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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리 버스정류장 → 오대천 → 박지골 → 너덜지대 → 임도 → 능선 안부 → 두타산 정상 → 안부 삼거리 → 아차골 → 휴양림 임도 → 털보바위 → 휴양림 관리사무소 → 수항 노인정' 9km, 5시간 코스의 오지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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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頭陀山 / 박지산(博芝山)]
높이: 1,394m
위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첩첩 협곡을 누비며 정선 조양강에 합류하는 길목,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와 수항리 오대천 동쪽에 큰 품새로 얼기설기 뿌리 내린 산이 박지산(1,394m)이다.
말복까지 얼음을 볼 수 있는 박지골과 경치가 수려한 아차골 등 박지산 골짜기는 등산인들의 발길이 뜸하여 오지의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신기리 버스 정류소 건물과 표석이 있다. 동쪽으로 오대천을 건너 박지골 들머리까지 신기리 표석에서 35분쯤 걸린다. - 한국의 산하
애초 7월 2주 차는 산악회의 산행 방식이 바뀐 전북 진안의 운장산~구봉산 연계 산행을 할 예정이었다. 뭐가 바꿨냐면, 1일 2산 인증이라고 두 산 사이를 버스로 이동하는 거에서 종주하는 거로. 그동안 저 코스 산행에 눈길도 주지 않았던 이유가 인증을 위해 산 사이를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거 때문이었다. 그런데 3개 산악회가 날짜는 다르지만, 두 산 사이를 차량이 아니라 종주하는 거로 바뀐 계획을 공지했다. 해서 그 중 시간이 맞는 산악회에 산행비를 입금하고 자리 하나를 배정받았다. 내가 자리를 신청할 당시에 나보다 앞선 산꾼 1인이 있었다. 그리고 신청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7월 10일(수) 현재 총 9명에서 멈췄다. 내가 알기로 출발 정원 20명에 한참 모자란다. 고로 취소될 확률이 높다.
동일한 코스를 다른 날짜에 가는 두 산악회의 상태가 궁금해 확인해보니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갑자기 드는 의문, 왜 이 코스 산행이 인기가 없을까? 하루 16km 종주 산행에 부담을 느끼나? 그래서 산악회에서는 상황에 맞게 선택하라고 3개의 코스를 마련했는데? 산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증이 핵심이라 같은 비용으로 한 산 인증(종주)보다는 두 산 인증(차량 이동)이 가성비가 좋아서? 아니면 여름은 계곡이 답이라? 해서 내가 신청한 산악회에서 3주 차에 실행하는 금요무박(금 심야에 출발, 토 새벽 산행) 강원 삼척 응봉산 상황을 살펴봤다. 응봉산이 운장산보다 산의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지만(1,300 vs 990), 밤새 이동(거의 잠을 못 잠), 산행 거리(16 vs 17) 등의 조건은 더 불리하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버스 한 대를 다 채우고 2호 차를 언급할 정도였다. 그리고 신청자의 현황을 보면 단독보다는 소규모 산악회의 단체가 많다.
운장산보다 응봉산이 상대적으로 불리함에도 신청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은, 어쨌든 1,000m 이하의 산이라 낮아 보인다. 그리고 16km vs 17.5km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8 vs 11(금요 무박), 1.5km 더 긴 거에 비해 시간은 3시간 더 많다. 다른 모든 거보다 한여름 땡볕에 능선을 걷느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시간상으로도 충분하고. 그래서 소규모 단체가 많고? 뭐 실제 상황이 뭐든, 난 Plan B를 가동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게 7월 3주 차인 20일 산행 예정이었던 진부 두타산 오지 산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리고 3주 차에는 나도 응봉산 물놀이 계곡산행에 참여하는 거로. 같이 갈 동무가 있다면 더 좋고.
예상대로 성원 미달로 산행은 취소되었다. 그럼 Plan B를 가동해야 한다. 그런데 Plan B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않고 다음 주 이끼 산행을 당겨서 하기로 했다. 이유는 주중에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 온 후 이끼 계곡이 더욱 장관일 거라는 기대! 내심 운장산~구봉산 산행이 취소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진부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한다. 문제는 KTX가 개통하고 나서, 아침 시간대의 시외버스가 없어져 선택지가 KTX밖에 없다는 거와 그 KTX가 강릉행이라 예약 시작 시 표를 사지 않으면 매진이라는 거. 뭐 한 시간 정도야 서서 가도 되니 문제 될 거는 없지만.
