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중개업체의 실태와 중개법에 대한
검토를 통한 바람직한 개정방향
여 경 순 (모이세이주여성의집, 이주.여성인권연대)
시작하며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한국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에서도 부인이 기뻐 보이지 않으면 남편이 그 이유를 물어보고 책임을 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남편은 왜 오히려 아내에게 화를 내는지, 당신은 아세요?
(중략)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고 싶어요. 당신을 잘 시중들기 위하여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마시는지 알고 싶어요. 저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건강은 어떤지 또는 잠은 잘 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 후안마이 사망 형사사건 판결문 전문 중 -
Ⅰ. 인권침해적인 국제결혼 중개 행태
현재의 국제결혼 중개는 비용 지급자인 한국 남성의 이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중개업자들은 여성들을 통제·관리하여 성혼률을 높이고, 이탈률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중개업자에게 여성의 이탈은 이후 남성에게 담보 책임(재 맞선 제공, 수수료 반환 등)을 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서는 사업 평판 훼손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은 그 자체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되며, 최대의 피해자는 여성이 될 수밖에 없다.
1. 불평등하고 부정확한 정보제공
‘국제결혼’ 자체를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이주의 한 형태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그래서 공간적으로 격리된 두 당사자를 매개해주는 매개자로서 ‘중개업’자의 출현과 개입 또한 필요악으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이때 “국제결혼 중개”행위가 “정상적인” 상행위로서 인정받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적확한 정보 전달이다. 그러나 현재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의 양은 불균형하고, 부정확하고, 때때로 허위이다. 이주여성의 경우 최종 선택되기 전까지는 상대방 남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다.
〔도표 1〕한국-베트남 중개업체 구조(호치민)
또한 통역서비스의 미비로 인해 결혼당사자들이 결혼 과정에서 전문적인 통역자의 조력을 충분히 받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심각한 ‘정보의 부족’을 야기하며, 불충분한 정보는 결혼 당사자들이 결혼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대우나 착취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뿐 아니라 결혼 후 심각한 오해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
…(중략)중개인 통역을 통해 나에게 남편과 그의 가족에 대해서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와 세 명의 형, 두 명의 누나 있고 그는 막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와 살지 않고 서울에 살고 있으며 한 달에 2,500불을 받는 직장인이고 나이가 47살이라고 했다. 그의 나이가 좀 많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괜찮다고 생각해 그와의 결혼에 동의했다. 그러나 한국에 와보니 남편은 서울이 아니라 농촌에 살고 있었고 그의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나이가 많으셔서 두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혼자 다닐 수 없었고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갈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태였다. 나는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일정한 직업이 없이 어머니 방에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아무 일도 하기를 원하지 않는 게으름뱅이였다(중략)...
2. 대량속성 중개시스템-자율적인 배우자 결정권의 침해
중개업자들은 단속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맞선을 진행해야 하며, ‘일대일 맞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한 명의 남성이 수백 명의 여성 중에 한명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맞선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많은 이윤의 추구’라는 상업화된 국제결혼 중개 서비스의 이윤 추구적인 성격을 반영한 것으로, 결혼당사자들에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의 결혼 중개시스템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속성으로 배우자 선택이 강제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 한 여성 쉼터에서 생활하던 베트남 여성(23세)의 예는 결혼정보업체가 주선하는 집단 맞선으로 결혼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나는 호치민에서 버스로 남쪽으로 5시간 거리에 있는 ‘깡촌’ 출신이다. 부모 형제 8명과 함께 농사를 짓고 살다 친구 소개로 현지 결혼정보업체를 알게 되었고 ‘탈 베트남’을 위해 호치민에 올라왔다. 나는 결혼정보업체가 주선하는 한국 남성과의 집단 맞선에 참석했다. 이날 선은 며칠 전 대만 남성과의 맞선에 이어 두 번째 선이었다. 나는 운이 좋아 200명이 넘는 여성 중에서 1차로 압축된 10여명에 들어가 다시 5명-> 2명-> 1명 순으로 좁혀진 ‘신부 선발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선택됐다. 하반신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외국 며느리를 보기위해 찾아온 시어머니가 나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 동의하고 말고 할 입장이 못되었다. 나는 호치민에 올라온 지 9일 만에 결혼이 확정됐다. 다음날 결혼식을 올리고 짧은 신혼여행을 마친 후 남편은 출국했다. 나는 두 달 후 정식으로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다. 나는 “한국에 가면 행복하고 엄마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결혼을 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도표 2〕베트남 국제결혼흐름도
3. 인신매매에 가까운 강압적 구조
현재의 결혼 중개과정은 조직적인 연결망에 의해 여성을 모집, 기숙, 관리, 통제하고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국제법에서 정의하고 있는‘인신매매적’속성을 지닌다. 맞선을 준비하는 기간 뿐 아니라 결혼 후 입국까지 여성들은 중개업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외출이 제한되며, 이 기간 동안 사용한 생활비는 빚으로 계산된다. 이러한 부채 예속의 상황은 여성이 중간에 맞선을 포기하거나 경쟁률이 높은 맞선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적 강제로 작동하며, 이로 인해 결혼상대자가 싫더라도 자의에 반하여 결혼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국남성과 결혼 한 여성들은 입국을 포기하거나 입국 후 2-6개월 이내에 집을 나오면 ‘지참금’뿐 아니라 추가로 200만원을 한국 중개업체에게 변상해야 하며, 그 결과 여성들은 폭력적인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게 된다. ‘남편의 폭력이 무서워서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 국제결혼 여성(사례34)은 자신의 부모가 받은 약 25만원 때문에 한국으로 이주되어왔다.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베트남의 농가에서는 물소 한 마리 값에 해당하는 약 25-30만원의 돈을 융통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것이다.
