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가 늘었습니다.
자기소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이에게 저를 소개할 때 사회복지학과 실습생이라 하면 좋은 일 한다며 저에게만 시선을 쏟고, 저에게만 물어봅니다.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와줄 사람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희호 씨의 여행을 도와주러 온 사람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옆에서 듣던 김희호 씨는 어느새 나를 동생, 학생이 아닌 선생님, 언니,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 부릅니다. 이따금 혼동합니다. 그러니 ‘해줘’가 그사이에 늘어난 듯합니다. 경계합니다.
비가 내립니다. 한글교실 가야 하니 한 손에는 우산, 어깨 한쪽에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외출한 날입니다.
어느 순간 가방이 무거웠는지 저에게 가방을 건네며 “해줘(들어줘).” 하십니다. 김희호 씨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 말 한마디로 연약한 사람이 되고 맙니다. 심부름하는 모양새로 돕는 것은 정말 연약한 부분을 도울 때입니다. 예민해지고, 자존심 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요. 김희호 씨가 오늘 부탁한 것은 “대신 (음식) 주문해줘, 대신 가방 들어줘, 우산 들어줘, 가방에 넣어줘.”입니다. 전부 김희호 씨가 할 수 있습니다.
도울 수 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데 어딘가를 짚을 손이 없을 때, 빗물에 젖어 종이가방이 완전히 찢겼을 때 해드립니다.
김희호 씨가 처음 저를 보았을 때 마음 그대로, 자기가 언니라고 해주었으면 합니다.
매번 틈이 날 때마다 김희호 씨에게 '언니니까', '희호 씨 여행이니 희호 씨 의견이 필요하다', '희호 씨가 할 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2024년 7월 2일 화요일, 이다정
※참조 1. 김희호, 인사, 24-2, 속심
첫댓글 희호씨 일이니 희호씨가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