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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요셉성당 지하 경당에 있는 유리화. 꿈에 천사가 나타나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맞아들이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
▨ 갈릴래아 지방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신 갈릴래아 호숫가는 예수께서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그물을 드리우신 곳이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기적 가운데 대부분이
갈릴래아에서 이뤄졌다. 특히 갈릴래아 호수 서북쪽 연안 타브가(Tabgha) 지역은 성경에 기록된 산상설교(마태 5,3-12)와 빵과 물고기의
기적(마태 14,13-21), 베드로를 교회의 반석으로 세우신 사건(요한 21,15-19)이 이뤄진 곳이다.
둘레가 50여 ㎞에 달하는
갈릴래아 호수는 바다라고 착각할 만큼 매우 넓다. 평화로운 풍광과는 달리 날씨가 변덕스럽다. 집채만 한 파도가 일기도 하고, 잔잔하다가도
일교차가 커지면 풍랑이 거세어진다. 그러나 순례단이 갈릴래아를 찾던 날은 축복인듯 날씨가 마냥 순했다.
'빵과 물고기 기적 성당',
'베드로 수위권 기념성당'을 거쳐 호수 북쪽에 산 언덕에 위치한 '참행복선언기념성당'에 오르면 믿음이 부족해 세 번씩이나 배반한 베드로마저 당신
도구로 쓰신 주님의 깊은 뜻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을 기념한 '빵과 물고기
기적 성당'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중앙 제대 아래 예수께서 빵을 올려놓으셨다고 전해지는 큰 바위와 작은 초를 켜놓은 가녀린 불빛이
인상적이다.
▲ 빵과 물고기 기적성당 제대 아래 모자이크 |
제단 앞 바닥에 빵과 물고기 기적을 형상화한 모자이크도 일품이다. 그런데 광주리에 담겨있는 빵은 4개뿐이다. 빵
한 개는 어디로 갔을까. 내 마음 속에 있다는 뜻이란다. 혹은 성체성사를 나타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예수께서 행하신 여러 기적 중 네
복음서 모두가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빵과 물고기의 기적'이다. 예수님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참 행복을 선언하시며, "마음이
가난하고, 의로움에 주리고,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고통과 좌절이 '일용할 양식'이 없음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또 일용할 양식이 없는 이들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우리들 또한 축복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2000년 전 어느 날 부활한 예수께서 스승을 잃고 낙심해 있는 제자들에게 세 번째로 나타나셨다는 '베드로 수위권 기념성당'.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으신 이곳에서 마음이 저려옴을 느꼈다. 이미 베드로가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배반했던
사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표출하시며 교회의 반석(초대 교황)으로 삼아 수위권을 부여해 주신 예수님. 우리는 또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하는가?
▲ 갈릴래아 호숫가 타브가 지역 베드로 수위권 기념성당 마당에 있는 예수께서 베드로를 안수하시는 조각상 |
바로 옆 갈릴래아 호수와 어우러진 해질녘 성당의 풍광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제자들과 빵과 구운 생선으로 함께 식사를 했다(요한 21,1-14)는 '멘사 크리스티'(Mensa Chrisi, 그리스도의 식탁)라 불리는 큰 바위와 베드로를 안수하는 예수상을 보니 인간적 실패와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이신 하느님께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듯하다.
▲ 베드로 수위권 성당 내부에 있는 '멘사 크리스티'.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과 식사를 함께 한 곳. 넓고 단단한 바위가 변함없이 제자들을 사랑하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것 같다. |
예수께서 특히 기적을 가장 많이 행하신 도시
카파르나움에는 공생활을 시작한 예수께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선포하던 회당(시나고그)과 베드로 집터 성당이
있다.
▲ 카파르나움 베드로의 집터 위에 세워진 성당 |
베드로의 집터에는 원래 집터가 파묻히지 않도록
큰 기둥을 세우고 바닥을 들어 올리는 공법으로 지어진, 어부 베드로가 탔던 배 모양의 성당이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바닥이 강화유리로 돼 있어
아래 집터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예정보다 늦게,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 성당에 도착했으나 성당을 관리하는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 수도회)
한국인 수사가 편의를 봐주어 거룩한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음을 마음 속으로 감사드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찾아 간 곳이
'참행복기념성당'. 진복팔단성당 또는 산상설교성당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예수께서 군중들에게 여덟가지 참된 행복의 가르침을 준 것을 기리는 뜻에서
팔각형 모양의 돔을 얹은 성당이다. 여덟가지 행복을 의미하는 글이 팔각형 성당의 내부에 각각 걸려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성당 안에서 잠시
묵상하며 기도를 드리는데 얼마나 가슴 떨리고 행복한지 감사의 눈물이 울컥 쏟아질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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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께서 산상설교를 하신 참행복선언기념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