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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언어치료학에 대한 소고
- 문학과 문학언어치료, 그 현황과 전망 -
권대근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주임교수 ·문학평론가)
I. 로그인
문학언어치료학의 탄생 배경에는 특정한 말과 단어가 인간의 행동뿐만 아니라 인생도 바꿀 수 있다는 인문학적 사고에 바탕한다. 언어를 적절히 잘 구사하는 법을 익히면 어떤 불행도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연금술을 발휘할 수 있다. 요컨대 언어의 실체를 모르면 해일의 기습처럼 꼼짝없이 당하고, 그 속성을 알면 그 기류에 편승하여 엄청난 힘을 부리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만사의 화근이 되는 입과 마음을 다스려 근심을 치유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도, 문학언어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문학과 언어는 참여자의 전인적 성장을 도와서 자신을 너그럽게 수용하고 보다 아름답게 자신을 개발하며 변화될 수 없는 현실과 실존적 상황에 보다 창의적으로 대처하게 함으로써 내재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내적 능력과 적응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주장하듯이 자신에 대한 사랑은 자신에 대한 존경과 관심과 책임, 그리고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진정 먼저 사랑하지 않고는 결코 타인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하다. 참여자가 언어적으로 공격해 와도 치료자는 자신을 잘 다스려 자신 있게, 슬기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접하면서,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치료 영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일 실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실수로 평생을 쌓아온 자리를 하루 아침에 잃은 사람을 보면서 배려의 화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실감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다시금 일상으로 돌려놓는 데 정신건강치료사들이 해낸 역할은 실로 컸다. 이들은 시간을 두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었으며 지금 심정이 어떤지 물었다. 이러한 사람을 살려내는 역할을 해내기 위해 치료자는 자가분석과정과 인지행동방법론의 기본지식과 문학언어치료사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가 뭔지 잘 알아두어야 하겠다.
문학언어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이 자기개발을 위한 문학언어치료이든 임상적 문학언어치료이든 소통을 통한 갈등의 연소이든 환자/참여자의 자아 존중감의 회복과 향상, 그리고 사기진작에 있다. 저마다 벗어나고 싶은 삶의 굴레가 있다. 누구나의 가슴에도 빙하는 흐른다. 누구나 밟고 싶은 생의 유토피아가 있다. 문학언어치료는 그 바람을 이루는 결정적 한 수다. 본고는 전통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역할을 해왔던 문학과 언어의 치유적 기능을 살려서 문학언어치료의 발전을 도모하려고 하는 것이다. 문학언어치료의 이론적 기초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문학과 언어의 치유적 기능에서 찾고 이것을 개인과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마음을 반영하는 언어와 치료의 관계를 정리해 봄으로써 문학언어치료학의 구체화를 도모하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01 | 진혼을 위한 기도, 문학 치료에 대한 담론
- 병리학이 아니라 건강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치료, 치유, 요법, 테라피, 힐링 등의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의학적 처치 외에, 문학치료, 독서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웃음치료 등 그 이름만도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치료법이 치유와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며 확산되고 있다. ‘치유’는 일종의 트렌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관계의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글은 자신의 내적인 정서를 자유롭게 표현하듯이 자기방어를 적게 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다. 왜냐하면 문학언어는 덜 공격적이고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상담자의 경험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개인의 고통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이웃 나아가 사회구성원에까지 전이되는 경우를 경험하곤 한다. 고통받는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고통에 분노하고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물결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선조 어느 세대보다도 생생한 죽음의 현장들과 소식들을 접하며 살고 있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만큼 억울한 죽음의 장면을 목도하며 산 시대는 없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려도, 사고는 거칠 줄 모르고 일어난다. 그토록 체육관에서 오열하던 피해 유가족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가슴에 뻥 뚫려버린 상처는 무엇으로 치유할까. 떠난 이도 애통하지만 남은 이들의 휴유증도 만만치 않은 고통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는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이 과연 개인적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일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존재론적으로 인간은 이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이니 어쩌면 이는 당연한 물음거리일 것이다.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지난 사월 어느 날 아침 뉴스에서 본 오열하는 여인의 영상이 떠오른다.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어이없는 선장과 선원들의 실수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영결식장에서 울고 있었다. 어이없는 사고에 국민들 모두가 경악하였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갖는 원초적 믿음, ‘우리를 구해줄거야’라는 그 순수한 믿음에 대한 배반의 경악이었다. 가슴 아픈 죽음이다. 전쟁 상황도 아닌데, 왜 우리는 이런 소식을 들어야 하는가. 우리 또한 어느 날 작은 포말처럼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지만, 아직은 살아 있으니, 그러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문학언치료학 과정에 몸을 담고 있으니 이 작은 가슴 하나로는 감당하지 못할지언정 억지로라도 열고 그 아픈 사연들을 들어주어야 하리라.
