지를 뗀다. 나는 임시로 만든 국제면허를 보여 주면서 곧 한국으로 가야하니 즉석에서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어림없는 소리란다. 산호세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벌금 액수가 나온단다. 비행기 예약을 해 놓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지라 다시 산호세로 가서 교통위반으로 재판받을 시간이 없다. 캘리포니아 넓은 고속도로를 내려오다가 벤추라에 있는 어느 경찰서로 들어가서 민원 담당자를 만나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는 가능하면 여기서 벌금을 내겠다고 했다. 민원담당관은 경찰직에서 은퇴를 한 후에 사회 봉사활동으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육십이 넘은 친절하고 온화한 노인이었다.
교통딱지에 적힌 대로 산호세 법원에다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벌금 액수를 알아보기가 여간 까다롭고 어려웠다. 반나절을 경찰서 민원실에서 보낸 다음에야 벌금 75달러(그 때 약 71,000원)를 확인하고 LA로 차를 몰았다.
며칠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에 사는 처남에게 돈을 주면서 벌금납부를 부탁 하고는 공항으로 떠났다. 요즘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교통위반을 하면 벌금을 내는 것도 까다롭게 만들어서 사람을 귀찮게 했다.
며칠 전에 신문을 읽다가 혼자서 재미있게 웃은 적이 있다. 어떤 미국 법은 조금 고약하고도 엉뚱한 데가 있다는 것을 일게 된다. 그런 법을 지키려면 어떤 사람에게는 억울하지만, 법으로 만든 이상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인 회관에서는 100평 규모의 아파트를 장장 25년 동안 거의 공짜로 사용해 온 60대 할머니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임대비가 비싸기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다. 방 1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지역에 따라 3,000달러을 넘는 곳도 수두룩하다는 곳이다.
맨해튼 24번가에 자리 잡은 뉴욕 한인회관 5층에는 아파트로 쓰고 있는 100평 규모의 공간이 있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여인은 1982년 이후 한 번도 방세를 내 본적이 없단다. 맨해튼에서 이 정도의 아파트라면 월세가 보통 7,0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방세임에도 뉴욕 한인회관이 세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할머니가 이 건물에 둥지를 튼 것은 1982년이고, 1983년에 이 건물을 사들인 뉴욕 한인회는 5층 용도를 상업용에서 주거용으로 바꾸면 여인한테서 세를 받을 수 있겠거니 생각 했단다.
그런데 뉴욕시가 정한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5층이 계속 상업용으로 남아 있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거용이 아닌 만큼 법으로는 이 할머니와 계약을 할 수도, 세를 받을 수도 없단다.
뉴욕 한인회는 몇 차례나 세를 받기위해 소송을 벌였지만 그때마다 “건물 용도가 주거용으로 바뀌지 않는 한 세를 받을 수 없다“는 판결만 나왔다고 한다. 건물주인 뉴욕 한인회가 더욱 억울한 것은 난방비와 수도 사용료도 대신 내 주고 있다는 것. 공짜로 25년간 살면서도 겨울철 난방이 제대로 안되면 반드시 항의했고 배관이 새면 바로 뉴욕시 환경국에 신고를 해서 꼼짝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울고 싶은 심정이지만 미국은 정서 보다 법이 앞서기 때문이란다.
뉴욕 한인회는 이 할머니에게 “자발적으로 나가주면 10만 달러를 주겠다.”고 제시했지만 이 또한 거부당했단다. 요즘에는 뉴욕시에서 20만 달러를 들여 5층을 완전히 고치면 주거용으로 허가를 내 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그 돈을 들여 개보수를 한 다음에 여인에게서 받을 처음 월세가 800달러부터 시작해야 한단다. 또 뉴욕법은 2,000달러 미만인 아파트는 매년 인상할 수 있는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 월 7,000달러를 받으려면 앞으로도 몇 십 년을 기다려야 된다고 하니 “차라리 안하고 말지”라는 심정이란다. 법이라고 다 공평한건 아닌 모양이다. 어떤 사람에겐 미칠 정도로 기분이 좋은 법인가 하면, 어떤 사람에겐 분통(憤痛)이 터질 정도로 억울한 법도 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우습고 알쏭달쏭 한 게 法인 것 같다. "악법도 법이다" 하면서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가 생각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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