단독 산행을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미옥이 부상 중이라 산행은 못 하지만, 밑에서 놀고 있을 테니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물어왔다. 안될 이유가 뭐 있겠는가. 들머리 신기리 박지골(이끼계곡)은 부상 중인 친구에게 힘들지만, 날머리는 아차골로 휴양림이 있을 정도라 계곡에서 물놀이 하고 있다가 하산하는 나를 만나서 같이 귀경하면 된다. 같이 가기는 하지만, 사실상 단독 산행이나 다름없어 그렇게 준비를 했다. 그리고 진부행 기차표가 매진이라 청량리역에서 자유석 표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금요일 코레일에서 자리가 났으니 입금하라고 문자가 왔다. 예매 대기로 등록해 둔 것이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미옥에게도 전화해 자리가 났으니 표를 사라고 했지만, 이미 없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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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예정에 없던 모임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2시경 집에 들어갔다. 6시 20분에 일어나 급하게 배낭을 싸서 집을 나선 시각이 7시 15분경이다. 불광역에서 7시 27분 차를 타야 청량리역에 제시간에 도착해 7시 50분 강릉행 KTX를 탈 수 있다. 그런데 7시 27분 차를 놓쳐 그다음 차를 타니 7시 47분 청량리역 도착이다. 시간상 7시 50분 차를 타는 게 불가능해 택시를 타기 위해 경복궁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많던 빈 택시가 보이지 않아 대략 5분 정도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제기동을 지나는 시각이 7시 45분,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바로 승차권을 취소하고 다음 차를 예약했다. 그리고 청량리역에 도착한 시각이 7시 50분 그때 미옥에게서 전화가 왔다. 1호 차를 탔다고,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 나는 지금 막 역에 도착해 다음 차로 갈 테니 진부역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애초 7시 50분 차를 선택한 이유가 진부 터미널에서 10시에 신기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함이었지만, 이제는 택시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다음 열차가 진부에 도착하는 시각이 10시 7분이니 버스로 가는 거보다 더 빨리 신기에 도착할 수도 있다. 청량리역에서 다음 차를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일도 없어 아침을 먹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해장할 만한 음식이 없어 분식집에 들어가 콩나물 라면을 먹었다. 8시 38분에 역으로 들어가 대기하고 있던 열차에 탔다. 푹 자고 일어나니 횡성이었다. 평창을 지나 진부에 10시 6분에 도착했다.
< 붉은 점선 누군가의 산행 계획, 노란 실선 이번 산행 >
앞차로 먼저와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옥을 만나 택시로 휴양림을 향해 갔다. 그런데 내가 진부의 지리를 몰라 목적지를 오해하고 있었다. 난 신기가 휴양림을 가는 중간에 있는 거로 알고 있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휴양림은 정선 가는 중간에 있었고 신기는 휴양림 전에서 좌회전해서 더 들어가야 했다. 원래 계획은 신기에서 난 내리고 미옥은 휴양림으로 가는 거였지만, 길이 그렇지 않았다. 해서 휴양림까지 가서 미옥을 내려주고 미옥이 들고 온 초화주를 들고 난 그 택시로 신기로 갔다. 그런데 신기로 가면서 산행 코스에 관한 지도를 보니 지도에는 들머리가 수항 노인정 뒤로 나 있었다. 내가 본 산행기는 다 신기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이고. 지도와 산행기가 맞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이미 신기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 왈 대개 등산객이 신기 또는 수항에서 전화를 한다고. 해서 신기에서 등산객을 주로 태우는 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기 버스정류장을 지나 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거로 생각되는 밑으로 내려가며 좌로 보이는 산으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이미 산행기에서 본 이끼계곡을 가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저 두타산을 오르는 게 목표였다. 