02 |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
‘갑’보다 ‘을’이 되는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고, 피가 뜨겁고 감성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마음 다치지 않고, 싸우거나 분노하지 않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화술이나 글솜씨가 절실하다. 문학언어치료자는 참여자의 심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를 내거나 못 내느냐가 결정되는 수가 많다. 결국 치료자는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참여자의 인지왜곡이 있거나 정신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의 방어기제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일단 까다로운 사람이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물러서는 것도, 화내는 것도, 싸우는 것도 소용 없다. 참여자의 심리적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혀를 섣불리 움직여도 묶어버려도 안 된다. 치료자는 참여자의 언어적인 공격에도 마음과 입을 잘 다스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는 반드시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유의 말은 불공정하거나 불친절한 행동이나 불쾌한 언사를 막아내고 받아넘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참여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더 나아가 삶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적을 만들지 않고 참여자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일단 참여자와의 소통을 통해 참여자를 치료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까다로운 사람을 상대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치료자가 상대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좀 까다로운 사람이고, 치료자는 치료목적을 위해 이런 사람과의 대면을 피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까다로운 상대를 요령 있게 무장 해제시켜 관계를 좀더 원만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문학언어치료는 긍정화법, 문학이론, 상담심리이론에 잘 훈련된 치료사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상처받지도, 남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 치료사의 입장이다. 일단 참여자와 소통을 통해 치료 과정에 들어오도록 설득하는 게 일차적 관문이다. 여기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기법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부드러운 눈빛도 손길도 까다로운 참여자의 방어기제를 무너뜨릴 수 없다. 말로 설득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상대가 있는 언어로, 배려의 말씨로 편안한 상태에서 치료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재치 있고, 배려하는 긍정적인 말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03 | 문학언어치료란?
문학은 치유적 기능을 자체적으로 품고 있어서 예로부터 우리의 마음속 고통을 이루만지고 위로하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왔다. 그래서 문학은 일찍이 치유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지금도 문학은 문학치료에서 많건 적건 간에 잘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협의적 의미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문학치료라는 용어는 ‘문학’을 수단으로 하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라는 데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문학언어치료는 문학치료 개념의 비판적 접근을 통해 문학치료의 수단에 ‘언어’를 첨가시켜 가치개념으로서 내포하고 있는 ‘문학’의 한계와 모순을 극복하고, 매체 확대를 통해 치료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인문치료학의 한 갈래라 하겠다. 문학언어 치료의 핵심은 의미 발견에 있다. 곧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말로써 도움을 주거나 이끌어 줌으로써, 자가치유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다. 그렇다면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자기 존재의 보람’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는 프로이트는 ‘쾌락에의 의지’라 했다. 제자 아들러는 ’권력에의 의지‘를 추가하였다. 그의 대를 이어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권력 욕구가 충족되어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갈구하고 있다고 보았다. 바로 의미에 대한 욕망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의미에의 의지‘를 인간이 갈급하는 궁극적 욕구로 여겼다.
(0) 치료의 관건 : ‘의미’다. ‘의미 발견’이다.
