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탑승교와의 충돌로 항공기 동체가 찌그러진 모습 ② 사고 후 임시방편으로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 ③ 사고로 레일이 이탈된 탑승교 ④ 사고 후 탑승교 레일이 밑으로 밀려 내려와 있는 모습
지난 12월 7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고 3일째을 맞으면서 인천공항의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케세이퍼시픽 소속의 항공기와 탑승교가 접현하는 과정에서 접촉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9일 오전 8시경에는 탑승동 111번 게이트에서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066편(A333기종)이 승객을 내리고 항공기와 탑승교를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항공기 왼쪽 동체와 탑승교가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인해 탑승교는 체인이 손상되고 항공기는 동체 하부가 30cm 정도 찌그러졌다고 노조는 전했다.
항공기 동체는 비행할 때 매우 큰 기압차를 견디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찌그러진 부분은 비행 중에 고압을 이기지 못해 찢어질 수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고 항공기는 임시방편으로 수리를 하느라 출발이 예정시간보다 약 3시간 지연돼야 했다.
사고 이후, 111번 2호기가 폐쇄돼 사용이 중지됐고, 에어프랑스 소속 항공기는 도어 2개 가운데 1개만 개방해 승객을 이동시켰다고 한다.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사고 당시 탑승교 운전은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이 맡았었다.
말다툼에 대한 보복으로 출입정지?
9일 오후 2시경에는 탑승교 하청업체가 조합원 3명에 대해 출입정지 조치를 했다. 이유는 인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 정규직 직원과 노조 조합원과 말다툼 때문이었다. 이는 노조 간부 3명에게 현장출입을 정지시킨 것에 이어 추가적으로 취한 조치다.
노조 측의 설명에 따르면, 출입이 정지된 조합원들의 경력은 “각각 13년, 6년, 10년인 베테랑”이다. 탑승교 운전이 미숙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출입마저 중지시킨 것에 대해 노조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 일로 노조는 조합원 전원의 업무거부 여부를 놓고 긴급회의를 열기까지 했다. 노조는 조합원의 해고가 발생하면 전 조합원이 업무거부를 단행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인천공항의 성격상 출입정지는 해고와 직결될 수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내달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늦은 저녁 무렵에 이들에 대한 출입정지가 풀려 업무거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공항공사, 하청 계약해지 까지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단행하게 된 이유는 공항공사가 근로조건 개선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음에도 대화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노조는 당초 지난 11월 16일 ‘무기한 전면파업’을 계획했으나 바로 전날 공항공사가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임에 따라 계획을 2주간 유보했었다. 그런데 공항공사는 노조와의 대화는 회피하면서 업체별 용역근로자 대표를 선정해 40분씩 간담회를 진행했다. 결국 간담회는 “공항공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결론만 낸 시각끌기용에 지나지 않았다.
노조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요구를 하향 조정하며 공항공사와의 원만한 협상을 도모해왔다. 근속수당은 4만원에서 2만원으로, 명절휴가비는 기본급의 50%를 요구하던 것에서 일괄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교통비는 22만원에서 3만원만 인상하는 것으로 요구사항을 조정하며 한 발 물러섰다. 또,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의 10% 이내에서만 자율적인 계약금 인상이 가능하다”는 공항공사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공항공사는 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공항공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고용주체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노조가 다시 파업을 단행하자 노조의 요구에 무반응으로 대응해오던 공항공사는 하청업체와의 계약해지를 거론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상 업체는 탑승교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하청업체다. 공항공사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 관련 노동자들 또한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노조는 단 한 명의 해고자가 발생하더라도 조합원 전원이 업무거부를 단행하겠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2월 7일 인천공항 교통센터에서 열린 무기한 파업 출정식 집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