그때 농장에서 일하고 있던 두 주민을 만나 두타산을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은 수항으로 가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이 뒤로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저게 두타산이라고 했다. 해서 그 주민에게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묻자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 계곡을 건너면 등산로가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주민이 지나는 말로 "거기는 상수도 취수장인데…"라고. 그 말을 듣자 산행기에서 본 이끼계곡 초입이 떠올랐고, 내가 제대로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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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앱의 지도를 보며 두타산 쪽으로 올라가자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산행기에 본 신기 버스 정류장이다. 그럼 내가 제대로 왔다는 거다. 그리고 계곡을 건너는 도로가 나왔지만, 확신이 없어 건너지는 않고 계속 위로 올라가자 계곡 건너편으로 산행기에서 본 컨테이너 건물이 나왔다. 그런데 계곡을 건너기에는 도로가 너무 높았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계속 올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오대천으로 합류하는 계곡이 보였다. 그 순간 저기가 이끼계곡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제대로 온 거다.길이 무너진 곳을 미끄러지듯 내려가 오대천을 건너 이끼계곡이라고 생각되는 계곡으로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오르니 눈에 보이는 바위는 전부 이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속 올라 길 같은 게 보여 계곡 우측 옆으로 올라가니 리본이 보이고 산행기와 주민이 얘기했던 상수도 취수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계곡을 따라 난 이끼 낀 길이 있었다. 10시 58분에 이끼계곡으로 들어와 12시 11분에 임도에 도착했다. 이끼계곡은 시간상으로 대략 1시간 10분거리의 계곡이었다. 서울에는 주중에 비가 내렸는데 이곳 진부는 비가 오지 않았는지 오대천이나 박지골이나 물은 많지 않았지만, 계곡은 서늘했다. 한여름 도로는 아스팔트를 따라 올라오며 땀이 비 오듯 했지만, 계곡에 접어들자 한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해서 여름에도 어름을 볼 수 있는 박지골이라는 소리를 듣는 듯했다.
임도에 올라서 산행기에서 본 대로 앞이 아니라 뒤로 돌아보니 나무에 잔뜩 달린 리본이 보였다. 임도를 따라 뒤로 20여 미터 내려가 두타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길은 거의 너덜로 경사가 꽤 급했다. 아까 마을에서 만난 주민이 뒤로 보이는 산이 두타라고 했을 때. 아니 저렇게 낮은 산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해서 그 마을의 해발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하니 550m 정도에 불과했었다. 두타가 해발 1,390m 정도니 800여 미터를 올라가야 했다. 산이 가까우니 그만큼 경사가 심할 수밖에. 숲이 울창해 햇볕이 들어오지 못해서인지 습기가 많아 이끼 산이 된 듯했다. 덕분에 한여름임에도 서늘했고, 바위는 미끄러웠다. 그리고 숲은 물기를 머금고 있어 바지 밑단과 신발은 숲을 지나며 젖었다. 당연히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임도에서 두타산을 오르기 시작해 45분이 지난 12시 55분에 이번 산행 최초로 이정표를 만났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이 400m 남았다고. 거의 분지나 다름없는 길을 가 1시 8분 정상에 도착했다. 두타산 정상에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위기를 보니 두타산 정상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파리가 엄청나 그것을 피해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팀으로 보였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인증을 찍은 후 정상주를 마시기로 했다. 미옥이 준 초화주와 내가 들고 간 참외를 안주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했다. 정상석 옆에 앉아 초화주를 꺼내고 참외를 깍아 병나발을 불었다. 미옥이 잔도 같이 줬을 거라곤 생각을 못 했고, 아침 배낭을 쌀 때 잔을 챙겨야지 했다가 바쁘게 나오느라 그냥 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따라 마실 잔이 없었다. 그 모습을 사진 찍어 텔방에 올리니 미옥이 잔도 같이 줬다고. 그러나 이미 술은 다 마시고 배낭을 싼 시점이라.