(1) 치료주체 :문학가, 치료자, 분석가, 상담자,
(2) 치료대상 :(매우 광범위) 인간= 내담자, 참여자, 환자, 분석자, 피치료자,
치료대상자, 환자, /그 인간의 말과 글 그리고 마음
(3) 치료수단 :문학행위과 문학작품, 문학언어 그리고 매직워드
약자는 용서하지 못한다. 용서는 강자만이 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내적 성찰과 외적 통찰을 통해 자기를 구원한 자는 강자다. 치료자는 참여자에 비하면 강자다. 자기를 만나고, 타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치료자가 참여자를 배려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자주 노력한다면 개인과 전체 사회는 모두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세상에는 늘 까다로운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는 더 많아질 것이다. 치료사의 제한된 인식으로 남들을 함부로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해석에 따른 것이다. 참지 못하는 것은 참여자의 상황을 알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치료사가 느끼는 모욕감은 어쩌면 참여자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훈련된 문학언어치료사는 공감의 질문을 던져 바로 자신이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 승자 없는 싸움에 절대 휘말리지 않는다.
04 | 문학언어치료의 역사
-. 히포크라테스, “의사에게는 세 가지 무기가 있다. 그 첫째는 말이고, 둘째는 메스고, 셋째는 약이다.”-긍정언어요법/ 넬슨 만델라 <흑인-경이로운 존재, 신의 자녀>-존재 의미 확인
-. 문학치료의 역사로부터 시작/ 문학치료의 가치개념에 대한 비판적 접근에서 출발
-. ‘문학’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말로 구성
-. 의미는 언어를 통하여 탄생한다.
-. 문학치료의 시작-글을 사용하면서/글쓰기 –치유적 힘/자가처치법-19세기 중반
1970년대 유럽, 독일-글쓰기공방, 문예창작아카데미, 문학치료아카데미
최근-창의적 글쓰기의 흐름 -(미) A 러너, J 리디, M 헤로워 –NAPT (독) -FPI
-. 문학치료의 시작-근대적 의미 (유럽)
-. 주술적 영역, 종교적 의미-고대 그리스, 신전
글쓰기-인간의 예지력, 자아 인지력의 도구, 매체
-. 문학이 갖는 현대의 심미적 기능- 원시사회의 종교적 기능 대신
-. 문학의 본래 기능- 영혼, 심리 치유 의식(儀式)의 수단,
-. 질병의 치료술= 종교의식 예) 팔공산 갓바위
-. 인간이 계몽되면서 해부학적 지식과 과학적 증거의 도움
-. 의학으로 통제가능한 영역에서 정신적인 것을 수용
-. 대체의학으로서의 문학언어치료의 출발점
05 | 문학과 문학언어치료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예술/문학의 카타르시스 기능 축소
* 카타르시스란 감정 정화로서 치료적인 면에서 볼 때는 대상자의 내면에 쌓여있는 욕구 불만이나 심리적 갈등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출시켜 충동적 정서나 소극적인 감정을 발산시키는 것을 말한다.
