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예술
Anti-art 反艺术
반예술(反藝術)은 기존 예술의 형식과 내용 모두를 부정하는 예술운동이면서 예술이론이다. 반예술은 첫째, 기존의 미학과 예술을 부정하고 반대하지만 예술 안에서 새로운 예술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고 둘째, 예술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하면서 예술 바깥의 다른 것을 지향하는 것이고 셋째, 순수예술(fine art)로 대표되는 부르주아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는 것 등 세 의미로 쓰인다. 반예술은 예술의 근본 개념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다. 1910년대 초 다다이즘(Dadaism)에서 시작하여 1960년대 플럭서스(Fluxus)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의 반예술이 존재했다. 반예술을 처음 정립한 것은 광의의 다다이스트였던 마르셀 뒤샹이다. 예술사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 반예술은 1913년 전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산업적 기성품인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과 함께 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뒤샹은 전통적 창작 방법과 예술의 개념을 부정하고, 예술은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고 명명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예술은 대상을 재현하거나 예술가의 창의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산업 생산품도 누군가 미적 의미를 부여하면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 뒤샹은 1913년 <자전거 바퀴>를 전시하면서 새로운 예술 즉, 반예술이라고 설명했다. 뒤샹은 1916년 앙데팡당전에 소변기 <샘(Fountain)>을 출품했으나 거절당한 후, 이 작품을 1917년 뉴욕의 전시에 출품했다. 논란을 일으킨 이 사건은 반예술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뒤샹은 예술, 예술가, 예술의 기능,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했다. 다다이스트들 역시 기존 예술을 부정하면서 반예술을 표명했다. 다다이즘은 1916년 스위스의 취리히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 유행했던 예술사조다.
다다이즘은 근대 합리주의에 저항하고 모더니즘 예술을 부정하는 각종 예술 행위를 실험했다. 이들은 세계대전에서 이성과 근대의 문제를 간파하고 새로운 감성, 새로운 예술을 기획했다. 다다이즘의 핵심 개념이 바로 기존 예술에 대한 저항, 부정, 파괴였다. 다다이스트들은 미술에서 원근법, 구도, 명암을 해체하는 한편 장르의 구분을 없애는 등의 여러 가지 작업을 시도했다. 다다이스트 한스 리히터(Hans Richter)는 다다이즘은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샹과 리히터의 주장에 따르면, 1910년대 초의 다다(Dada)는 예술이 아니다. 한편 1916년 휴고 볼(Hugo Ball)이 작성한 ‘다다선언문’ 첫 문장은 ‘다다는 예술의 새로운 경향이다(Dada is a new tendency in art)’라고 하여 기존 예술을 부정하고 반대하지만, 완전히 예술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다다이즘의 창시자로 알려진 트리스탄 차라(Tristan Tzara, 1896~1963)가 1918년에 발표한 다다선언문(Dada Manifesto)에는 반예술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차라는 기존 예술을 전복하고 조롱하면서 자유로운 예술을 선언했다. 다다이즘이 표방한 반예술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예술과 예술가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다다이즘 예술은 기존의 미학을 부정하는 것이고 예술가는 기존의 창작을 해체하는 사람이다. 예술가가 할 일은 작업실에서 고독하게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와 현장에서 새로운 대상, 오브제를 찾는 것이다. 이처럼 다다이즘이 표방한 반예술은 창작의 개인성(individuality)과 예술의 보편성(universality)을 거부했다. 반예술 지지자들은 예술을 통해서 명성을 얻거나 재화를 얻는 것을 반대했고, 예술이 전시장, 공연장, 갤러리에 갇혀있는 것도 반대했으며, 회화, 조각, 실내악, 시, 연극, 사진, 영화, 미디어의 매체나 장르에 한정되는 것도 반대했다.
반예술은 초현실주의, 미래파, 러시아 구성주의, 개념예술, 상황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에서도 핵심 개념이었으며 1960년대 플럭서스를 정점으로 더 큰 영향을 미쳤다. 플럭서스를 주도한 조지 마키우나스(George Maciunas)는 1963년 뉴욕 소호에서 플럭서스선언문(Fluxus manifesto)을 발표했는데 그는 여기서 반예술(Anti-art)과 비예술(Non-art)을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했다. 마키우나스는 기존 예술에 대한 혁명을 천명하고 예술의 개념을 바꾸거나 예술 자체를 부정했다. 하지만 반예술을 표방한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의 영역으로 포함되었다. 이처럼 반예술은 결과적으로 예술의 개념을 확장하고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였다. 이후에도 수많은 예술운동과 예술가들이 반예술을 표방했는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반예술을 반대하는 반반예술(Anti-anti-art)이 스터키스트(Stuckist)에 의해서 제기되었다.★(김승환)
*참고문헌 Dada Manifesto by Hugo Ball, first public Dada soirée, Zurich, July 14, 1916.
*참조 <개념예술>, <다다이즘>, <레디메이드>, <모더니즘>,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 <반반예술>, <순수예술>, <스터키즘>, <아방가르드>, <예술>, <예술가>, <초현실주의>, <표현>, <플럭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