그렇게 정상석 옆에서 병나발을 불고 있는데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이 올라왔다. 어디서 왔는지 묻자 휴양림에서 출발했다고. 대략적인 하산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 얼마나 걸렸는지 다시 물었다. 그러자 2시간 반이 걸렸다고. 그 부부가 인증을 찍을 수 있도록 모든 짐을 들고 정상석을 비워주고 구석으로 가 마저 한잔하고 하산을 위해 배낭을 쌌다. 그리고 정상 주변을 둘러보니 저 멀리 높고 낮은 산이 보였다. 유명한 산으로 보였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 수가 없었다. 안내판이라도 하나 설치했으면 좋을 텐데. 동쪽으로 정상에 탑이 있는 산은 함백? 남쪽으로 보이는 거는 가리왕산?
정상을 떠나기 전에 미옥에게 전화해 휴양림 쪽으로 하산을 시작하니 두타산 쪽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다리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왔다 중간에서 만나 같이 내려가는 거는 가능할 거 같아 산행 시작 전 택시에서 했던 얘기다. 그리고 내려가는데 굵은 빗방울 몇 개가 떨어졌다. 비? 분명히 주말에는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설마 이번에도? 몇 방울 떨어지고 더 오지 않아 걱정을 버리고 1시 45분에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가니 처음 정상 아래에서 들렸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7명으로 이루어진 팀으로 그 팀도 점심을 다 먹고 하산하기 위해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몇 마디 주고받고 아차골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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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는 야생화와 산딸기밭으로 변해 있었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딸기를 따서 맛을 보고 꽃도 사진 몇 장 남겼다[보기]. 급경사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 라면 끓일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2시 45분에 계곡 정상에 적당한 장소가 보여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이 끓는 동안 미옥이 준 잔을 찾아 초화주도 한잔하고. 라면을 안주로 초화주를 마시고 있는데 아까 그 팀이 내려와 나를 지나치며 내가 있는 곳의 물을 마실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물을 준비하지 못한 거로 보였다. 그런데 계곡의 물 상태가 마실 상황이 아니라 그대로 얘기해 주었다. 인원이 적으면 내 물을 줬을 테지만, 7명이나 돼서 줄 수도 없어 조금 더 내려가면 깨끗한 물이 있을 테니 그걸 마시라고 얘기하고 말았다.
라면을 다 먹고 운봉표 안주로 초화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며 빗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숲이 울창해 비가 직접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소리는 장난이 아니었다. 이번에 또 기상청에 당하는 순간이다.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모자를 달고 입었다. 그리고 지퍼를 올린 후 카메라를 그곳에 넣었다. 폰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비를 흠뻑 뒤집어쓰고 임도에 도착한 시각이 3시 42분이다. 비가 쏟아짐에도 증거를 남겨야 할 거 같아 카메라를 꺼내 동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내리는 비에 하체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 꼴이고 등산화에도 비가 들어가 질퍽거렸다. 다행히 바람막이는 바람뿐만 아니라 비막이로도 훌륭했다.
4시 21분에 미옥이 기다린다고 했던 털보바위에 도착했다. 당연 비가 오니 미옥은 이미 내려간 거로 보였다. 바위에 털보라는 명칭이 붙여진 이유는 바위에 잔뜩 낀 이끼 때문으로 보였다. 4시 35분에 휴양림에 도착하니 쏟아지던 폭우가 가랑비로 바뀌어 핸드폰을 꺼내 미옥에게 전화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하산을 시작해 이제 막 휴양림에 도착했다는 얘기에 밑을 보니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비를 뒤집어쓴 미옥이 보였다. 지금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 비와 계곡- 상황이니 최고의 흥분 상태였다. 그리고 홍수 방지를 위해 설치한 물막이에 들어가 수영하자는 걸, 휴양림 앞 계곡에서 탁족이나 하자고 간신히 뜯어말렸다. 하긴 둘 다 비를 뒤집어쓴 상태라 그대로 물에 들어가도 문제 될 거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어차피 계곡에서 놀 생각이라 그 준비를 해왔고.
