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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카이스트 교수] 한글이 로마자처럼 세계 어디서나 널리 쓰인다면 우리에게 많은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세계인의 언어학습과 소통을 돕고, 문화ㆍ교육ㆍ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새로운 쓰임새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지금이 바로 그 일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능력은 물론 한글에 대한 국제적 관심 등 여러 여건이 상당히 무르익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말소리와 문자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표기체계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물론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난관이 두려워 이 일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계문자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부터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1화 세계문자는 왜 필요한가?
[한글을 세계문자로 만들자] 1
1.1 세계문자는 무엇인가?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거의 같은 숫자를 사용합니다. 수학기호와 화학식, 음악의 악보, 도량형 단위도 세계적으로 통용됩니다. 이러한 기호가 없었다면 과학기술과 음악을 국제적으로 교류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숫자ㆍ수학기호ㆍ악보 등은 특별한 목적에만 사용하는 ‘세계 공통기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계문자는 한 나라와 한 언어의 범위를 넘어 여러 언어를 표기하고, 세계인이 국제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문자체계를 뜻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자는 현재 사실상 세계문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로마자는 미주와 유럽의 여러 나라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공식문자로 사용됩니다. 로마자를 공식문자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도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 로마자 표기법을 따로 마련해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1.2 세계문자는 왜 필요한가?
아라비아 숫자나 악보가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할지를 생각하면 세계 공통문자의 필요성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로마자가 없다면 여권에 우리 이름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난감할 것입니다.
그런데 로마자가 이미 세계문자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 왜 또 다른 세계문자가 필요할까요?
그 이유는 로마자가 널리 쓰이고는 있지만, 세계 여러 언어의 발음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로마자 표기만 보고 원래 발음을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거북선’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geobukseon이라고 쓰지만, eo가 ‘어’를 나타낸다는 규칙을 모르는 외국인이 이를 ‘거북선’에 가깝게 읽기는 어렵습니다. 로마자가 ‘어’를 전혀 표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표기와 실제 소리의 관계를 별도로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어도 로마자로는 Cia-Cia라고 씁니다. 찌아찌아 부족은 자기 부족이름을 ‘찌아찌아’로 부르고 싶어 한답니다. 그러나 로마자 표기로는 그 발음이 제대로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글표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같은 로마자도 나라마다 음가가 다릅니다. 포르투갈의 축구선수 Ronaldo를 우리는 ‘호날두’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로날도’에 가깝게 읽기도 합니다. 같은 철자로 쓰인 이름이 언어에 따라 다르게 불리는 것입니다. 자기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지 않으면 알아듣지 못하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Ronaldo의 여권에 한글로 ‘호날두’라고 함께 적는다면 이러한 혼동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려면 세계인이 한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역사적ㆍ문화적 이유로 로마자에 거리감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세계문자 기능을 하고 있는 로마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를 위해 로마자가 아닌 세계문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글이 로마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문자가 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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