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1 고민의 시작
박지성 22세.
대표팀의 차세대 멀티플레이형 미드필더로
아직은 언론에게 주목받는 것이 어색한,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그에게는 요즘 취미가 생겼다.
부모님이 스크랩해주시는 신문,잡지 기사들을 리뷰하는 것.
오늘도 박지성은 그 중 하나를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특집!!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별명]
아 이거 재미나겠다 후훗
박지성은 생각없이 그 기사를 집어든다.
황선홍..황새(^^)
유상철..유비(맞어맞어 참 단순한 별명이야)
이영표..꾀돌이(욱-!)
안정환..반지의 제왕(역시..멋지다니깐 ㅜㅜ)
그리고.
박지성..애늙은이(...!!!!)
그날밤 이불 속에서 거울 들고 한동안 잠을 못이룬 박지성 22세였다.
#2 선배의 꾸지람
미사리 대표팀 전용연습 구장.
아 오늘도 페널티킥 만번연습을 해냈어.
뿌듯해하며 락커로 들어가는 박지성을 누군가가 잡는다.
"지성아"
"아, 종국이 형"
그 희뿌연 송종국의 얼굴이 오늘따라 더 창백해 보인다.
설마 그 일 때문에 날 부른 건 아니겠지 설마..아닐거야.
박지성은 초조해하며 얼굴이 더 검붉어진다.
"..너 말이야, 요즘 왜그러니"
"네? 형 저 모 잘못한거라두.."
"....왜 요즘 우리랑 같이 안 다녀?"
아차.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옛날엔 젊은 우리랑 잘 지내보자더니 왜 요즘은
태영이형,용수형,상철이형,을용이형이랑 더 친한거야?
나랑 남일이형이랑 영표형이랑 이제 싫어진거야?"
아아 종국이 형 나도 젊은 형들이랑 놀고 싶어.
그렇다.
예전에는 멋모르고 시티보이와 놀아나던 박지성은
어느새인가 자신의 입장이 불리해졌음을 깨닫는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의 김남일.
희꾸무레한 시티보이 송종국.
또릿또릿한 눈망울의 이영표.
그에 비하면 거무죽죽한 농촌후계자 같은 자신.
아아 바보바보 내가 왜 저런 인간들이랑 다닌거야-
그리하여 박지성이 찾아낸 대표팀의 새로운 친구들은
검게 익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목구비의 소유자들.
김태영 최용수 유상철 이을용.
맨날 소주에 막창만 먹으러 다닌들 어떠랴.
자기는 모르는 철지난 유행가를 부른들 어떠랴.
시티보이들과 어울리던 때의 괴리감은 없어진지 오래다.
특히 을용이형은 정말 친형같애..
어렸을 때 헤어진 형제가 아닐까?
"지성아 너 너무 그렇게 나이많은 형들이랑만 다니지마"
"아니에여 종국이형 저 어린애랑도 친해요"
"누구? 누구랑 친한데?"
"....ㅊ...천수요"
박지성이라고 왜 또래와 놀고 싶지 않겠나.
이천수는 박지성이 찾아낸 외모가 비교되지 않는
유일한 또래친구다.
#3 박지성의 영웅-1
박지성에겐 영웅이 있다.
잉글랜드의 축구선수 데이빗 베컴.
특히 베컴의 닭벼슬머리는 박지성에게 한줄기 빛 같았다.
저 머리를 하면...음음..이 촌스러움이 좀 가시지 않을까?
수원에서 엄마가 보내준
꼬깃꼬깃한 십만원짜리 수표를 쥐고
딩크형에겐 거짓말을 하고 땡땡이.
유명한 P헤어스튜디오에 찾아간 박지성.
"베컴머리 해주세요"
흠칫 놀라는 미용실 언니의 얼굴은 들어오지도 않는다.
[꺄 지성오빠 스타일 너무 멋져졌어요]
[박지성 그의 변신은 무죄?!]
[안정환의 대를 잇는 차세대 미남 플레이어]
갖가지 상상을 한다.
"8만원이에요"
아아 이게 진정 나야? 나 박지성 맞아?
그 촌스러운 농촌후계자 박지성 맞냐고!
뿌듯한 마음으로 박지성은 타인의 눈길은 아랑곳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온다.
마침 숙소에는 안정환, 설기현, 이영표등이 이야기하고 있는 중.
