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늦어 죄송하고 민망합니다.
일도 밀리고, 중년의 나이에 대학원에 다니면서 논문을 쓴다는 주접을 부리면서
본업인 펜후드 활동을 제대로 못했네요^^
본업이 펜후드 안알록이고,
부업이 직장인과 대학원생이라고 내심 생각하는 중인데 반성하고 있습니다.
펜쇼가 있었던 4월 19일이 벌써 2주 넘게 지나서 후기를 올리게 됐습니다.
펜쇼에 다녀온 후기라기보다는 스탭 참가 후기가 더 맞을 것 같아요.
처음으로 스탭으로 데스크를 맡아 운영해 보니 색다르기도 하고,
수줍고.. 바쁘고, 조금 힘들고.. 그렇지만 엄청 재밌고 여러 의미로 즐거웠습니다.
스탭으로 참가해서 가장 좋은 건
펜후드 회원님들이 직접 찾아오실 수 있고 인사나눌 수 있어서 너무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이 날 행사 준비를 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났어요. 긴장된 마음에 6:30분에 눈이 떠지고,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도착하니 8:20분 쯤이었던 것 같아요. 짐을 챙겨 올라가서 자리를 찾아 세팅을 했습니다. 제가 꽤 빨리 온 편이라 아직 행사장은 한산하더군요.
다행히 "안알록의 데스크"는 입구 바로 앞이었습니다.
이렇게 세팅했습니다ㅎㅎㅎ
하루 전날 급조한 준비치고는 뭐 그럭저럭 기본차림은 한 것 같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준비하는 내내 그만둘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데스크를 보면 다 멋지고 전문적인데, 저만 집에서 뚱땅뚱땅거린 그저 저 혼자의 만족에 만든 아마추어의 허접한 솜씨라 부끄러웠거든요ㅠㅠ 하지만, 문구인들의 넒은 아량으로 이상한 사람 한 명 정도는 귀엽게 봐주실 것도 같고, 정성을 알아주실 것 같아서 끝까지 해봤습니다. 직접 노트를 만든 분들이 많으셨는데, 지나가시면서 '이걸 직접 다 만든거냐'라고 하시면서 격려 반, 측은함 반의 눈빛으로 위로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건 필사노트였어요. 이렇게 홍보물도 만들었죠. 만년필은 점점 많아졌는데 쓸거리가 없더라고요. 창고는 가득 차는데 머리는 비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쓸거리를 찾다가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을 직접 만들게 됐어요. 내가 쓰려고 만들고, 써보니 괜찮아서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평소 쌉T 성향의 40대 아저씨로, 디자인 같은 건 해보지도 않았고 무시하는 성향인데 이런 홍보물들을 만들게 될 줄이야.... 매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면서 자꾸 하나씩 더 준비를 하게 되네요. 펜쇼날짜가 다가올수롤 왜 내가 데스크를 신청했을까... 엄청 후회했어요. 일은 바빠 죽겄는데 말은 해놓고 안 나가기도 좀 그렇고...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냐며 울면서 준비했습니다. 이래서 마감과 기한이 무서운 겁니다ㅠㅠ
진짜 날밤을 새워가며 이렇게 실물을 뽑았더니 나름 예쁘더라고요. 도와주신 아내님께 무릎이 닳도록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하루 10번씩은 한 것 같아요.
다행히 천사같은 아내님은 만드는 게 재밌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서 내내 송구한 마음이었어요. 나중에 제작하는 방법과 원본 파일도 다 공유드릴까해요. 너무 힘들어서 직접 만드는 건 두번 다시 안하려고요ㅋㅋㅋ
... 그러고 보면 나름 리미티드 에디션인건가. 펜쇼에서 구매하신 분들은 행운이신겁니다ㅎ
데스크 한 켠에 시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노트보다는 시필이 인기가 많았어요. 오며가며 많은 분들이 써주셨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헌법재판소 판결문이었는데요. 가장 많이 준비했는데도 금방 다 판매돼서 오후에 찾는 분들이 계신데도 드릴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이 써주시고 가셨습니다.
