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은서에게
은서야, 이틀이 지나면 네 네 번째 생일이 돌아와서 다섯 살이 된다. 축하한다. 늘 즐겁고 건강하게 자라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우리 은서가 있어서 행복하단다. 더구나 네 엄마가 임신해서 몸이 불편한데도 한 달에 두세 번씩 우리 집에 와서 은서와 같이 놀면 세상의 기쁨이 온통 내 거라는 착각이 들 정도가 된다. 그만큼 너는 소중한 우리 보물이다.
올해부터 유치원 다녀서 더 의젓해져서 보기가 좋다. 갈수록 이뻐진다는 말도 빼서는 안 되겠지? 다음 달에 동생이 태어나면 은서는 이제 누나가 된다. 지금까지는 은서 혼자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엄마와 아빠가 동생한테도 신경을 쓰다 보면 전과는 많이 달라서 섭섭하다는 마음이 들 거야. 그래도 은서는 잘 견뎌 내면서 동생을 아껴 주는 누나가 될 거라고 믿는다. 할아버지는 남매가 사이좋게 손잡고 다니는 걸 미리 그려 보면서 웃는단다.
은서야, 할아버지는 네가 나무와 흙 장난을 좋아해서 기분이 좋다. 지난번에는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많이 주어서 집에 가져가는 사진을 보고 나무꾼이 되어 땔감을 마련한다며 한참을 웃었다. 겨울에는 제주도에서 귤도 잠깐 따 봤는데 가위로 꼭지를 자르는 데 성공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올해 귤은 은서와 함께 따도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놀이터에서 풀과 나무와 개미를 살펴보면서 마음껏 뛰놀아 제대로 가위질할 수 있게 손힘도 기르자.
은서야, 요즘에 네가 영어 동영상 <<페파 피그>>를 몽땅 외우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상황에 맞게 실생활에서도 영어를 쓰는 걸 보면 뜻도 아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글 동화책이었는데 이제는 영어로 바뀌었다. 말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외국어까지 하는 걸 보면서,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책까지 읽으면서도 말은 한 마디도 못 하는 할아버지는 그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나도 은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페파 피그>> 동영상을 보면서 영어 회화를 공부해 보려고 한다. 외국어 학습이 뇌를 젊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니까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니 은서 네가 고맙다. 지금도 어색한 내 발음을 듣고 따라 하라고 되풀이하는데 은서가 할아버지의 선생인 셈이다. 고맙다.
2024년 4월 7일에 우리 예쁜 은서만 생각해도 저절로 웃게 되는 할아버지가 썼다.
첫댓글 은서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멋진 편지를 써 줘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 부럽습니다. 꾹꾹 누르며 말씀하시는데도 기쁨과 행복이 옆으로 삐져나오네요.
교수님!
저도 손주 태어나면 교수님처럼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서 주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글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줄 수도 있다지요?
손녀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