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관광 수입이 국가 예산의 35%를 차지한다. 수도 방콕의 화려한 왕궁과 휴양지 파타야가 태국 관광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년 전에 여행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친구의 권유로 북방지역인 치앙마이와 황금의 삼각지대 여행에 동참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 지역으로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기후가 온화한 곳이다. 태국민은 물론 외국 부호들의 별장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의 별장도 있어 겨울을 이곳에서 보낸다니 부럽기도 하다. 이곳에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있어 교육에 극성인 우리나라 유학생이 상당수 재학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어로 수업을 한다면 선진국, 중진국을 가리지 않고 유학을 보내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참으로 놀랍다.
히말라야산맥의 끝자락으로 해발 2.576m의 돈이인타산 국립공원이 있다. 울창한 수림에는 호랑이, 반달곰을 비롯한 맹수와 코브라와 같은 맹독성 파충류가 서식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이 몰려오고 차량 왕래가 잦지만, 맹수나 파충류의 피해는 거의 없다. 맹수들은 왕래가 잦은 차량 엔진소리를 싫어하고 파충류는 그들의 천적이 많은, 사람 사는 곳에는, 근접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정에는 현 국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는 기념탑이 있다. 두 탑이 마주하고 불교 사원처럼 부처가 모셔져 있었다. 현 국왕 내외가 서거하면 이곳에 유해를 안치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 나라의 군주는 사후에도 영원히 추앙받는다.
보행로 옆으로 한 발자국도 들어설 수 없을 정도의 원시림이다. 계절의 변화가 없어 큰 수목들이 즐비하다. 커다란 나무 덩치에 이끼류와 활엽식물이 공생한다. 숲속 공기와 습도가 상쾌해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열대성 기후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여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천혜의 지역이다. 더구나 태국인들은 나무에 목신(木神)이 있다고 믿는 토속신앙을 가져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는다. 울창한 나무와 주거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림정책이 성공적이라는 우리나라가 민망할 정도로 수림이 울창하다. 우리의 정원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디펜바키아’가 야생하고 다년생 초본인 ‘찬사의 나팔꽃’이 고목처럼 우람하다. 일행들의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높은 베치라탄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경이롭다. 아래쪽 바위를 치니, 수많은 작은 물방울들이 치솟아 올라 물안개로 변한다. 그 위로 반원의 영롱한 무지개가 뜬다. 이토록 선명한 무지개를 가까이서 보니 황홀하고 느껍다. 더 가깝게 다가간다. 내 복부로 무지개가 스쳐 지나간다. 여행이 아니면 하지 못할 체험이다.
국립공원 정상까지 운행하는 별도의 차량은 전부 일본산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도로를 닦아주고 자동차 정비공장을 설치한 후 차를 들여왔다고 한다. 도로는 태국에서 관리하고 자동차는 일본산만 운행토록 했다. 기발한 자동차 판매 전략이다.
치앙마이는 메콩강을 경계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가 국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은 르악강이 메콩강과 합수되는 곳이다. 강폭이 좁아 샛강이라 금방 헤엄쳐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태국의 강변 국경 지역에 서 있는 황금빛 불상과 코끼리 조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간단한 출국 절차를 밟고 보트에 탑승하여 약 10분 뒤 라오스에 도착했다. 라오스가 경제개발을 위해 개방한 특구이다. 관광객은 입국 절차가 간단하다. 우리말이 어눌한 중국인 할머니 가이드가 안내를 맡는다.
처음 안내한 곳은 황금빛 으리으리한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도박장이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안내와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넓은 공간에는 도박이 한창이다. 세계 각국의 도박꾼들이 즐기는 곳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가끔 와서 거액을 탕진하고 갔다니 씁쓸하다. 도박장 곁에는 중국 자금성을 본뜬 웅장한 호텔이 있다. 연회장은 주빈이 참석하는 자리는 순금 좌석이고 일반 좌석은 목재 화석으로 제작한 것이다. 주빈 좌석 하나 가격이 우리 돈으로 1억을 호가한다니.
인근에는 날림으로 지은 상점이 즐비하다. 세계 유명 업체의 짝퉁 판매점이다. 모두가 중국산이라는데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상표가 뚜렷하다. 짝퉁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판매된다. 이국의 한 단면으로 야릇하기도 하고 여행의 묘미인 것도 같다. 한국 가이드는 이 상품들은 저질이라는 걸 은연중 강조한다. 가격에 비하면 그렇게 불량품은 아닌 것 같이 보인다. 짝퉁의 품질이 향상된 듯하다. 가이드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기들이 안내하지 않는 곳의 상품은 불량품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내하는 곳의 이면에는 프리미엄이 있다는 수군거림이 있었지만, 외국 여행 시에 늘 듣는 뒷이야기이겠거니 하고 넘긴다.
‘황금의 삼각지대’는 메콩강과 르악강의 줄기가 태국, 미얀마, 라오스로 삼각형 모양으로 흘러 형성되었다. 국경이지만 경비병도 없는 초원의 평야다. 과거 장제스가 이끌었던 국민당군의 이곳 우두머리였던 쿤사가 자기 소속부대가 패망한 것을 모르고 잔당으로 남아 황금의 삼각주를 일구었다. 이곳에서 양귀비를 재배하여 세계 유통 마약의 60%를 공급했다. 금을 매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마약 생산지로 세계의 이목을 받아 끊임없이 국제적 범죄가 자행되는 분쟁지역이었다. 쿤사는 마약 생산과 국제적 거래가 이곳 주민들의 주 수입원이라고 주장했다. 주변국은 경제적 이익이 있어 은연중 묵인했다. 1995년 마약왕 쿤사가 은퇴한 후, 이곳은 ‘황금의 삼각지대’로 각광 받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은둔의 나라였던 라오스는 서서히 개방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제특구로 농공업의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얀마 역시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방과 민주화가 급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농업을 비롯하여 산업발달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다. 중국과 베트남이 단기간에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처럼 이곳도 머지않아 급성장이 예상된다. 은둔의 나라들이 빠른 성장과 발전으로 국제간의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는 산업화로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지도자들이 분열의 덫에 걸려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발전도 뒷전인 채 분노와 분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새 지도자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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