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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농촌 지역에서 겪고 있는 구매난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연말이 되다보니, 기록이 늦었습니다.
그럼에도 수기로 쓰는 일지들이 있어, 이를 보며 기억을 더듬어 작성해보겠습니다.
9시 20분,
아침 출발시간이 조금씩 뒤로 미뤄집니다.
날이 춥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 녹여봅니다.
더 늦기전에 출발합니다.
요즘 들어 첫마을들 주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이 곳도 3주차째 만나지 못했습니다. 추워서 그런지 다들 집에 계신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기다리니 아랫집 어머님 오랜만에뵙네요.
어머님의 어머님 드실 간식와 두부, 초장 큰것 하나를 사십니다.
뒷집 어르신도 나오십니다.
"나 저짝 집에 선사 좀 할려고~" 하십니다.
지난번엔 두유를 갖다 달라고 하시더니, 이번에는 제게 여쭤보십니다.
"그 집 뭐 좋아해? 뭐 마셔?"
자주 사시는 카스 병 맥주 말씀드리니, 한 박스 보내달라고 하십니다.
"봉데기떡이여. 봉데기떡. 알겠지? 봉데기떡."
9시 45분
아랫집 어르신께서 따님에게 간 이후로, 마당을 바로 지나 끝에집까지 곧장 갑니다.
집안에 계시는 어르신 두분,
"나는 오늘 계란 줘" 하십니다.
"집에가서 돈 갖고 올께~"
기존 어르신은 오늘도 불가리스 2줄 사십니다.
어르신들 인사드리고 나섭니다.
10시,
늘 창 안에 의자에 앉아 점빵차를 내려다보는 어르신,
오늘은 안계십니다.
일찍이 병원 가신듯 싶습니다.
10시 15분,
"갖고 왔어?"
지난번부터 이야기하셨던 꽈리고추, 이번엔 확실하게 갖고 왔습니다.
메추리알 1키로랑 꽈리고추 챙겨가십니다.
어르신들은 주문의 표현이 애매합니다.
'담에 사지 뭐.'
'아녀 꼭 필요한건 아니니깐.'
'긍께. .있으면 먹는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
확실하게 여쭤봐야합니다.
그래야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번 주문도 3번이나 여쭤봐서 가능했습니다.
10시 25분,
선사한 카스 병맥주 드리러 왔습니다.
남자 어르신은 이 분이 누군진 모르지만, 여자 어르신은 아십니다.
하지만 안계십니다. 남자 어르신은 박스에 써달라고 하십니다.
"봉데기떡."
10시 40분,
지나가던 찰나 어르신께서 붙잡습니다.
"여까정 왔으니 또 갈아줘야지."
오늘까지 연속으로 계속 구매해주시는 어르신.
집에 가보니 방바닥이 냉기가 가득합니다.
어르신들 난방비 아끼려고 집안에 전기장판만 틀고 지내십니다.
그런 삶을 사는것에 익숙해지신 건지, 집에 배달갈때마다 늘 염려만 가득합니다.
10시 50분,
위쪽에 차를 대니 뒷집 어르신 나오십니다.
"아니, 지난번엔 아랫쪽에 차가 있다가 그냥 가더만, 이젠 위에도 안오나봐~!" 하시는 어르신.
분명 기다렸었는데, 조금이라도 못만나면 어르신들은 아쉬운 소리를 하십니다.
그럴땐 저도 아쉬운 소리 하기 보다는,
죄송하다고 웃으며 더 서비스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하시는 말씀이니 말입니다.
그 사이 아랫집 어르신도 올라오십니다.
경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밀차 밀고 쭉쭉 오십니다.
"물건은 보고 사야지~"
설탕, 참이슬 한 박스, 두부, 물티슈 등 다양하게 삽니다. 그러시곤,
"아니, 지비가 지난번에 공병 갖고 갔어?" 하시는 어르신.
최근엔 없었다고 말씀드리니,
"아니, 누가 공병을 갖고 갔더라고~ " 하시며 아쉬워하십니다.
다음에 공병을 더 빨리 수거해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1시 10분,
회관에 어르신 두분 계십니다.
회관에서도 장판만 키고 있습니다. 운영비가 이제 쓸 수 없기 때문이지요.
늘 보던 트로트가 어르신의 시간을 삼켜나가고 있습니다.
11시 20분,
뒷집 폐암에 걸렸던 어르신께서 오늘도 공병을 갖고 나오십니다.
