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은, 중국영화의 걸작이자,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영화다. 요즘 드라마로 만들어 새로 편집하여 방영하고 있는데, 시진핑 때문인지 원작의 의도를 많이 훼손 시켜 아쉽다.
중국의 봉건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과 외세의 침략을 이겨내고, 공산국가를 와성시킨 절대적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역사에 있어, 아편전쟁은 동아시아의 강국이, 자본주의 제국국가에 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힘 없이 무너진 나라에서 각 지역의 군벌들이 각자의 이념으로 싸우다가 드디어 모택동이 이끄는 농민혁명군이 통일한다.
그러나, 소련이 실패한 집단농업을 흉내내다가, 다시 한번 국가라는 틀에서의 타발적인 강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중국은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로 지구를 제패하기 위해 미국과 경쟁 중이다.
자신들이 당한 19 세기 제국주의의 망령을 잊어 버린 거 같다.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는 국가주도의 제국주의와 별로 다르지 않다.
중국이 실수 하는 것은 또 하나 있다. 과거 중앙정부에서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두었던, 소수민족의 자치공동체를 서서히 간섭하면서 국가권력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2000 년간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버틴 저력 뒤에는, 각 지역마다 스스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살아오던 소수민족의 힘이 컸다. 중앙정부와 작은 공동체들은 서로 상호보완 작용을 한 것이다. 우리의 역사도 따지고 보면 중국 중앙정부와의 교류와 호흡에서 벗어날 수 없다.
"18살 추알은 가난한 죄로 나귀 한마리와 맞바뀌어 50이 넘도록 독신으로 있는 양조장 주인인 리서방에게 팔려간다. 사랑도 모르고, 남편의 얼굴은 더더구나 모르는 채 가마를 타고 신랑집으로 향한다.
흔들거리는 가마 문틈으로 보이는 츄알의 가죽신에 가마를 맨 유이찬아오는 눈을 뗄 줄 모른다. 가차없이 내리쬐는 햇볕으로 가마꾼들의 벗은 상체가 번들거린다. 유이찬아오의 우람한 몸을 보면서 추알은 야릇한 흥분을 느낀다.
드디어 산행길에 올라 친정으로 가던 날, 젊은이들은 붉은 수수밭에서 뜨겁게 맺어진다. 남편이 살해되는 바람에 과부가 된 추알이 혼자 힘으로 양조장을 재건한다. 친정에 가는 날 수수밭에서 그녀를 범한 유이찬아오는 그녀와 동침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떠벌려 그녀를 괴롭히고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는 등 말썽을 피운다. 그리고 추알을 덮석 안아들고 자신이 주인이라고 안채로 들어간다. 그런데 유이찬아오가 오줌을 눈 고량주는 어느 해보다 맛있는 고량주가 돼 18리 고량주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유이찬아오가 추알의 남편으로 양조장을 돌보게 된 뒤 양조장에 가장 나이많은 일꾼인 라호안이 사라진다.
그로부터 9년 후 마을의 평화는 들이닥친 일본군에 의해 깨지고 만다. 수수밭은 군영도로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고 항일 게릴라로 활동하던 라호안은 산 채로 잡혀 가죽이 벗겨지는 형벌 끝에 죽고 만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고량주에 불을 붙여 기관포를 앞세운 일본군과 싸운다. 전투 중에 추알이 일본군의 기관총 세례 아래 쓰러진다. 뒤늦게 터진 폭탄으로 수수밭은 온통 화염에 쌓인다. 삽시간에 수수밭은 피로 물들고 대지 위에 불사조처럼 유이찬아오 부자가 우뚝 선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피덩이 같은 붉은 해가 이글거린다."
붉은 수수밭과 이글거렸던 태양은, 봉건제도에 반기를 들었던 유이찬아오와 제국주의 일본과 싸웠던 라호안의 위대함을 암시하는 메타포였다.
아름답고 치열했던 중국이, 제국주의 국가를 흉내내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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