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부심이 있는 이탈리아인 아내를 두면 생기는 일
1970년대 스위스 네슬레 본사에서 일하던 에릭 파르브에게는 이탈리아인 아내가 있었습니다. 한국인에게 맵부심이 있다면 이탈리아인에게는 ‘커피 부심’이 있는데요. 에릭 파르브의 아내도 커피 부심을 부렸죠. 아내의 부심을 견디다 못한 에릭 파르브는 이탈리아 카페 투어를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찾아 만들어내 아내의 부심을 멈추게 할 생각이었죠.
그는 이탈리아 카페 투어 중 로마에 있는 Caffe sant’Eustachio에서 진짜 맛있는 커피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곧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내는데요, 바로 압력에 있었습니다.
당시 에스프레소 기계는 펌프의 레버를 당겨 그 압력으로 추출했는데요. 대부분의 카페에서 펌프 레버를 1회만 당기는 것과 달리, 이 카페에서는 펌프질을 3~4회를 해 강한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했죠.
이렇게 더 많이 펌프질하면 더 많은 공기가 커피에 들어가 산화되고 더 두껍고 거품이 많은 크레마가 만들어져 더 좋은 풍미가 만들어지죠. 게다가 아로마의 산화도 증가하고 에센셜 오일이 더 추출되어 향도 더 좋아집니다.
스위스로 돌아온 에릭 파르브는 이 커피를 재현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분쇄커피에 압축 공기를 가득 채운 에스프레소 캡슐이었죠. 이 캡슐에 뜨거운 물이 들어가기만 하면 크레마가 풍부한 이탈리아 존맛 커피가 되는 것이었죠.
그렇게 파르브의 존맛 캡슐커피가 만들어졌지만, 바로 상용화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시대였기 때문에 네슬레는 값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이 시장성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10년이 지난 1986년에서야 파르브의 캡슐 커피가 출시되는데, 그게 바로 네스프레소(Nespresso)가 탄생한 순간이었죠.
캡슐커피는 처음에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아닌 사무실, 호텔에 납품하는 상업용 제품이었는데요. 스위스와 일본에 출시했으나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략을 변경해 1988년에는 상업용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고급 제품으로 재출시했고, 심지어는 고급화를 위해 캡슐의 가격을 50%나 인상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후 시티즈(CitiZ), 에센자(ESSENSZA), 한번 사면 고장이 안 난다는 픽시(PIXIE), 버츄오(VERTUO) 등등이 출시되었죠. 참고로 네스프레소가 만든 캡슐은 2012년에 특허가 풀려, 다양한 곳에서 호환 캡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릭 파르브와 사모님 사진. 사모님이 활짝 웃고 계신 걸 보니 다행히 캡슐 커피가 맘에 드신 것 같네요^^
원문: 사소한 것들의 역사
첫댓글 커피 중독자인 저에겐 이런정보들이 참 좋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