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갈치 네 토막 무 청호박 숭덩 썰어 간장 졸여 지져내니
그 맛 또한 일품인데 은빛 찬란히도 푸른 바다 쏘다니다
운 사납게 밥상 끌려온 너의 고향 어딘지 묻지 않아도
걸판진 틀거지 보아하니 어릴 적 맛나게 챙겨왔던 제주도 산
먹갈치는 아닌 듯싶어 오늘날 지구촌 한 가족 내남없이
섞여 사는데 반만 년 배달민족 단군의 자손 한 핏줄이면 뭐해
짱꼴라 로스케 쪽발이 양코배기 등쌀에 이리저리 채이다
갈치 고등어 토막내듯 남북 두 동강나 애타는 속 한가진데
다민족 문화공동체 어울렁더울렁 행복가꾸기 얼마나 좋은가
잠시 잠깐 돌아봐도 험한 역사 연해주 우리 동포 스탈린 서슬에
쫓겨 중앙아시아 이삿짐 싼지도 어언 칠십 년 손바닥 갈퀴 삼아
자갈밭 일궈내니 나라 바뀌어 하루아침에 찬밥신세라
애니깽 알로에농장 푸른 섬 하와이 오렌지농장 갖은 구박과
설움으로 피맺힌 세월 버텼는데 월남 파병 한탕이면 외화벌어
소 사고 논 사고 푸른 젊음 총알받이로 밀림 정글 헤매던 시절
바로 엊그제 이력인데 가까이 중동 특수 건설바람 줄줄이사탕으로
모래사막 땅으로 비행기에 꿈 싣고 떠난지도 엊그젠데 허울 좋은
코리아 땅 꿈 찾아 들어왔다 불법체류 노동자로 숨바꼭질 고단한 삶
어찌 아니 설운가 말이다
신부감 구하지 못해 사십 넘은 노총각이 허위허위 날아가서
동남아 여성 맞아들이니 더불어 살기의 밑거름이라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뜻 세워 네 나라 내 나라 문화 배우고
말 깨우쳐 내일 행복 가꾸는 게 인간만사 행복이라
대가리 텅텅 비어 자존심도 팽개치고 자나깨나 돈독 올라
돈돈 돌아버리다 이젠 좀 살만하니 눈깔에 뵈는 게 없나
언제 적 일이라고 배고픈 시절 홀라당 갱까먹고 나막신 신고
발등 긁는 메떨어진 선비행세냐
입에 고인 맛이라고 옛맛 그리워도 맛 좀 다르면 어때
오대양 육대주 휘휘 에돌아도 그 물이 그 물 다 같은 물 아니야
러시아산 털게면 어때, 울진대게 못 먹어도 후끈 김 끼치는
양솥에 둘러앉아 머리 맞대고 입맛 돋우는 이 순간이 얼마나 좋아
연근해산이라고 국내산 토종이라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속이고 속여 제 뱃속 불리면 자손만대 번창하나 남녘 손님
가시는 길에 없는 살림 내줄 것 없어도 칠보산(七寶山) 송이송이
바리바리 싸 보내니 네 입 내 입 두루두루 나눠 먹는 고운 마음
얼마나 미쁘지 아니한가 보수 민주 가면 쓰고 찍자 붙는 떨거지들
단매에 끝장낼 요량이지만 어찌하나 한 형제 한 살림이라
죽기까지 붙들고 안고 가야 하는 것을 오늘 오랜만에 청명한
가을 햇살에 흠뻑 취해 밥상 오른 갈치조림 대하니 감회 새로워
잠시 잠깐 지껄여본 것이라
첫댓글 탈북기자의 말을 빌리면 외화벌이 인민들은 목숨을 걸고 칠보산 송이를 따러 간다는군요. 금회 방북 시 정부에서 4톤 가량이 남한으로 들어왔는데, 난 아직 못받았지만 모 의원은 받기를 거부했다는 후문입니다. 미묘한 남북관계라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소인님의 글 후련하게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