4. 과도한 이윤의 착취
숙소의 생활환경이나 결혼과정에서 제공되는 통역 서비스, 결혼식, 여성에 대한 교육 등 현재 중개업자가 제공하는 중개 서비스의 질은 남성이 지불하는 결혼 비용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또한 중개과정에서 중개업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윤을 착취하기 때문에 남성이 결혼 비용으로 천만 원 가량을 지불한다고 해도 여성이나 가족이 받는 돈은 12만원~30만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결혼당사자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을 이용하여 중개업자들이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갈취, 공갈, 사기, 협박 등 다양한 형태의 탈법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중략)호치민에서 선을 보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었다. 남성이 한 명이 왔는데 여성400명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선을 볼 때 어떤 경우에는 하이힐을 신고 호텔 8층까지 걸어 올라가기도, 경찰이 단속 나오면 각자 알아서 도망가야 한다. 잡히면 벌금 50만동 이다.(성매매로) 몸도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생활이었다. 집에서 30만동 가지고 호치민으로 올라왔다. 호치민은 먹거리도 많은데 참아야 했다. 업체 집에서 살 때 싼 음식을 사서 대충 먹고 살았다. 남에 집에서 돈 안내고 먹으니깐 마음이 불편하였다. 친구와 함께 안고 울기도 했다. 선보러 갈 때 커튼으로 창문을 가린10인용 봉고차 30~40명 한꺼번에 들어가서 이곳저곳에서 선을 보러 다닌다. 돌아올 때는 차비는 내가 내야 한다. 이것저것 돈들이 들기 때문에 팔찌, 목걸이를 주인아줌마에게 맡기고 돈을 빌리기도 한다. 이렇게 힘들 거라는 생각지 못했다. 매일 호텔마다 돌아다니면서 힘들었는데, 한국남자들 야박하다. 경마장 안에서 선 볼 때 여자들 새벽 3~4시부터 준비해야 한다. 여관 안에서 지쳐서 누워서 기다리기도 한다. 민망하고 창피하다. 안 붙으면(결혼이 성사되지 않으면) 아줌마가 화를낸다, 빨리 합격해서 떠나고 싶었다(중략)...
5.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국제결혼 중개업자에게 국제 결혼할 당사자인 한국 남성을 모집하는 것은 영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중개업자들은 보다 많은 한국 남성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현수막 게시, 지면 광고,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 등 온라인부터 오프라인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개업자들은 성 차별적·인종 차별적인 광고(예: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 ‘연령제한 없이 누구나 가능’, ‘만남에서 결혼까지 7일’, ‘후불제’, ‘신부보증서’등)를 서슴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현수막은 재혼과 장애라는 결혼시장에서 주변화 된 신체들, 위계화 된 글로벌 체제하에서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주변성, 글로벌 결혼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여성의 몸, 한국 사회에 깊게 내재된 순결 이데올로기, 결혼이라는 틀 내에서 허용될 수 없는 매매혼적 성적 결합이라는 현재 국제결혼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상징한다.
현재 일부 결혼 중개업자들은 처녀성이나 출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검진을 실시하는데, 이는 현행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의 왜곡된 상업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그 자체가 극단적인 여성 인권에 대한 침해라 할 수 있다.
〔도표 3〕중개업을 통한 국제결혼의 문제점
또한 현재의 중개과정에서는 맞선 당일 성혼이 결정되면 다음날 바로 결혼식을 주선하며, ‘합방’을 요구하는 것을 관행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처럼 사적인 문제이자 성인 당사자들의 자율성에 맡겨져야 할 합방을 공식적인 중개 절차의 한 단계로 만드는 것은 단속의 위험 뿐 아니라, 결혼 후 남성이 초청을 하지 않거나 여성이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 결혼 당사자 모두에게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히며, ‘처녀막 재생 수술’이라는 또 다른 인권침해의 문제를 갖는다.
〔도표 4〕‘07년도 베트남 결혼이주변화
Ⅱ. 정부의 ‘결혼중개업’ 정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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