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흑돼지”
칼로리가 높은 식육돼지는 다산(多産)과 재복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가축이다. 특히 2007년 丁亥年은 백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는 속설 때문에 돼지에 대한 예찬으로 일반 시중에서는 황금돼지의 모형들과 저금통이 유행하고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는 제주도 여행을 하다가 재래식 돌담 안에서 사육되는 몸집이 작은 흑돼지를 봤다. 안내자의 말로는 사람의 인분을 먹고 자라는 제주도의 토종흑돼지는 몸집은 작지만 비계가 없고 육질이 좋아 그 맛이 일반 사료로 사육되는 여느 돼지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인분으로 사육하는 돼지는 없고 다만 산자락 일정한곳에서 놔기르는 흑돼지도 맛이 좋아 전문음식점으로 주문공급하기에 부족하다고 한다.
나는 돼지에 대한 흥미로운 추억을 갖고 있다. 1946년 겨울 일본에서 귀국하여 전라남도 장흥군 부산면 용두리 자미마을에 있는 외가 집을 찾아 갔을 때다. 밤에 변을 보려고 호롱불을 든 이모를 따라 사랑채와 안채건너 편에 있는 헛간으로 갔다. 일본에서 살 때는 안방과 건너편 방사이의 광 한쪽에 수세식은 아니지만 입식형태로 나무뚜껑을 여닫는 변소를 사용했다.
뒷간이라는 변을 보는 측간(廁間)으로 들어가는데 컴컴한 곳에서 바스락 바스락 꿀꿀 꿀 하는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헛간위로 2층처럼 만든 곳에서 변을 보는데 아래쪽에서 새까만 것들이 꿀꿀거리며 움직였다. 호롱불에 희미하게 비추이는 물체의 모습에 너무나 놀라 엄마, 엄마하고 소리를 치며 밖으로 뛰쳐나와 헛간 앞에 풀을 베어다 쌓아놓은 거름더미 옆에서 일을 봤다.
어머니께서 “얘야, 측간에 사는 것이 외갓집에서 기르는 돼지라는 순한 짐승이란다.”하시면서 다음날 변을 보려는 나를 데리고 측간으로 갔다. 어른 한길 보다 더 깊게 판인 반지하의 넓은 공간에 마른 짚 더미가 깔려있고 인기척이 나자 짚 더미와 검불이 많이 쌓여있는 안쪽에서 새까만 돼지들이 꿀꿀거리며 기어 나왔다. 나는 밝은 대 낮이라 안심하고 변을 보기 시작했다. 큰개만큼 한 흑돼지네 마리가 짧고 가는 꼬리를 흔들어대면서 위에서 떨어지는 것과 옆에 놈 등에 묻은 것 까지 다 먹으면서 꿀꿀댔다.
외갓집에 있는 동안 개는 마당에서 살고 돼지는 측간에서 사는 짐승인줄 알고 변을 볼 때마다 돼지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후일 우리 집에서도 토종흑돼지를 길렀는데, 외가 집에서처럼 측간에서 인분으로 기르지 않고 그냥 나무와 돌담을 쌓아 만든 우리에다 길렀다. 어머니께서 아침저녁으로 밥찌꺼기가 들어있는 구중 물에 쌀 등겨를 타서 주고 나는 망태를 매고 냇가에 나가 시금치 잎사귀처럼 생긴 돼지 풀을 베어다 주었다.
명절 때나 좋은 잔치 날 동네에서는 돼지를 잡았다. 나는 구경을 하면서 돼지 요즘보를 얻어가지고 바람을 불어넣어 공처럼 가지고 놀았다. 돼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은 물론 동남아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1969년 파월당시 목격한 바로는 베트남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아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중돼지 정도면 큰 황소 한마리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것을 보았다.
구약 성경 레위기서 11장에 돼지는 부정한 짐승이라고 했다. 이에 지금도 유대교인들과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인들은 식성과 신앙의 양심에 따라 각자의 성향대로 돼지고기를 먹는다. 율법을 완성시키시고 우리를 죄에서 구속하여주신 예수님께서 성도들이 먹는 식물문제로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신약 마가복음 7장에 “⑱…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⑲이는 마음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에 들어가 뒤로 나감이니라 하시므로 모든 식물은 깨끗하다 하셨느니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 역시 돼지고기를 즐겨먹는다.
2007년 1월 26일 청교도 (순담) 최 건 차
E-mail: ckc@swsn.org / ckc5058@paran.com
(http://www.swsn.org)
☎ 031)271-1161, HP 010-9999-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