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간단하게 살펴보는 전후 일본 좌파 운동사

[낭트]

일어나라, 저주 받은 자들이여, 지금 그 날이 가까워 온다....

196,70년대 일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인터내셔널가'의 첫소절입니다.

이번에는 세계에서 가장 격렬했고, 후의 일본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일본 좌파 운동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세상이 뒤바뀌었다!

1945년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일본 제국은 그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배자로 들어온 GHQ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제국주의의 잔재를 일소하려 했고, 1947년 일본국 헌법이 반포되면서

사회 개혁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일본국 헌법의 내용을 일본제국 헌법과 비교해 보자면,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천왕에 관한 부분을 보자면,

'천황 폐하는 국가의 주권을 가지신 신성 불가침의 원수이시다' <- 일본 제국 헌법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다' <- 일본국 헌법

천황을 신성 불가침의 존재로 신성시 하던 일본 제국 헌법과는 달리, 일본국 헌법은 천황을 상징으로 한정하며,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인정함과 동시에, 사상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국민들에게 주었고,

'제약 없는' 민주주의를 국민들에게 선사 하였습니다.

1923년 창당 이후 치안 유지법을 근거로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오던 일본 공산당과 일본 사회당은 처음으로

공정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들 정당은 뜨거운 관심속에 약 천만표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제 1야당으로써의

위치를 굳히게 됩니다. 당시 지식인이었던 대학생들은 마르크스 주의와 마오쩌둥 주의를 접하고 '들끓는'혁명정신을

전파하려 하였고, 폐허가 된 국토와 가난한 국민들에게 좌파 사상은 쉽게 전파 될 수 있었고, GHQ당국의 노동조합 설치 권고로 전 직장의 노동조합 구성률이 50% 이상에 이르렀고, 이들은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에 표를 몰아주며 좌파의 세를

넓혀 주었습니다. 바야흐로, '일본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의 건설이 얼마 남지 않은것처럼 보였습니다.

꽃이 피는 좌파운동

1950년 한반도에서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은 미국의 전진기지가 되어 전쟁특수를 누리며 연 13%가 넘는 성장을 보여주며 폐허로부터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북쪽의 소련과 국공 내전에서 승리한 중국 공산당, 남한을 곧 무너뜨릴듯한 북한은 일본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성장하는 경제와 함께 일본 국민들의 우경화에 일조하게 됩니다

그 결과, 1951년 샌프란 시스코 조약을 통해 일본은 국제사회로의 복귀와 함께 주일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게 되었고,

1960년 자유 민주당 기시 노부스케 내각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방일과 미일 안보조약 체결을 합의하여,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써 확실히 국제사회로 복귀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내 여론은 '일본을 전쟁으로 끌고 갈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시선이었고, 2차대전 종전 이후 번영을 구가하게된지 얼마 안되던 때라 반전여론도 강하여, 안보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전국 각지에서 들끓었습니다.

제 1야당이던 일본 사회당과 일본 공산당은 '일본 노동조합 총 평의회'를 통한 시한부 파업을 제시하였고,

전학련이 제시했던 국회 의사당 점거 농성을 극좌 모험주의 노선으로 비난하며 받아들이지 않자, 전학련은 사회당과

공산당을 '친미 보수'정당으로 규정하고, 이들 정당이 주도하는 파업을 '형식적인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던 1960년 5월 19일 국회 중의원 미일안전보장조약 특별위원회에서 조약이 강행체결되고, 다음날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자유민주당은 국회 내에서 반대 농성을 벌이는 사회당, 민주 사회당, 일본 공산당 의원들을 쫓아내며

중의원 본회의에서 안을 통과 시켰고,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이번 사태는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인식이

일본 국민들에게 퍼지면서, 시민들의 데모 행렬이 연일 국회 의사당을 포위하는등 시위양상이 격렬해지자 기시 내각은

우익 단체와 야쿠자를 동원하여 데모대를 해산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6월 10일 하네다 공항에 입국한 미 대통령 특임관이 데모대에게 포위되었다 구출되고, 6월 15일에는 야쿠자와 데모대가 국회 의사당에서

충돌하여 시위에 참여했던 여대생이 압사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이 때 시위대 측 추산 33만명, 도쿄 경시청 추산 15만명의 데모대가 국회를 포위하자, 기시 내각은 도쿄 부근의 육상 자위대에 치안 유지 출동을 요청했지만,

국가공안위 위원장과 해당 자위대 자위관들이 명령을 거부하면서 자위대의 출동은 무산됩니다.

