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감사절에 드리는 10대 감사
92세를 지낸 제가 추수감사절을 통해 저의 10대 감사를 하나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제 출생에 대한 감사입니다. 저더러 부지런해서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이 성품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또 가끔 글을 재미있게 쓴다는 말도 듣는데 이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성품입니다.
둘째는 물속에서 건짐을 받은 감사입니다. 초등학교 때 홍수가 난 등굣길을 걷다가 익사할 뻔했는데 제 모자가 냇가의 가시나무에 걸려 그 모자 때문에 구원을 받았습니다.
셋째는 불 속에서 지켜 주신 일에 대한 감사입니다. 중학교 때 학교 관사에 정전이 되어 전신주에 올라가 끊어진 퓨스를 고치려다 감전되어 죽을 뻔했는데 하나님께서 땅에 떨어뜨려 살려 주신 것입니다.
넷째는 착하고 귀한 아내를 맞게 한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축하금으로 사준 반지 하나로 구차한 셋방에 살고 신혼여행을 못 갔어도 불평 없이 제가 기독교인이 되기만을 기도했던 아내입니다.
다섯째는 죄인인 제가 구원을 받은 감사입니다. 저는 가짜 세례 증으로 기독교 학교에 취직했는데 성찬식 때 죄를 깨닫고 세례증을 만든 교회에 찾아가 목사님 방에서 저 혼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는 사랑하시고 제 죄를 용서하여 깨끗게 해주시며 구원해 주셨습니다.
여섯째는 귀한 자녀들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삼남일녀를 주셨는데 그들이 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훌륭한 대학을 나오고 세 아들은 미국에서 한 딸은 한국에서 서로 우애하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섬기고 있습니다.
일곱째는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유언으로 학위를 마친 감사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미국에서 학위과정을 하고 있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중도에 공부를 중단하고 귀국하지 않게 하시려고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사망 소식을 알리지도 못하게 하시고 떠나신 분입니다.
여덟째는 제게 교만하지 않게 가시를 주신 감사입니다. 동생이 6·25 전쟁 때 월북하여 우리는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동생이 이북에서 계관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의 눈을 가리고 연좌제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아홉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로 시절 따라 열매를 맺게 하신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필요한 때 직장을 주시고, 유학할 기회를 주시고, 기독교 학교에서 섬기게 하시고, 은퇴 후에는 다시 작품 활동을 하도록 많은 분들이 제게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열 번째는 92, 93까지 저희 부부의 건강을 지켜 주신 것에 대한 갑사입니다. 남이 부러워할만치 부부가 해로하며 서로 돕고 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다락방』으로 가정예배를 드릴 때는 오늘도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주와 함께 사귀며 이웃을 사랑하며 살게 하신 것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