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서혁신도시의 사옥들은 거의가 우리 지역에서는 생소한 명칭과 기능들이다. 한국감정원 신사옥은 지난해 9월 건축 완성과 함께 혁신도시에서 두 번째로 이전하였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정부출자기관으로 설립되어 지난 40여 년간 서울에 본사를 두고 감정평가,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 보상수탁사업 등을 수행해 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최근에는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등 공적 기능과 전국지가변동률 조사 등 감정원 기능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신사옥은 지하 1층, 지상 13층(부지면적 2만1천405㎡, 건축연면적 2만1천838㎡) 규모의 시설이다. 근무 인원은 330여 명이다. 사옥은 혁신도시 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다. 전체 혁신도시 중앙의 중심상업지구와의 결점으로서, 고속도로와 평행하게 진입하는 도시 메인 도로와 중심상업지구가 만나는 그 교차 지점에 한국감정원이 있다.
동측 모서리로 돌아 게이트를 통과, 주차마당으로 진입하면 건물의 뒷부분에 이르고 서측의 별관 연수동(5층)이 본관 매스에 연결되어 있다. 주 진입은 필로티 하부인 완충공간을 거쳐서 로비로 진입한다. 도로 측 정면과는 다른 분위기다. 교차지점 모퉁이 오픈 스페이스는 공개공지로서 수공간 분수대 무대 데크 조경으로 구성된 시민 소공원이며 무대 데크에서는 가끔 오픈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접근성이 어렵다는 신사옥들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저층부 공간은 울타리가 없고 로비, 식당, 카페, 운동장까지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는 것은 다른 공공기관의 모범이 될 듯하다. 값비싼 재료와 공사비, 특이한 디자인, 그들만의 시설 전용화, 외부에는 폐쇄된 동선 공간은 좋은 건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세금으로 지어진 건축과 시설이기에 가능한 한 시민들에게도 개방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이어야 할 것이다.
전면도로에 따라 길게 가라앉은 150m에 이르는 수평 매스는 전통건축에서의 누마루를 의도하는 듯하다. 12층 높이의 주 업무동과의 수평 수직의 선연한 구별로 엄격함, 분명함이라는 잣대를 느낄 수 있다. 도로 스케일에 따른 긴 수평 매스는 혁신도시의 산만함과 단절감에 연속성과 안정감을 주는 도시적 장치로 해석하면서 건축적 성과로 평가하고 싶다.
저층부 2층은 강당(300석)과 대`소회의실이 있고 특이한 점은 로비 상부 건물의 중심 부분에 식당과 휴게실 카페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식당은 환기, 동선 문제로 외기에 근접하거나 뒷부분에 배치한다는 통념을 벗어나 있고 식당과 카페는 시민들에게도 개방되고 있다.
도로 측으로 길게 보이는 3층은 체력단련실, 스쿼시장, 탁구장, 도서관, 동호회실, 노조사무실 등이 야외 조경공간과 연계되어서 넉넉해 보인다. 1층에는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있었다. 혁신도시 사옥들의 공통점은 운동시설, 후생시설 공간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도 직원 가정의 지역 정착률이 20% 정도다. 고립된 환경에서의 그들의 실질적인 공간일 것이다.
건축설계 콘셉트는 ‘정안루’(正眼樓)이다. 바르게 보는 마루, 바른 눈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한국감정원의 이념을 건축으로 상징화하고 있다.
높이를 강조하지 않는 듯 업무동 입면 파사드는 가로형 사각패널로서 창과 면을 지그재그 형태로 만든 기하학적 구성이다. 창의 모듈 패턴으로는 파격적이다. 사무실 안에서는 당연히 일상적 창과 벽이 아니라 눈높이에서의 벽도 생긴다. 그 입면의 구성은 뒷부분 연수동의 발코니 입면에서도 펀칭메탈로 구성한다. 눈높이 채광 조망의 일탈을 깨트리면서 디자인 일관성을 지속한다는 것, 설계자의 의지력과 설득력에 건축주의 이해력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건물의 주 포인트는 업무동 11, 12층 높이에 돌출된 유리박스이다. 고속도로에서도 먼저 눈길을 끄는 상징디자인은 세상을 바로 바라보는 ‘정안’이라 한다. 건축에서 상징과 사물만을 강조하는 것은 표제건축에 이르기 쉽다. 그러나 적당한 스토리가 구성되지 않는 건축은 무미건조할 것이다. 실내정원이 있는 그 유리박스는 고속도로와 도시 원경을 바라볼 수 있는 도시의 창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 고효율 LED 조명기구 등을 사용해 에너지 사용량 절약으로 ‘에너지효율 우수기관상’을 수상하게 된다고 변성렬 홍보실장은 이야기한다.
뒤로는 한국가스공사 사옥이 있다.
글= 최상대 / 한터건축대표, 전 대구건축가협회회장, 전 대구예총회장
사진= 한국감정원 조감도와 매일신문 DB 사진.
매일신문 공식트위터 @dgtwt / 온라인 기사, 광고, 사업 문의 imaeil@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