-. 원시제의에서는 고통- 비극 중세나 근대에도 마찬가지
-. 고대의 제의, 중세 삶의 현장- 어떤 탄원이 있었고, 그 탄원이 곧 카타르시스 해 야 할 실체
-. 근대의 길목- 프로이트 이와 유사한 생각 -"정화요법“
-. 현대의 문학이론- 카타르시스 기능보다는 아이스테시스(aisthesis) 기능 강조
-. 후현대- 성찰의 성격, 카타르시스 기능은 등한시
-. 심리치료에서 인지치료와 감정치료가 결부되어 있는 것과 같은 구도
06 |문학언어치료의 세 가지
1. 독서치료 Bibliotherapy (Biblion=서적, 문학 therapeia=치료, 치유)와
2. 글쓰기치료 Poesietherapy (poiesis〉poietike 만들다, 글짓다)
3. 공감대화치료
07 |문학언어치료의 효과
-. 우리나라 문학치료의 이론적, 실제적 토대는 아직까지 비활성화
-. 상담이나 또는 그냥 문학감상 정도의 차원
-. 서구에서는 예술치료 측면- 전문가인 페촐트(Petzold)가 현상학적, 심리분석적인 입장에서 문학치료 분야 개척
(페촐트와 오르트(Orth) 1985). 특히 그는 메를로-퐁티(Merleau-Ponty)의 프랑스 현상학파와, 라캉(Lacan)의 심리분석에 초점
-. 치료효과들에 대한 원리는 모든 심리치료 이론과 비슷
-. 글쓰기, 글읽기, 심리적인 효과 - 마음의 "평정", "확신", "안정", "긴장완화“
-. 문학치료는 최소한 이원적 형식, 즉 감정과 인지의 형식에서 모두 가능
-. 치료란 여러 요소들로 구성된 요인들을 재편하는 것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선 병리학적인 특성을 지닌 에너지(氣)를 방출하거나(카타르시스) 인지적 양상을 강화하고(통찰) 구조적 안정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대책 수립 가능- 문학의 치료적 효과
-. 문학을 통해 정서적, 인지적 영역에서의 재편과정이 작동해 새로운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대책 수립
-. 문학치료의 목표는 자기 자신에게서 긍정적인 것들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들은 서두에서 제시된 실례에서 보았듯이 말(문학)과 연결되어 진행된다.
08 |문학언어치료의 한계
1) 음악치료나 미술치료- 접근성, 독서나 글쓰기는 비교적 수동적인 수용자세, 독서나 글쓰기가 고통스럽고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
2) 허구적 상황들이 들어있는 문학 텍스트는 ― 체험적인 글에 비해 ― 현실거부감을 가지게 하고 이상적 세계를 지향하는 결과를 초래
3) 문학텍스트에 나타나는 어려운 상황이나 탈출구가 없는 상황은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증이나 좌절감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 그런 경우 의사들은 약물치료를 권하기도 한다.
4) 문학치료의 실례들을 살펴보면 어떤 문학텍스트는 환자에게 잘못된 인생목표를 설정시켜 그 환자를 잘못된 길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길의 이면에 문학의 성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09 |문학언어치료의 전제 조건
1) 치료사는 책/글의 내용과 내담자의 상태(정신적, 육체적, 감정적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한다. 치료사는 내담자와 유대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비밀 같은 것을 철저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
2) 문학치료를 받을지 다른 예술 수단일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환자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
3) 상담자는 선택한 책/글의 수준을 환자와 맞추어야 한다.
4) 억압이 아닌 상태에서 환자가 책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상태로 가기 위해 다른 수단 (영화나 다른 사람의 조언 등) 을 사용할 수 있다.
5) 환자의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것이며, 또 어떤 상태에까지 진행해야 할지는 의사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6) 참여자 스스로가 읽기나 쓰기와 같은 창의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의식화하고 수용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10 |문학언어치료의 사회적 통합
▲ 문학언어치료가 몸담을 수 있는 현실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개인은 점점 고립되어간다. 한 사람을 고립시키고 소외시키면서 쾌락을 느끼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그 타깃이 된 당사자는 고통으로 지치고 지쳐 죽어간다. 그러나 그건 또 술래잡기 놀이처럼 돌고 도는 역할, 언제 당신은 그 소외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삶의 질곡은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 잘 표현되어 있다. 치료 과정에서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장마도 잇고 그런 후에야 결실이 있다. 꽃이 비바람에 흔들리고 젖으며 피어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힘든 과정 중에서 더 아름다운 삶을 피울 수 있다.
-. 문학언어치료가 대체의학으로 시급한 이유- 사회가 정신병리학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진입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 고통은 개인의 고통과 결코 무관할 수 없고, 이것이 ‘우리’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분리되지 않는 이유다.