아 나도 정환이 형의 멋진 스타일과 나란히 할 수있을거야.
박지성은 그 뒤로 살금살금 걸어가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하는데.
"정환이 형 그 머리 형수님이 해준거라며?"
"어 이거 귀찮아서 니 맘대로 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해주더라"
"야 공짜로 정말 머리 잘 나왔다~솜씨 좋은데"
박지성은 재빨리 뛰쳐나왔다.
아아 너무해
나는 8만원짜리로도 이모냥인데;
저 인간은 공짜로...ㅠㅠ
아깐 몰랐는데 지금에 와서 거울을 보니깐
옛날 시골집에서 기르던 병든 수탉같잖아.
아 쪽팔려 형들 나오기 전에 빨리...
"어 지성아"
"옷은 벗고 샤워해야지"
"너 또 코너킥연습 만번했구나?"
추운 4월달에 수돗가에서 그대로 물을 뒤집어써서
위기를 모면한 박지성. 그날밤도 콜록대며 잠을 못 이뤘다.
#4 박지성의 영웅-2
잘나가는 축구선수 박지성에게도 영웅은 있다.
바로 프랑스의 아트축구를 이끄는 장본인 지단.
지네딘 지단.
젊은 나이에 대머리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이목구비.
하지만 그 화려한 미드필더플레이.
외모에 대한 고민때문에 요즘 잠 못이루는 박지성에게
지단은 축구선배 외모선배 인생선배였다.
아 내일이면 드디어 지단형을 보는구나-
같은 운동장에서 뛰게 되다니 정정당당히 싸워야지
박지성은 뒤척뒤척 잠을 못 이룬다.
다음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프랑스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나선 박지성.
저 멀리서 지단이 가볍게 몸을 푸는 모습이 보인다.
아 떨려
삑-
경기는 시작하고 지단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어제 자기전에 연습한 불어로
나는 너의 팬이다 우리 오늘 잘해보자,를 속삭이려는 순간.
갑자기 저 멀리서 돌진해오는 김남일을 보고
순간적으로 박지성은 몸을 움찔한다.
평소 대표팀간의 연습경기에도 무지막지한 돌진력으로
자기팀에게마저 위협적인 존재인 와일드한 김남일.
이때 반사적으로 자리를 피한 것을 박지성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앗 지단선수 부상이군요!]
크흑 ㅜㅠ
말한마디 못해보고 선수교체.
아 남일이형만 아니었어도 화풀이를 하는건데..
이 화를 어디에다 풀어 ㅜㅠ
그날 밤.
김남일에게 화풀이를 못하는대신
오늘도 홀로 프리킥 만번연습 중인 박지성22세였다.
#5 위로받고 싶어!
미사리구장 구석.
박지성은 오늘도 고민중이다.
아 난 정말 왜 이런 외모로 태어난거지?
이래뵈도 수원출신인데 남들이 다 강원도출신으로 알잖아..ㅜㅠ
명보형 정환이형 남일이형...
최소한 운재형만큼이라도..아냐 상철이형정도라도...
하아-
그래도 내겐 천수가 있으니깐.
그걸로 위안을 삼자.
힘없이 돌아서는데 저 멀리서 설기현이 다가온다.
"지성아"
"아 기현이 형"
"너 요즘 고민있니? 얼굴이 아주 짜부러진 옥수수같아"
(*설기현은 정선출신으로 이런 표현에 아주 능숙하다)
아 어떡하지 한번 말해볼까
그래 입무겁고 신중한 기현이형이니깐.
"실은..."
박지성은 그간 자신을 잠못이루게 했던 고민에 대해
설기현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시티보이 송종국과의 마찰.
자신의 우상 지단을 부상시킨 김남일에 대한 분노.
돈을 쳐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스타일..
"휴우..그동안 힘들었겠구나"
울컥.
자상한 설기현의 위로에 박지성은 간신히 눈물을 참는다.
"하지만 지성아 꼭 외모가 다가 아니야"
역시 기현이형.
형을 믿고 이야기하길 잘했어 뭔가 위로의 말을 해줄듯 싶다.
"나좀 봐라. 넌 그나마 수원이라 낫지. 난 일단 출신이 불리하잖아?
눈썹은 또 어떻게 촌스럽게 굵은지. 입술은 두꺼운데다 뒤집어졌고"
설기현은 얘기를 잠시 쉬고 깊은 한숨을 쉰다.
