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3차 강원도 평창 산자령(2024년 1월 18일)
오늘은 일기 관계로 경남 고성으로 갈 계획을 바꾸어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을 다녀왔습니다. 산자령은 대관령에 있는 봉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전에도 우리 산악회에서 와 본 곳이지만 처음 온 듯 생소했습니다. 길은 평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평탄한 길이어서 왕복 10km가 넘는 긴 코스였지만 3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도중에는 눈이 오지 않았고, 안개만 자욱했습니다. 먼 경치를 보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니지만 고독을 즐기기에는 안개 낀 날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이 가까워지니 눈발이 날리고 정상에 도착하니 제법 눈이 왔습니다. 안개가 끼어 있는데 또 눈까지 오니 세상은 더욱 몽환적으로 되었습니다.
대관령에 있는 풍력 발전기는 거의 다 멈춰 있고 몇 개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비싼 돈으로 건설한 발전기가 발전도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속에 있는 약간의 애국심이 이런 생각이 들게 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올라가는 길에서였습니다. 한 무리의 남녀 등산객이 올라가고 저는 그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 여자 대원이 하는 말, “이제 우리는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가져갈 사람이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대원인 줄로 착각하고, “그래도 여자는 데려갈 사람이 있겠지요?”라고 했지 뭡니까? 그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저를 보더군요. 속으로 왠 오지랖이냐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좀 멋쩍었습니다. 아마 그들은 자기들의 늙었음을 자조적으로 한 말이기는 하지만, 주워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우선 저부터 주워 갈 사람이 있을까요? 나를 먹이고 입히는 수고에 대한 보답을 이 나이에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저를 주워 갈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사람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이지만 그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서 그 사람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인간의 가치는 사라지고 말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사랑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왜 갑자기 사랑 타령을? 참 우습네요. 이것도 제가 늙었다는 징조가 아닐는지요?
아무튼, 이렇게 선자령 정상에 올라가니 ‘백두대간 선자령’이라는 거대한 돌이 정말 백두대간답게 서 있더군요. 여럿이 사진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춥기도 하고, 눈도 오고 하여 도시락은 꺼내지도 않고 차로 돌아왔는데, 맛있는 족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픈 차라 너무 맛있었습니다. 아침 차 안에서 꽃집을 운영한다는 정해숙, 홍경식 부부 대원님의 따님이 보낸 것이라며 맛있는 빵을 주었는데, 그 빵과 같이 먹었더니 도시락 먹지 않고 포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님의 꽃집이 금년에는 더욱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늘 회장님이 남녀 대표 부회장 두 분을 발표하셨습니다. 노창우 대원과 이동순 대원입니다. 두 부회장님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고 금년 한 해 우리 목요천봉의 발전에 더욱 힘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오늘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한 주 건강이 보내시고 다음 주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원합니다.
[사족] 사실, 오늘은 산행일지를 다른 분에게 맡길까 내심 기대했는데, 오계숙님도 박은옥님도 보이질 않네요. 해외여행을 가셨나, 어디 더 좋은 데로 가셨나. 궁금함과 야속함이 뒤섞이네요. 다음 주에는 꼭 나오세요~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로 부지런하실까요? 나는 망설임 없이 우리 권총장님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즐겁게 한주보내시고 태기산에서 눈구경 마음껏 합시다.
겨울 눈산행으로 선자령만한데도 없지요.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 겨울바람까지...
몽환적인 선자령은 걷기도 수월해서 겨울 눈산행으론 더없이 좋지요.
늘 수고가 지대하신 총장님의 산행기에는 많은 관록이 묻어있어
감동을 주지요.
인생사 살아보니 이제사 조금은 느낌이 오것만....
오늘도 세세한 산행기에 대리 만족하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