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강의를 한 지 20년이 되는데 제자의 청첩장을 받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온라인 청첩장이 아닌 종이 청첩장을 직접 받았는데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온라인 청첩장도 있는데 특별한 사람들에게는 종이 청첩장을 주고 싶었다는 제자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녀도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제자이다.
그녀와 배우자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부부와 너무 비슷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들이 연애할때부터 나는 마음 속으로 '이 친구들이 결혼하면 우리처럼 별 다툼 없이 행복하게 잘 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좋은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서 행운이라고 말하는 제자에게 나는 이런 말을 했다.
"○○님이 좋은 사람이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난 거예요. 사람 관계는 일방적인 헌신으로는 결코 건강할 수가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연애가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말을 들은 제자는 "그런가요?"라며 쑥쓰럽게 웃었다. 배우자가 제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이 '문제가 생겨도 언제나 대화로 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것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현명하고 멋진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정을 꾸려나갈 제자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제자의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수업에서 만났던 다른 제자들도 만나게 되어 설레인다. 무려 6~7년만이다. 그들도 나를 만나면 반가워 하겠지?
결혼식 장소를 보며 빵터졌다. '서울대 호암 교수회관'이라니. 회의하러 숱하게 다녔던 곳인데 결혼식 참석은 처음이다. 전쟁기념관보다 나은 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