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세월이 가면/(노래) 김희진
https://youtu.be/WFqAATUGKGg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에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 작사, 이진섭 작곡, 노래 나애심. 1956년)
※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차츰 복구되어 제 모습을 찾아가던 1956년 이른 봄이다. 명동
한 모퉁이에 자리한 주로 막걸리를 파는 '경상도집'에 송지영(宋志英), 김광주(金光洲), 김규동
(金奎東) 등의 문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가수 나애심(羅愛心)도 함께
있었다. 몇 차례 술잔이 돌고 취기가 오르자 일행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하는데, 나애심은 마
땅한 노래가 없다고 청을 거절했다. 박인환이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즉석에서 시를 써 내
려가고, 완성된 시를 넘겨받은 이진섭(李眞燮)이 단숨에 악보를 그려갔다. 나애심이 그 악보를 보
고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바로 <세월이 가면>이다.
※ '나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이별 노래)라고 정호승 시인의 시를 노래했던 가수 이동
원이 2021년 11월 6일 별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 조선일보 칼럼 '만물상'에는 음유시인 이동원을
기리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 시를 가사에 곡을 붙여온 전통의 맥이 끊긴 것 같아 아쉽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가을편지)도 고은 시인의 시가
이동원을 통해 국민 애창곡으로 거듭났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향수) 이동원 최고의 작품으로, 정지용
시인의 시가 명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푸르른 날)는 서정주 시인의 시를 송창식이
불렀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세월이 가면)라는 노래는 박
인환의 시가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