없어진 성대에서 간신히 나오는 쇳소리로
"60개." 라고 이야기하시는 어르신.
안매운 라면을 먹고 싶으시다며, 진라면 2개와 콩나물 챙겨가십니다.
아랫집 어르신도 계란과 콩나물 하나 사러 왔다며 바로 챙겨가십니다.
이젠 집 앞에서 바로 손짓안하고 시정까지 오십니다. 안전하게 물건을 사야한다는 말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1시 30분,
어르신, 오시면서
"요즘 장사 잘되요?" 하십니다.
장터 할 때마다 자주 듣는 이야기이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드려야할지 늘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흔하게 하는 이야기는
'어르신이 사주시면 잘 되요~' 라고 하지만, 매출은 절대적이기 때문이지요.
제 표정을 보시곤 어르신께선 콩나물 하나 사려던것을 참치액젓 하나, 사이다 하나 추가로 사주십니다.
그러곤 "외상으로 해줘" 하십니다.
콩나물 하나만 사면 가능했겠지만, 당장 갖고온 돈이 적었던 어르신은 외상으로라도 더 사주고 싶었던 마음이셨구나 싶었습니다.
11시 40분,
어르신 댁 마당에 올라가봤습니다.
남은 선결제 금액을 어떻게 하실지 여쭤보았습니다.
"두유 한 박스, 미원하나, 보리쌀 하나로 끝내지 뭐~" 하시는 어르신.
"이야기 꼭 전해줘~ 내가 못나가니깐, 거기 간호 주무관님 덕분에 잘 먹었다고~ 꼭 전해줘~" 하십니다.
긴급생계지원비로 받으셨던 어르신.
그 덕분에 올 한 해 잘 드셨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13시 15분,
오늘 오후에는 광주에서 오신 손님들과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지난번 광주라디오에 출연하여 인터뷰했었는데, 그 때 DJ로 활동하신 염건이 사회복지사님과 최지나 사회복지사님이 함께 오셨습니다.
재가노인복지센터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양손 가득 오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13시 40분,
오늘도 잎새주 한 박스 사시는 어르신.
부녀회장님이 부탁하신 물엿, 계란, 콩나물도 함께 사십니다.
부녀회장님이 2일전에 전화하셔서 물건 산다고 하셨었는데, 그대로 잘 사셨겠지요? :D
13시 45분
어르신 댁에 들어가니 나오실 준비하십니다.
오늘도 필요하신게 있으셨나봅니다.
오늘은 콩나물, 불가리스, 커피를 사십니다.
아들이 오는지 여쭤보니,
"몰러, 오는지 안오는지... 그래도 혹시 몰라 한 줄 사놔야지." 하십니다.
아들에게만 준다는 불가리스,
안오면 유통기한 지난 불가리스를 마신다는 어르신.
아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이 되겠다 싶습니다.
13시 55분,
오늘따라 회관에 사람들이 많이 오십니다.
새롭게 뵌 주민은 신중하게 물건 가격을 여쭤보시더니 두부 하나, 소세지 2개를 사가십니다.
또 다른 분은 막걸리 2개, 팥칼국수 한개, 동태 한개를 사가십니다.
우리 총무님은 두부 3모, 다른 아버님은 콩나물 한개, 이장님 사모님은 늘 사던데로 두부 2개, 콩나물 한개 사십니다.
그러다 다른 어머님 오시더니 좀 전에 물건 사시던 아버님에게 과자좀 사라고 하십니다.
회관서 나눠먹을 과자로 이것저것 막 집으십니다. 번들과자 2개, 팥호빵, 야채호빵, 마이쮸, 빵 2개 등
아버님, 어쩔수 없이 지갑 열고 기분 좋게 사주십니다.
어머님들 기분 좋게 회관 들어가십니다.
14시 10분,
오늘도 야채호빵과 잎새주 한 병을 사시는 아드님.
간식을 좋아하시는 아드님이신데, 특히 야채호빵을 하나씩 사십니다.
컨디션이 돌아올 기미가 잘 안보이는데, 겨울철엔 몸이 더 약해지는구나 싶습니다.
14시 20분,
창고 안 밥그릇에 돈 3천원있습니다.
"두부 2모."
14시 30분,
지난주에 안계시던 어르신, 오늘은 계십니다.
두유 한 박스, 락스하나, 고무장갑 하나 갖다드립니다.
항상 어르신은 두유 한 박스 사고나서야 추가 물건을 말씀하십니다.
고정적으로 꾸준하게 사주는 어르신 감사합니다.