-. 인문치료는 인간에게서, 인간의 삶에서,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인문학에서, 행복한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인간 중심의 실제적인 학문이다. 온갖 사이비 종교의 난립, 주술행위의 난무함을 두고 국민건강을 관리 감독하는 관청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원시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 공리주의자 밀이 ‘행복한 돼지보다 불행한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다.’는 말로, 소설가 두진쩨프가 ‘인간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는 말로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가 더 중요함을 강조했듯이, 문학언어치료, 즉 인문치료학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탄생한 학문이다. 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많은 병리현상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와 동시에 병원의 현실 또한 이런 대체의학을 시급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환자의 수가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의사가 일일이 환자의 심리적인 문제까지 다룰 수 없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 예방과 (부분적) 진단, 회복과 (부분적) 치료
-.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문학적 관점에서 문학언어치료는 대체의학일 뿐 아니라 대체문학이 될 수도 있다.
-. 지금 정신과학은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학생들이 취업을 할 수도 없고 대학의 자리는 한계가 있다. 이들에게 치료적 영역을 제공하는 것은 정신과학이 원래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재삼 확인케 해준다.
-. 정신과학(문학, 철학, 역사학 등)이 원래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보수문제이다. ― 이 문제는 물리적이고 인과론적인, 증거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 그것을 위한 전 단계로 문학언어치료 또한 제도에 포함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 독일 같은 경우도 예술치료가 전쟁 후에 시작되어 70년대가 되어서야 의료 수가를 받는 제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 미국에서는 의사의 통제 하에 의료수가가 지불되고 있다고 한다.
-. 독일에서는 예술(심리)치료사가 직접 개업을 할 수 있고, 또한 그에 대한 제도적 검증장치 또한 만만치 않다.
-. 이외에도 서구사회에서는 문학과 심리, 예술과 치료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치료사/의사의 문학에 대한 전문지식 또한 문학 전공자를 능가하며,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가 독서를 풍부하게 할 수 있으며, 문학부의 교수 또한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같은 것을 복수전공 내지는 통합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학제간으로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는 좋은 배경을 갖고 있다.
-.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검증할 수 있는 배경, 특히 문학이든 의학이든 학제간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며 그에 대한 임상보고는 거의 선진국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문학 연구도 이 점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문학의 기능에 대해 겨우 사회학적 측면에서 연구하든가 아니면 문학사만 연구해왔지 독서의 심리라든가 인간이 표현하면서 실제로 어떤 인격을 완성해 가는지에 대한 연구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기 십상이고, 그런 점에서 의사협회에서는 이 분야에 대체의학으로서의 자격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11 | 과제와 전망
-. 문학언어치료학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박사 과정생의 활발한 연구로, 문학언어치료이론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인지언어학, 신경언어학 등과 연관하여, 그리고 그들의 협조와 공동 연구 아래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대체의학으로서 일상적 삶에서 문학과 언어를 하나의 예방과 치료수단으로 생활화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문학언어치료센타, 문학언어치료연구소는 물론 대학에도 문학언어치료학과 개설 등의 흐름이 있어야 될 것이다.
-. 나아가 질병은 양한방 협진 치료에 이어,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관점에서 심신의 동시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문학언어치료의 관점에서는 국가고시 같은 통로가 주어져 국가법으로 규정하는 문학언어치료사가 탄생되어 자율적으로 의료수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할 것이다.
-. 대신대학원대학교에서는 2014년도부터 대학원 석박사 문학언어치료학과가 개설. 문학, 상담, 화법의 삼위일체를 갖춘 치료사 배출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실을 맺도록 신경언어학계(의학계)의 도움과 충고, 논의가 진정으로 요청된다.
II. 로그아웃
문학과 치유언어는 단지 아름답고, 단지 착하고 진실한 것만이 아니다. 문학과 치유언어는 아름다우며 착하며 진실하며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이다. 문학과 치유언어는 상처받은 개개인도 치유할 수 있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주요한 매개체가 됨으로써,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다시 말해 치유의 세상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문학과 언어의 치유적 기능을 활용한 문학언어치료가 사회적으로 널리 관심을 끌고 활용되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전개되는 바탕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강원대에서 문학과 언어를 활용하는 인문치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하여 이를 계기로 문학과 언어를 통한 인문학적 실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문학과 언어의 치료적 효용성과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많이 열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ㅇ 참고문헌 변학수/문학치료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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