그리고 좌파는 총과 함께 춤춘다

작금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아사히 신문사를 비롯, 7개의 대형 신문사는, 6월 17일 '의회 정치를 지켜라'는 제목으로

시위대의 과도한 폭력과 사회당의 국회 등원 거부, 공산당과 민사당의 극한 대립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으나,

왜 기시 내각이 이러한 비판을 받는가는 일절 싣지않아 "6월 17일은 언론이 죽은 날이다" 등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6월 19일, 조약은 참의원 결의를 거치지 않은채 자동 발효되었고, 기시 내각은 6월 23일 조약 체결과 관하여 혼란을

일으킨 점을 책임지며 사퇴함에 따라 안보조약 투쟁은 그 막을 내리게 됩니다.

후임이었던 이케다 하야토 내각은 소득 증대 계획을 내세우며 시위대의 복귀를 촉구하였고, 이에 따라 시위대는 급격히

사그라들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실시된 중의원 선거는 길었던 안보조약 투쟁에 지쳤던 국민들이 사회당에 등을 돌리며

자민당의 승리가 예상되었습니다.

10월 12일 생방송 연설회 도중 일본 사회당 당수 아사누마 네지로가 17세 극우파 고등학생에게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충격적인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후에 암살범도 자살하였다고 한다.

위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생방송 도중 사회당 당수 아사누마 네지로가 암살되면서 자민당의 지지율이 낮아졌으나,

이케다 총리가 소란을 가라앉히는데 성공하고, 일본 사회당과 민주 사회당의 후보 난립으로 인해 자유 민주당은

중의원 총선에서 296석을 차지하는 초유의 대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보조약이 자동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정받게되는 형태가 되면서 안보조약 문제는 서서히 잊혀져 가게 됩니다...

그러나 10년의 기한이 정해졌던 안보조약의 연장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68년과 69년을 거쳐 전공투(전국 학생 공동 투쟁 연합)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쟁이 발생하였고, 그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야스다 강당 점거사건과 신주쿠 소란등이 있습니다. 야스다 강당 점거 사건은 전공투 학생들이 도쿄대 야스다 강당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사건으로,

'금각사','가면의 고백'등을 쓴 유명한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와 전공투의 대담으로 유명한 사건입니다.

야스다 강당은 후에 기동대에 의해 농성이 풀렸으나, 이 사건의 여파로 도쿄대는 68학번을 뽑지 않는등, 그 여파가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신주쿠 소란사건은 전공투 학생들이 집회를 벌이자 '무슨 일인가'하고 구경나왔던 학생들과 시민들이 연합하여 시위 군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사건을 말합니다. 이에 당황한 경찰은 도쿄 중심가에 위수령을 발동하고, 시위 주동자를 심야 소란죄목으로 체포하는 헤프닝을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투쟁에도 불구하고 투쟁은 일반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1970년대에 이르러 전공투는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사건을 제외하면 거의 와해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전공투 조직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소극적 투쟁을 주장하는 측과, '혁명 전쟁'을 주장하는 마오쩌둥파로 나뉘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오쩌둥파는 '일본 적군'을 만들고 국가 전복 계획을 세웠으나 경찰의 대대적인 소탕에 그 세가 줄어들게 됩니다. 줄어든 세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 적군은 극좌 모험주의 전술을 택했고, 이는 비행기 납치 사건인 '요도 호 사건'과 10일 동안 30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일본 사상 최대 시청률을 보여주었던 '아사마 산장 사건'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모험주의 투쟁에 질릴대로 질린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에게 표를 몰아 주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투쟁은 다시 자민당에게 표를 몰아주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일본 적군은 본거지를 해외로 옮기고 페루 일본 대사관 인질 사건, 쿠웨이트 일본 대사관 인질사건, 다카 사건 등 굵직한 테러를 일으키며 국제적인 테러 단체로 자리매김 했으나,

2000년 오사카에서 최고 간부인 시게노부 후사코가 체포되었고, 2001년 5월 일본 적군은 단체를 해산함으로써

일본의 좌파 운동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어떤 일본 좌파 운동의 유산 목록

1960년대 안보 투쟁에서 7,80년대 일본 적군에 이르기까지 일본 좌파 운동은 점점 더 국민들에게서 멀어져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선택했던 모험은 국민들의 호응은 커녕 반감만 이끌어 냈고,

이는 자민당 55년 체제에 큰 기여를 하게되었습니다. 반면 일본 사회당과 민주 사회당은 제 1야당에서 밀려났고,

일본 공산당의 경우 겨우 원내정당을 유지할 정도로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일본 적군이 해체된 현재까지도 일본 좌파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의 우경화가 가속되어 주변국과의 마찰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은 절대 좌파에게 유리한 유산이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일본 좌파 운동의 유산 목록'의 일본 좌파 정당 몰락의 계기에 대한 견해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일본 적군파의 과격한 활동이 원인이라는 의견과 동시에 1990년 선거에서 있었던 일본 사회당의 삽질이 원인이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점 참고하세요.

