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로 운전면허 딴 날 / 강유선
28살 때쯤에 운전면허를 딴 것 같다. 일로 필요해서 얻긴 했는데 차를 몰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시험 본 날이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다. 학원에서는 평소에 가르쳐 준 사람과 감독관으로 오신 분이 달랐는데 너무 대충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셨는지 시험관이 이대로 나가면 죽는다고 꼭 연수받으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실 내가 잘하지 못하니까 대신 운전대를 많이 잡아주기도 하셨다. 그래서 취득하고 나서는 오히려 쉽게 딸 수 있도록 한 국가의 규정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일이 이뤄질 수 있었던 거는 동료의 어머니가 강사였기 때문이다. 통과시켜 주라고 부탁해 놓으셨다. 목숨을 담보로 한 건데 괜히 편법을 썼나 하는 생각에 나 자신을 탓했다. 어리석은 것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 아직도 무서워서 쉽사리 도로를 못 타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반드시 무사고 운전자가 될 거다. 꼭 우리 엄마, 아빠의 전용기사가 되어줄 것이다. 아버지께서 가고 싶다는 데는 다 모셔다드릴 거다. 사실 안압이 높아져서 눈의 혈관이 터진 적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시야가 절반은 가려져 있으시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가장 노릇을 허투루 하지 않으셨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이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 같았다. 찬바람 맞아 가며 키워 준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 양친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중환자실에 있던 엄마께 가는 길에 택시기사님으로부터 눈물 콧물 쏟으며 들었다. 진짜 잘 돼 은혜를 갚고 싶다. 바라는 대로 됐으면 좋겠다. 사진 찍기 좋아하시고 멋진 풍경 보시며 힘을 내시는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차는 이제 결혼하면 장만하려 한다. 시장도 봐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 갖다 드려야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으로는 늘 높은 속도에도 무서워하지 않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훗날에는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길 간절히 바라 본다.
첫댓글 효녀시네요. 황정혜 선생님은 행복하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운전면허를 따고 도로주행은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운전대 잡으려면 실기 주행을 여러 날 하셔야지요.
면허에도 인맥이 많이 작용했군요. 하하.
부끄럽습니다. 선생님
지금도 넘치게 잘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열심히 사는 모습 대견하고 사랑스러워요.
고맙습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데 다 모셔야 드리겠다는 그 다짐, 꼭 지키세요. 저는 아버지가 그렇게 차 타고 다니시기를 좋아하시는데 제가 하고 싶을 때만 해서 후회가 많아요.
선생님. 말씀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