매출이 적은 동네서 고정구매 어르신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
14시 40분,
어르신께서 오늘은 계란 한판 사십니다.
새로운 사람들 얼굴 보시더니, 커피 한 잔 주신다고 합니다.
우리 함께 하신 남자 선생님 커피 못마신다고 했는데, 어르신께서 주시는건 원샷하십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어르신 사는 이야기 한동안 듣다가 동네 살이 여쭤보고 나섭니다.
이제 이 마을엔 외부인이 많다고 합니다. 이젠 어르신도 잘 모른다고 하십니다.
한창 이야기하던 찰나 옆에 젊은 어머님이 오십니다.
"아니,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여기오니, 늘 여기 계시는군요." 하십니다.
그 덕에 어르신과 어머님 인사하고 이야기 잠시 나눕니다.
15시,
새로운 분들의 힘인가요,
끝에 집 어르신도 두부 2개, 콩나물 한개 사러 나오십니다.
두부가 잘 나갑니다.
15시 10분,
회관에 어르신께서 운영비가 조금 남으셨다며 커피 큰 거 한박스 달라고 하십니다.
잔액을보니 딱 커피값을 남겨놓은 회장님.
알뜰살뜰하게 돈을 쓰셨구나 싶습니다.
그러곤 옆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도 커피 큰거 한 박스 달라고 하십니다.
"통장에 돈이 천만원 넘게 있는데." 하시며
"집에 커피 큰거 하나 있으면 그렇게 맘이 편할수가 없어." 하십니다.
옆에 계시던 어르신들은 두부, 콩나물 사십니다.
올해도 두부랑 콩나물이 최다 판매 품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5시 30분,
이제는 어르신 댁 위쪽까지 올라갑니다.
어르신, 때마침 나오십니다.
"아휴, 뭣하러 여까정 올라와."
"전화할때만 와~~"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안사도 보고, 사도 봐야지요~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그러면... 간장 맛난놈 하나랑, 코다리있어? 그거하나 줘." 하십니다.
그러곤 "팥칼국수?" 하시며 관심 가지시길래 편하게 끓여먹으면된다고 하니 그것도 한 봉지 사십니다.
미안한 마음에 여러가지 사시는 어르신.
부담일수도 있지만, 자주 뵙는일이 부담으로 안느껴지게 더 자주 찾아뵈야겠다 싶습니다.
15시 40분,
총무님 댁에 들어왔습니다.
총무님 회관운영비 정산에 정신이 없습니다.
은행도 가야하는데, 지난번 차 사고나서 은행 한 번 가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남은 잔액을 다 써야한다는데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신듯 싶습니다.
회관에 넣어둘 물건과, 개인이 사는 물건 나눠서 물건 구매해주십니다.
"담주에 시간 괜찮다했지? 꼭 한 번 만나서 지출정리하시게"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의 보조금 운영 행정 지원을 해드리는 일이 농촌에서 많이 필요하구나 싶습니다.
점점 이런 일을 할려고 하는 사람도 줄어들거니와 고령이 되어가고 있는데,
지원을 해도 잘 쓸 수가 없는 것이 초고령화사회이다보니 다른 대책방안이 필요하다 싶기도 합니다.
16시,
마지막 집 들리니 오늘도 화투 치고 계십니다.
우리 어르신은 사이다, 황태, 스카치 캔디 그리고 고양이 사료 이야기 하십니다.
사전에 이야기 했던 아기고양이 사료를 들고가니,
"아니 이건 너무 비싸. 그리고 양이 적어"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주문은 명확하지가 않다본 구체적으로 받아야합니다.
이미지도 보여드리고, 상세내역도 보내드리고.
하지만 그과정을 어르신들은 피곤해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신 사드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드리고나서 바로 드리지 않으면, 안오는줄 알고 다른걸로 사고 물건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르신들 필요로 하는 물건들은 꼭 사서 드리고자 합니다.
어르신께도 다시 사다드리겠다고 하며 집에서 나섰습니다.
우리 함께 동행한 2명의 복사님들,
집에 갈 때 장보고 가신다며 점빵에서 8만워어치나 사셨습니다.
오는길도 양손 가득인데, 가는길도 양손 가득 들고가시니 참 미안했습니다.
여기가 무엇이라고..여기까지와서 이렇게 하고 가시는지...
이곳을 바라봐주는 분들이 있음을 늘 생각하며
오늘도, 내일도 더 힘내서 운영해야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