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둥이가 학교에 오게 된다면
정유경
만일, 강아지 둥이가 학교에 따라 온다면
나도 모르게 내 가방 속으로 폭짝 뛰어든다면
차 안에서도 조용히 엎드려 있어
아무도 눈치를 못 채고 학교까지 안전하게 달려간다면
'오늘은 왜 이렇게 가방이 무겁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하지만 가방을 열어 확인해 보진 않고
계단을 끙차끙차 올라간다면
강아지 둥이는 교실까지 무사히 들어올 텐데
내가 가방을 의자 위에 올려 놓는 순간
둥이가 "멍"하고 폴짝 튀어나오면
아이들 함성이 분수처럼 쏟아질 텐데
둥이는 교실을 백 바퀴쯤 빙글빙글 달리며 돌고
순식간에 교실은 술래잡기 놀이터가 되고 말 텐데,
그러면 나는 난감한 척 이마를 짚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말을 하겠지
"오! 졍말 죄송해요, 선생님,
둥이가 따라온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이들 표정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말하실 거야,
"괜찮아, 은솔아,
딱 오늘 하루만 둥이도 같이 지내보자"
그렇게 둥이는 선생님과 우리들의 딱 하루짜리
팔딱이는 비밀을 만들어 주겠지
둥이는 어떤 과목 공부를 좋아할까?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둥이도 '우우우ㅡ'
목을 한껏 내빼고 노래를 부를까?
아이들이 "저요!"" 저요!" 손을 흔들면
아이들 손을 따라 오리조리 뛰어다닐까?
선생님 설명이 한창일 때는
꼼짝 못하는 아이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발목을 핥아 간지럽히면서 혼자 놀겠지
아이들이 끙끙대며 수학 문제를 풀 땐
입을 쫙쫙 벌리며 하품을 하고 몸을 떨겠지
아니아니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구해 주려고
둥이는 수학책을 물어뜯고 찢을지 몰라
그러면 아이들이 얼마나 통쾌해할까?
오로지 나와 선생님만 골치 아픈 척할뿐
박수 오리와 함성으로 교실이 떠들썩할 텐데
얼마 만에 얼마 만에 우리는 원없이
웃고 웃고 또 웃을 텐데
정말 그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강아지 오줌, 똥을 얼마나 잘 치우는지
아이들 앞에서 뽐낼 수 있으면 좋겠다
둥이를 안으면 얼마나 마음이 환해지는지
아이들 모두에게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 둥이야, 내일 아침엔
내 가방에 나 몰래 쏘옥 들어가 있으렴,
오늘 밤부터
난 내 가방을 활짝 열어두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