[FatePhilia]

우아... 아까 밑에 경제 올리신거 보고 전공투 같은거 일본 정치 올려보시면 어떠세요? 쓸려다 말았는데 어찌 아셨는지 올라와있네요. 선리플입니다.

[FatePhilia]

그래도 (일본 여행 갔을 때 본 건데) '공산당'이나 '사회당'이 제 이름 내걸고 '일본 공산당입니다. 뽑아주세염'할 수 있는 건 좋아보이더군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하고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반쪽달 8권에서는 패러디 요소로 좌파라는 걸 조그맣게 집어넣기도 했더군요.

[낭트]

제국 시기에 워낙 공산당 인사들을 탄압해서 그런지 일본 선거법을 보면 아무리 막장스러운 후보가 나와도
터치를 못하게 되어 있더군요. 덕분에 토야마 코이치 같은 사람도 떳떳하게 도쿄도지사 후보로 나오고 말입니다.
한국이라면 코렁탕 몇그릇 할것같은 것도 많죠. 국가 사회주의 일본 노동자당이나 혁명적 아키하바라 모에 연맹 같은 정당이나 단체도 있으니까요;;

[FatePhilia]

네오나치인가요 국가 사회주의 노동자당이라. 혁명적 아키하바라 모에 연맹은 당장 검색해봐야겠군요. 끽해야 불심으로 대동단결에 허경영(그것도 남들한테나 코미디지 본인들은 진지하겠지)밖에 안나오는 반도와는 다르군요.

[雜魚屋]

인류는 우리 우량한 아키하바라 노이드에게 관리를 위임해야 하는 것이다! 일어나라 오타쿠여! 지크~ 모에!

[낭트]

다음에 한번 일본 공산당사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공산당이 소수 정당이다보니 한국에서는 자료를 쉽게
구하기 힘들더라구요. 공명당 보다 의석이 적어서리...;;

[포탄퍼부어]

재밌게 읽었습니다.

[낭트]

감사합니다.

[브리]

흥미롭네요 ㅇㅅㅇ...
그래도 공산당이란 이름을 내건다는거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신기하네요.

[낭트]

한국에서 '대한 공산당'같은 정당을 만들면 남산에서 코렁탕을 몇그릇 할 것 같네요ㅋㅋ
사회주의 노동자 연맹 사건 같은 것도 있고 하니까요

[tion5]

여담으로 1970년대 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적군파가 공중납치한 여객선이 북한으로 넘어가려는 위기가 발생하자 우리나라가 김포공항에 인공기 달고 군인들 북한군 복장으로 북한인 것으로 꾸며서 착륙하게 만든 뒤 대테러부대를 편성해서 때려 잡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죠.(작전이라는 것도 없고 그냥 여객기에 진입한다. 보이는 적군파 사살이라서 실행되었으면 민간인들 많이 죽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만 착륙해서 때려잡으려는 순간에 미국 여객기를 적군파가 본 뒤 이상하게 생각해서 노동당 규약이나 공산당 선언(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해보라니까 못 말하는 바람에 들통나서 여객기 북한으로 보낸 이야기도 있죠.

[낭트]

그 사건이 바로 요도 호 사건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적군파 대원이 올해 경제개발 계획이 실시된지 몇 해 째 냐고 물었을 때 대답을 못해서 바로 평양으로 날아가버린 사건이죠..;;

[tion5]

아... 경제개발 계획을 물어본 것 이였군요. 답변에 감사합니다.

[Yusuf]

천황 폐하는 국가의 주권을 가지신
'불구대천'
의 원수이시다 응?

[낭트]

아이고...이래서 사람은 밤시간에 잠을 자야합니다. 소설 읽다가 쓰면 이런 대참사를 불러오지요...;;
불구대천->신성 불가침으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 감사드립니다.

[Charment]

불구대천의 원수 좋네염. ㅋㅋ

[진무공振武公]

일본에서 일왕 까면 암살 ㄲㄲ

[역설신]

선리플 후감상

[양돌]

아 그놈의 우익들 지겨워요 좌파 좀 힘내길- -;

[개굴히]

그냥 빨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