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가까이 지난 그때
나는 20대의 청춘 이었다
어느날 일요일 형수님과 함께 동네 다방에 들렸다
그 자리에서 집사람(율리안나)을 처음 만났다
그때 집사람과 합석 하신 분이 장모님 이셨다
오래된 일 이라서 그때에
장모님의 표정을 완벽 하게 반추해 낼수는 없을것 같다
장모님 곁에 한분이 더 계셨었는데 처가의 숙모님 이셨다
후에 장모님 말씀을 빌리면
숙모님 께서 장모님께 말씀을 하셨단다
" 저 사람 아마도 마누라 한사람은 잘 챙길것 같습니다"
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고 전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고 결혼을 했다
인연 이란게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는게 능사는 아니고
쉽고 간단하게 맺을수도 있는게 인연이 아닐까?
인연은 만들어지는 순간이 중요 하기도 하지만
더 소중한것은 이후에 잘 다듬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한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장모님 생각이 난다
십여년 전에 하늘 나라 여행을 떠나셨는데
어쩌다 꿈에 찾아 오셔서 격려를 해 주시곤 한다
그런게 장모님께서 둘째 사위를 사랑 하시는 마음이
아직은 뜨겁게 갖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어느날
직장일로 저녁에 한잔 걸치고 홀로 계시는 장모님댁에서
하루를 유(留)하게 되었었다
다음날 장모님 께서는 해장국을 준비해 주셨는데
그게 삼계탕을 준비해 주셨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탁을 잡아 주신다는데 그래서 일까?
한그릇을 비우고
연로 하신 장모님께 송구 스럽기도 하고 해서
얼릉 설겆이를 하려고 설겆이 준비를 하려 하는데
큰 소리로 야단을 치신다
"최서방
큰일을 하여야 할 남정네가 설겆이 같은데 신경 쓰면 않돼
그냥 나두게"
그래도 제가 먹은건 제가 정리를...
"얼릉 저리가 그리고 얼릉 출근이나 하게"
하도 역정스런 말씀 이라서 손을 털고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할수밖에 없었다
그 말씀의 여운이 지금도 남아 있다
큰 일을 하여야 할 남자
그런 남자가 되기 위해 더 노력 해야 하는구나
그렇게 되도록 명심 하겠습니다...
어르신 들의 마음은 그러 하셨다
사내 대장부로써의 기개가 필요 하고
세계를 바라보면서 커단란 꿈과 넓은 마음을 갖고
씩씩한 삶을 살아야 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 장모님의 기대에 비해 부족함을 느끼게 되어 진다
그렇다
그런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하는게 맞다
최소한 자신의 삶을 좀더 알차고 탄탄하게 꾸미고
가꾸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 내야 하고
그런 나를 통해서 가족과 이웃에 도움이 되는 그럼 삶을
살아 갈수 있도록 최선의 최선을 다 해야 마땅 하다
그리고
장모님께 야단을 맞은 또 하나의 다른 사건이 있다
나의 회사와 가까운 곳에 계셨었는데
작고 하시기 전에 우리 부부는 아무래도 느낌으로
어려우실것 같아 아침죽을 만들어 집사람과 함께 찾아 뵈었다
느낌으로 옆에 있어야 하는게 맞는것 같아서
출근을 미루고 주저주저 하고 있는데
여보게 최서방 출근 않하는가?
라고 물으시기에 네 좀 천천히 출근 하려고 합니다
라는 저의 대답에
"회사의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출근을 늦게 하면 쓰나
얼릉 출근을 해야지"
라고 말씀을 하시기에
예
어머님 다녀 오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고 출근을 한 후 한시간 후에
작고 하셨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 말씀이 저에게 주신 장모님의 유언이 되었다
그 말씀을 잘 지켜 내려고
젊은 이들보다 근무 시간을 더 잘 지켜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드려도 부끄럼이 없을것 같다
좀더 야단을 맞더라도 곁에 있을껄....
그런 후회와 아쉬움을 갖게 되어지고 죄송스런 마음이
가득한 건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가 보다
장모님 께서는 사위가 씩씩 하게 열심히 일 잘 하며
이런사람 저럼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기쁨의 삶을 살아 내길
바라고 계시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은
지금의 나의 자녀들에게 내가 바라는 마음과 같다
그런 마음이 부모의 마음의 진정한 사랑임을
느끼고 알아 가게 되는건 칠십이 넘은 오늘에서야
이를 깨닫게 된다는데 아쉬움을 갖게 된다
미사를 매주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는데
늘 집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
옆에서 함께 하는 집사람도 모르겠지만 그런 장모님을
추모 하고 영원한 하늘 나라에서의 복락(福樂)을 누리시길
마음을다해 기도를 드리게 되는데
그런 간절한 기도가 거기 까지 속히도달 되어 지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의 가득한 간절함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태주 시인의 싯귀 한귀절이
생각이 난다
- 묘 비 명 -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시인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그 말씀의 뜻을 헤아린다
그렇다
그런거다
자녀들의 마음속에 그리움을 하늘 나라에 계신 장모님은
시인의 싯귀와 같은 대답을 해 주실것 같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교황청 장관)은
어머님에 대한 기도를 이렇게 하시더라
"어머님 감사 합니다
어머님 저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어머님 뵙고 싶습니다
멀지 않은날에 뵙겠습니다
그럼 그때 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그분의 기도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런거다
살아 있다는게 그런거고 우리들의 사랑이 그런거다
말 안해도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것 이고
그렇게 되어 지는 순환의 굴레속에 우리들이 함께
굴러 가고 있는거다....
입춘이 지났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 이어 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춥다
그러나 봄은 멀지 않으리....
올 봄에는 동산에 계신 장모님을 찾아 뵈어야 하겠다
그리고 보고 드려야 하겠다
잘 지내고 있다고....
혹여 마땅치 않은일이 있으시면 한 말씀해 달라고
이제는 내가 부탁을 드려야 하겠다
그러면서 영원한 평화를 기도 드려야 하겠다.
이렇게 오고 가는 마음의 통로는 오늘도 내일도
잘 다듬어진 행길 같을것 이다
첫댓글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은 옛말이 된듯합니다
지금은 고부갈등이란 말 대신에 장서갈등이란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는 요즘이네요~~ㅜㅜ
시집 보낸 딸을 가진 엄마들과 사위와의 갈등이
예전 고부갈등만큼이나 심각하다고하니~~
이혼을 시키는것도 요즘은 장모라는 말까지~~ㅠㅠ
그래도 09회장님은 장모님 사랑을 듬뿍 받았었군요
요즘 세상에서라도 그만한 사위면 사랑 받을만 하지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