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내란 / 권수진
겉은 멀쩡해도 속은 문드러져 있었다
모든 적은 내부에 숨어 있었다
궤도를 이탈한 기관차가 쉭쉭거리며
폭주하는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의 반란
썩은 과일이 뒤섞인 상자 안에서
나라가 망해도 자신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수박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12월의 콘크리트 바닥은 여전히 차갑고
도심 한복판을 밀고 들어오는
장갑차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사람들을 보았고
밤마다 희미한 불씨를 살리며
성냥팔이 소녀 같은 아이들이 외쳤다
내란을 봄, 이게 나라냐
취했나 봄, 실패하면 반역
바이든 날리면 혁명 아닙니까
계엄을 개헌이라고 우기는 철면피들이
철없는 수장의 방패를 자처하며
국민 가슴에 기름을 붓고 있었다
권총을 손에 쥔 다섯 살짜리 꼬마를 등에 업고
지상으로 내려온 별들이 모여
날마다 만찬을 즐기며
롯데리아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 먹는 동안
국회 담장을 뛰어넘는 사람
무력에 굴하지 않고
총구 앞에서 정면으로 맞서는 사람
옷 벗을 각오로 당당하게
진실을 폭로하는 사람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활활 타오르는 시민들이 있었다
권수진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국장·시인
[출처] [경남도민일보] 갑진내란 / 권수진|작성자 ksujin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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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갑진내란 / 권수진
김수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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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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