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병이 유행할 때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의사를 ‘역학탐정’이라고 부른다.
조류인플류엔자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유리섬유 폐기물이나 소음성 난청 같은 환경병으로 역학조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책은 국내 역학조사 분야의 권위자인 저자가 1년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역학조사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밝혀지는지를 조사하여 메일로 제자들에게 보낸 글을 모은 것이다.
환경병, 직업병, 병원병, 농어민병, 군인병, 감염병 등으로 병을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110개의 질병을 발생부터 원인 탐색과 해결까지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역학을 다루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던 역학조사를 함께 언급, 양국의 차이점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정부와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비과학적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조사가 철저하지 못하고 의사나 정부가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유야뮤야 식으로 마무리 짓는 바람에 그 정확한 결과를 밝혀내지 못해 의료발전이 지연되고 국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병을 다룬 장에서는 미국 환경문제의 상징인‘러브커낼 사건’과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백혈병 아이를 다룬‘시빌 액션’그리고 우리나라의 매향리 사격장 문제와 고잔동의 유리섬유 페기물의 오염문제를 밝혀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직업병에서는 미국의 직업병에 대한 보상제도와 업무관련 평가를 소개하고 있으며, 굴뚝 청소부와 음낭암, 석면과 폐암, 코크스로와 폐암 환자, 트럭운전사와 방광암과의 상관관계 등을 언급하고 있다. 군인병에서는 베트남전과 고엽제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나라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군인들의 소음성 난청 문제가 군인 개인의 문제로 끝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질 문제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사이사이에 의사로서 솔직한 고백을 한다.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던 환자를 냉담하게 대하던 일,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환자를 되돌려 보낸 뒤 수년 후에 병명을 알게 된 일, 우리나라 의료계의 부조리한 조사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의사의 양심선언 같다.
이 책은 새로운 질병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직장인, 군인, 농어민, 병원종사자 등 우리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임현술) 소개>
국내 역학조사의 권위자.
현재 동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52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의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8년간 예방의학, 산업의학, 가정의학 전문의 과정을 통해 역학조사관이 되기 위한 철저한 훈련을 받았다.
탄저병,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 다양한 전염병 조사에 참여했으며 매향리 사격장 소음, 상봉동 진폐증, 고잔동 유리섬유 폐기물 조사 등은 그의 대표적인 역학조사로 이를 통해 주민들의 피해보상에 적극 앞장섰다. 환경병, 직업병, 농어민병, 병원 직업병, 군인병으로 역학분야를 분류하고 많은 사례를 학계에 보고하였다. 현재 한국역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있다. 『환경보건역학』,『산업의학 진료의 실제』,『예방의학』등의 저서를 낸 바 있으며 지금까지 모두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