쓰고 쓰고 또 써주시고^^
무엇보다 랜선 인연들을 직접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인연이 된 분께서도 방문해주셨는데 너무너무 반가웠어요. 선물로 노트도 드리고 사진도 찰칵.
같이 사진은 못찍었지만 홍디안을 나눔해주신 castell님 실물로 뵙고 반가웠습니다. 오래 인사 못 나눠 아쉬웠어요ㅠ
청주에서 출장으로 어제 서울에 오셨다가 하루 더 머물러 펜쇼에 방문해주신 박조교님. 실제로 봬서 가웠어요. 둘러보시다가 잠깐씩 다시 데스크를 찾아주셔서 같이 대화나누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스탭으로 참여하니 이렇게 온라인으로 닉네임으로만 접하던 분들이 찾아오실 수 있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가을에도 다른 걸로 해볼까.........)
아이들과 같이 오셔서 학생과 엄마가 같이 써보시는게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엄마랑 누나랑 동생이랑 하나씩 써보기. 학생이 영문을 참 예쁘게 잘 써서 맞은편에서 쓰고 있던 저는 제 글씨가 부끄러워 학생이 갈 때까지 슬쩍 손으로 가렸습니다ㅋㅋㅋ
그런데 시필하실 때도 정작 필사노트보다는 시필용 만년필에 훨씬 관심을 많이 주셨어요. 어쩔 수 없는 만년필 덕후들이셨습니다ㅎㅎㅎ 시필용으로 내놓은 진하오 100이 진짜 예쁘거든요. 아마 오로라에서 나왔으면 100만원은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데요. 알리에서 2만원대로도 구입 가능할 거에요.
기다리는 동안에는 저도 짬짬이 쓰면서 잘 놀았습니다. 글씨는 참 괴발개발이지만 뭐 어떤가요. 알아보면 그만이지ㅎ 직접 만든 노트에 손글씨로 "내손내쓴" 놀이. 재밌게 놀며 사람들도 만나고 노트도 판매하고 시필용 만년필 설명도 드리고. 아주 즐거웠습니다~
오후에는 아내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주셨어요. 아이들도 참 재밌어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아빠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ㅋㅋ
데스크를 잠시 아내님께 맡기고 아이들과 손잡고 여러 부스들을 구경하는 것도 참 행복했어요.
소장님도 만났습니다. 아내님은 오전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서 두리번거리더니 연예인 보듯이 신기해하셨어요. '꿀이 꿀맛 개꿀맛'을 써달라고 하면서 부끄러워서 소장님 눈을 못 마주쳤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소장님하고 만나서 단체사진도 찍었고요.
이렇게 하루 잘 놀았습니다.
필사노트를 만들면서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데스크가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어설픈 저도 스탭으로 참여해보니 재미있어서, 다음에 또 어떤 아이템으로 참여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가을에 바빠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건이 안 되면 내년 봄에 또 데스크를 열지도 모르겠어요ㅎㅎㅎ
마지막으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죠. 행사 마감할 즈음 되어서는 아내님께 데스크를 부탁하고, 아이들과 다른 데스크를 둘러봤습니다.
거의 파장이라 여유롭게 돌아봤습니다. 쿠오뜨에서 시선을 뺏기고, 도미넌트인더스트리의 잉크 둘러보는데 아이들이 “우와 아빠보다 잉크 더 많다”라는 감탄에 웃었고요. 역시나 영웅펠리칸님 데스크와 민트향기님 데스크에 한참을 머무르며 구경했어요. 뒷자리 룰루님 데스크에 탐나는 만년필이 많았지만 자제력을 발휘하고, 민트향기님 데스크에 제가 찜해둔 펜이 여전히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야근을 좀 더 해서 언젠간 가져와야지ㅎㅎㅎ 스노클님 데스크에서 셰퍼 만년필을 하나 들일까 했는데 주머니 사정으로 이번에도 구경만ㅠㅠ 그리고 망언쟁이님 데스크를 보다가 결국 만년필 두 자루를 들였습니다.
