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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4589
제주지역 여성대회 선언문
202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하루 전인 3월 7일, 우리는 또다시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법원이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취소 신청을 인용했다. 광장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힘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였으나 법원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가 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왜 유독 윤석열에게는, 구속기한과 공수처 수사 절차 등에 대한 위법성이 촘촘하게 따져지는가. 시민들은 12월 3일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에서부터,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는 장면, 헌법재판소에서 내란수괴와 내란 동조자들이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을 모두 똑똑히 지켜보았다. 법원과 검찰은 광장이 만들어낸 한국 민주주의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국은 OECD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28년째 유지하고 있으며, 2024 세계 경제포럼 성격차지수는 146개 국가 중 94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더 많은 돌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저평가된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여성들은 여전히 다양한 종류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들은 여전히 제도정치를 비롯하여 다양한 층위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던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여성·성 평등 추진체계와 정책은 급속도로 퇴행되었다.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삭제하고, 중앙·지방정부의 성평등 추진체계를 삭제·축소·격하했다. 여성폭력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했다. 그리고 후보시절부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던 윤석열은, 결국 여성가족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어 여성가족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없이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은 윤석열의 사례를 통해 더욱 자명해졌다.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민들의 갈망이, 그리고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세력들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들은 광장에 나섰다. 윤석열이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휘두르며 여성과 소수자를 철저히 삭제해왔기에 자꾸만 비가시화되며 주변부로 내몰려온 여성과 소수자들은 광장에 모여 마이크에 무지개빛 목소리를 힘껏 불어넣었다.
2025년의 제주3·8여성대회 슬로건은 “광장의 페미니스트, 있는-있어왔던-있어야할/잇는-이어 왔던-이어야할”이다. 제주에서, 광장에서 그리고 삶의 모든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존재하 고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투쟁과 연대는 2025년 3월 8일, 바로 오늘도 이어가고 있고, 과거에도 이어져왔으며 미래에도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정권교체를 위해 광장에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거대양당체제를 거부한다. 우리는 여성 시민, 여성 노동자, 여성 이주민, 여성 장애 인, 성소수자 등 누구나 차별없이 평등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광장에 모인 것이다. 우리는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광장에 나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주시청의 광장을 확장하여 여성과 폭력, 노동, 이주, 장애, 평화, 광장의 연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광장의 오늘을 함께 마주보고, 광장의 과거를 함께 짚어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도래할 광장의 미래를 함께 그렸다.
지금 여기 광장의 페미니스트는, 윤석열이 파면되었다고 해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성 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장애, 연령, 국적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올바른 가 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광장을, 광장의 정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제, 3·8세계여성의 날 117주년을 맞이하여 제주시청의 광장으로 행진한다. 광장의 페미니스트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무지개빛 구호를 외치며 제주의 광장을 보랏빛으 로 밝힐 것이다.
우리는 폭력없는 안전한 일상을 살고 싶다,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여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자! 우리는 차별없는 평등한 노동을 원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노동에 따른 동일임금을 책정하라! 우리는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국적·이주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여성장애인의 삶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전쟁과 군사주의에 반대한다, 생명과 평화의 언어를 확장하자!
우리는 의제를 넘나드는 광장의 뜨거운 연대를 기억한다, 다시만날 세계를 함께 만들자! 우리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금당장 제정하라!
2025년 3월 8일
2025 제주3·8여성대회 준비모임
(강정평화네트워크, 민주노총 제주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진보당 제주도당)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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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의제 발언
안녕하세요 강정평화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아샤라고 합니다.
강정평화네크워크는 제주해군기지문제로 비롯된 제주의 군사기지화에 반대하고 제주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5년은 제주가 4.3의 아픔을 승화시키고자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91년 국내외 학자들이 논의를 통해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비무장화’되어야 함을 명시하였습니다. 이는 어떠한 군함, 군용기도 기착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군사기지와 군사 시설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얼마 안가 평화가 군사기지와 양립할 수 있다는 궤변논리와 함께 평화는 ‘무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냉전시대 군비증강론으로 ‘평화’의 개념을 왜곡시키고 제주를 전쟁의 섬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리고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이되는 해인 2025년 2월 1일 제주해군기지는 제7기동전단에서 기동함대사령부로 승격 창설되었습니다.
제주의 군대는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와 줄 수 없습니다 “군대가 나를 지켜줄거야” 라는 착각은 국가가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군대는 국가를 방어하고, 집단적인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지, 개인 한 명 한 명을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결코 아닙니다. 군대의 본질은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도록 조직된 시스템입니다. 제주의 군사화는 우리 여성들과 생명체를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또 다른 전쟁과 학살의 피해자, 그리고 또 다른 가해자로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저는 강정에서 활동하지만, 지난 7년동안 군사주의의 피해자인 로힝야족 난민들과 함께 일해왔습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힘에 의한 평화가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할 수 있는지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피의 보복과 학살의 끊임없는 고리 속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억압이 지속되어 가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단순히 피해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어 군사주의, 자본주의, 식민주의적 억압을 해체하는 주체적 행위자로 변모하고있었습니다.
강정에도 군사주의를 해체하는 주체적 행위자로서 행동하는 여성동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성병역거부선언을 한 이들입니다. 이들의 선언은 한국 사회가 군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병역거부가 군사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로까지 확장되는 여성들의 선언이었습니다.
흔히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할 때, “여자도 그럼 남자처럼 군대에 가라”라는 말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이는 현재의 시민권 자체가 군복무를 근간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군사주의에 갇힌 여성들은 두 가지의 선택지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군인을 낳고 키움으로써 군역의 의무를 다하거나, 스스로 군인이 되어 군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은 스스로를 이 편협한 선택지 안에 갇혀 있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군복무에 대한 논의를 “권리와 의무, 그리고 자격”이라는 테두리 너머로 가져가며, 어떤 형태로든 근대국가시스템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해 나가야 합니다.
여성주의적 평화관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을 막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사회구조적인 폭력들을 해체하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군사주의를 해체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무기보다 사람, 군사적 힘보다 협력, 개발보다 지속 가능성, 전쟁이 아닌 돌봄이 강조되는 사회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동안 여성주의적 평화관에서 발전된 사회운동은 세계의 역사속에서 군사주의와 환경 파괴 문제를 연결시켰고, 젠더 폭력과 전쟁의 관계를 조명했으며, 군사 예산의 재분배를 요구하였고, 국제적 연대를 통해 평화운동을 확산하는 등 실질적인 평화체제확산에 기여해왔습니다.
강정의 활동가들 역시 이처럼 서로 연대하며, 지속적으로 보다 포괄적인 사회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입니다.
2025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제주 3.8여성대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