아 기현이형도 그동안 맘고생 심했구나.
그런데도 네덜란드에 가서 뛰고 있다니 역시 외모가 다는 아니야.
"하지만 지성아, 나 이제는 괜찮다.
남들이 나 촌스럽다고 놀렸는데 지금은 속도위반으로 결혼해서
좀 있으면 애아빠 소리들어. 마누라도 얼마나 이쁜데"
-_-
지금.이게.위로라고.
속도위반이 자랑이야.
"..형 저 연습하러 갈게요"
"어 그래 연습이 최고지 아 그리구.."
"네?"
"천수도 잘 챙겨라"
"네 -_-"
위로가 그리워서(한편으론 속도위반이란 말에 몸달아서)
그날밤도 잠못이룬 박지성 22세였다.
#6 귀국에 대한 열망
오늘도 박지성은 로비에서 다른 선수들과 얘기중이었다.
해외 유명 리그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화제는 자연스레 현재 일본에서 뛰는 박지성에게로 돌아온다.
"지성아 넌 대단한거야"
"맞아 어린나이에 벌써 제이리그 진출이라니"
"아 정말 부럽다구 우리같은 사람은"
후후 -_-V
이 순간만은 종국이형 남일이형 안 부럽다.
"근데 나 저번에 M나이트 갔다가 효리봤다"
헉 정말이야 남일이형?
"아 거기 효리 무지 자주 와. 난 저번에 합석해서 같이 놀았는걸"
"너 그러다가 또 스캔들 나는 거 아냐? 후후"
"에이 이젠 스캔들도 자주 나서 팬들 안 믿어줄걸?"
"흠흠 나도 어제 또 스캔들 났잖아 피곤해죽겠어"
"뭐 형은 이제 피곤할만도 하지"
"저번엔 서포티미팅에 갔더니 장나라가 나온거있지 후후"
"아 우리 팬클럽 멤버 중엔 유진도 있다니깐 후후"
요즘 고민중이라 위로에 목숨건 박지성
결국 자신의 고민상대는 딩크형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언어소통.
자기가 무슨 수로 딩크형과 맨투맨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영어? 노우. 네덜란드어? 노우. 독일어? 응?독일어?
맞다 독일어!!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어가 가능한 차두리를 매개로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 되겠지. 아 잘됐다 두리형도 쓸데가 있었어.
마침 차두리는 김남일과 같이 로비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
가서 한번 말해봐야지
박지성이 슬금슬금 다가가 차두리에게 말하려는 순간.
"아이 씨 뭐 저따위야!!"
뭐가 맘에 안드는지 티비를 보고 씨부렁대는 차두리와 김남일.
"아이 젠장 뭐 저 ***같은 **땜에 ***하고 **이야, 저런 ***들은 ****시켜서 ***하다가 ****해버려야하잖아. 아 **. 정말 ***라고 그래"
"****같으니 ****하면 될 거 **같은 ****들. *** *나 ***잖아 **"
헉
맘 여린 박지성은 암말못하고 그대로 뒷걸음질친다.ㅜㅠ
하지만 다음날 포르투갈과의 경기.
멋진 볼컨트롤로 한골 넣은 박지성은
히딩크감독에게 뛰어가 폴짝 안긴다.
"지썽! 유 아 더 베스트!"
아 역시 나에겐 축구뿐이야.
오늘 하루만은 편하게 잠든 박지성이었다.
#8 고민의 해결?
포르투갈전 승리의 주역 박지성.
뿌듯한 마음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팬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번호 ID 제목
2157 지성사랑 오늘 지성이형 캡 멋있어여-!
2156 오필승코리아 자랑스런 태극 전사 박지성
2155 pjsfighting 죽는 줄 알았잖아 16강 진출이라 오늘
2154 reddevils 포르투갈 씹쉐이들 열라 다혈질
2153 you지성best 지성이 형이 최고라니깐!!
2152 폭주지성 지성아 예쁜 여자친구 만들어라♥
아 팬들의 성원.
그래 이제부턴 쓸데없는 고민말고 열심히 축구에만 전념하는거야.
박지성은 자신을 괴롭히던 요 몇주간의 고민을 떨쳐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다짐하며 호텔을 어슬렁거린다.
근데 저기 로비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중인 김남일을 발견.
예전의 서운한 감정은 없어진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