‘파커 소네트 복’과 ‘라미 조이’입니다.
지갑 사정으로 한참을 망설였는데 망언쟁이님께서 ‘아는 얼굴 할인’을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서 절을 올릴 뻔 했습니다ㅎㅎㅎ
고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스탭으로 처음 참여해뵜습니다.
노트 만들 때 고생을 좀 했지만 아마추어가 취미를 즐기며 노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며 준비하는 때부터 펜쇼 마칠때까지 내내 행복했습니다.
참 자~알 놀았다~ ^^
ps. 돌아와 짐을 챙기는데 아이들이 주머니에서 뭔가 자꾸 꺼냅니다. 과자와 간식거리, 지우개와 연필이 두 녀석 손에 가득합니다. 아! 이 녀석들 소장님하고 얘기할때 뭔가 왔다갔다 하더니 소장님이 주신 간식과 여러 부스에서 아이들 귀엽다고 하나씩 나눠주신 모양입니다. 어쩐지 다람쥐처럼 요리조리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더라니....
행사장이 정신없어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다람쥐 두 마리에게 연필과 간식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첫 펜쇼이기도 해서, 저도 어리둥절, 어설프게, 행사장을 돌아서 미처 못뵈었네요. 부스는 지나갔습니다. 담에 뵈면 꼭 인사올릴게요.
저도요. 이렇게 글로 뵙고 행사장에서 만나면 더 반가울 것 같아요. 다음 행사에서 봬요~~
제가 그날 오후에 늦게 도착해서 마음이 바빴던것 같습니다. 가는 길에 다시 들러서 노트 챙길려고 했는데 못뵈었네요.
잠시라도 봬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노트 선물로 드리려고 했는데 자꾸 안 받으신다고 하셔서ㅠㅠ 잠깐이라도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ㅎㅎ 저는 그래도 빠져나오기 전, 판결문 노트 한 권 구입했습니다. 숙소에서 심심할 때 필사에 도전해볼께요 ~^^
우와 고맙습니다. 부족한 솜씨라 걱정이었는데 고맙습니다!!
또 열어주세요 올 가을에도 제가 첫 번째로 들를게요!
영광입니다ㅎ 똑같은 걸 할지는 모르겠지만 스탭참가에 또 도전해볼까해요
언젠가 스텝으로 참여해보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올려주신 생생한 후기 덕에 스텝으로 참여하면 이렇겠구나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과정 고되셨겠지만 펜쇼 200% 즐기는 방법이 데스크 참여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스텝으로 한 번.. 하고 다짐해봅니다. +_+
꼭 한번 스탭으로 참여해주세요ㅎ 저도 해보니까 색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크롱님 예전에 만드신 노트가 생각나서 제가 좀 위축되네요ㅎ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 저 같은 아마추어도 한 자리 차지해야 진짜 축제가 되는 것 같기도 해서 끝까지 용기내본것도 있었거든요.
안알록님 후기에도 등장하고 영광입니다.
싸게 사셨다고 어린 왕자 필사 노트를 공짜 주셨는데, 너무 아까워 필사는 못하고 영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ㅋㅋ
편히 쉬는 주말 되세요 😀
뭐라도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드릴 게 없었네요ㅠㅠ 믿고보는 망언님 데스크라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ㅎㅎ
오후에 도착해서 헌법재판소 판결문 필사 노트를 못만난 1인입니다^^
헌법 필사노트는 아까워서 필사도 못하고 애지중지입니다.
예전에 한지 노트 만들던 (저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공들여 만드셨어요.) 생각이 납니다.
가을에도 참가하시기를 응원합니다.
솜씨도 없고 서투른데 다들 좋은 말씀해주셔서 큰일났습니다^^ 이러다 또 준비할까봐 겁이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