같이 길을 가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해 계곡을 보니 무릎 정도 깊이의 물이 보여 그리로 들어가 난 탁족을 미옥은 탁신을 했다. 두타산이 춥고 비까지 맞아 오한이 날 정도라 계속 물속에 있을 상황이 아니라 대략 5분 정도 노닥거린 후 수항 노인정을 향해 내려갔다. 그 내려가는 길 양옆에는 펜션과 잘 만들어진 전원주택이 줄을 이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택에는 복숭아, 자두, 사과, 보리수 등의 유실수가 많이 심겨 있었다. 그중 질 익은 보리수는 주인 허락을 얻어 미옥이 봉지로 하나로 따둔 걸 얻어먹었다. 주인 말에 의하면 보리수는 하나씩이 아니라 한주먹씩 먹어야 맛있다고 해서 두 주먹을 먹었다. 그리고 길가에는 산딸기도 즐비했다. 물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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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닥거리며 내려가 5시 30분에 수항리에 도착했다. 10시 32분에 시작해 5시 30분에 산행을 종료했다. 내가 알기로 수항 노인정 버스 정류장에서 진부 터미널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6시 20분에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 주민과 동네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미옥은 노인정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추워죽겠는데 반바지라니. 하긴 흠뻑 젖은 옷보다야 낫겠지만.
진부에서 6시에 출발한 버스가 수항에서 유턴을 해 진부로 돌아가는 거로 6시 15분경 우리를 지나쳐 6시 22분에 노인정 정류장에 도착했다. 펜션을 운영한다는 마을 주민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 6시 46분에 진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버스에는 7월 1일부로 버스 시간이 변경되니 시간표를 가져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시간표는 다 가져갔는지 없었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버스에 타고 있던 주민이 터미널에 가서 사진을 찍으라고. 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변경된 진부 시내버스 시간도 확인했다. 확인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내가 알고 있던 시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표적인 게 이번 산행의 시간 기준이었던 진부발 신기리행 버스가 10에서 9시 45분으로 변경되었다. 열차를 놓치지 않고 시내버스 시간을 10시로 믿고 행동했다면 크게 낙담할 뻔했다.
어떻게 될지 몰라 서울행 버스표는 나중에 사기로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부에서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 2018년 1월 20일 창우, 흥수와 가리왕산[산행기] 산행 후 마을 주민이 추천한 식당에서 먹었던 기억이 나 그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식당명과 위치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과거의 사진으로 우리가 먹은 게 오삼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오삼집만 찾아 돌아다니다 미옥이 마을 주민에게 오삼불고기 잘하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 그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며 당시 산행기를 보니 식당명까지 있었구만. "자연식당"
사람에게 묻고 앱에 물어 식당가에 도착해 마침내 "자연식당"을 찾았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옆집 돼지엄마네에 들어가, 삼겹살과 이슬이를 주문했다. 삼겹살이 익을 동안 밑반찬 안주로 이번 산행을 무사히 마친 걸 기념하는 건배를 했다. 갓 지은 밥과 직접 만든 반찬 그리고 텃밭에서 키웠다는 상추 등으로 정말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이슬이 두 병을 비우고 시간이 늦어 버스를 버리고 KTX로 서울로 가기로 했다. 후식으로 주인장이 준 복숭아를 먹은 후 식당을 나와 택시로 진부역으로 향했다. 9시 22분에 역에 도착해 9시 50분 차로 청량리까지 표를 샀지만, 그 차가 서울역까지 가는 거라 그냥 서울역까지 갔다. 그리고 서부역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 11시 30분경 도착했다.
애초 계획대로 '신기리 버스정류장 → 오대천 → 박지골 → 너덜지대 → 임도 → 능선 안부 → 두타산 정상 → 안부 삼거리 → 아차골 → 휴양림 임도 → 털보바위 → 휴양림 관리사무소 → 수항 노인정 버스정류장'의 14.81km(트랭글 기준), 7시간 9분의 오지 탐험을 했다. 이동 6시간 휴식 1시간 9분으로 평속 2.40km/h였다. 박지골은 말 그대로 오지 험해 속도를 내기 쉽지 않지만, 나머지 구간은 다른 산과 비교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진부에서 자연식당에 이어 돼지엄마를 발견한 산행이다.
시내버스 시간이 변경되고 시외버스도 편수가 줄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진부 지역 산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꾼이라면 당연히 가봐야 할 곳이 박지골(이끼계곡)이고 두타산이다. 까만 소는 인정하지 않지만, 그래서인지 오지를 다니면 많이 보는 리본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첫댓글 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이랑 하정우 먹방 찜쪄먹을 영상들이네. 멋지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