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도는 강응순 선생의 해설로 기공무와 동선무, 쌍검무, 창봉무 등의 시연이 있었다.
전통음악에 맞추어 춤과 같이 어울어지는 아름다운 동작에 감탄이 나왔다.
이 동작들의 기공적인 효능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으나 "훌륭한 무술은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꺼내기 망설여지는 이야기지만 군무도를 보면 뫄한머루가 생각난다.
죄송스럽지만 이번 자료집 p24에도 뫄한머루와 군무도가 같이 활동했다는 것을 밝혔으므로 조심스럽게 뫄한머루도 언급할 것이다.
① 놀라운 실용성의 무술
몇 해 전 잠실에서 열렸던 제1회 세계무술대회에서 뫄한머루는 놀라운 실전성을 보여 각 체급을 거의 석권한 바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한 동작으로 타 무술을 제압했으며, 그리고 그들의 투로(돌굼)을 시합에 그대로 사용하여 상대를 제압했다고 한다.
우슈의 산타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데 뫄한머루는 어째서 그것이 가능했을 것인가?
물론 지명도 있는 시합은 아니지만 주목할 부분이다.
군무도가 예술적인 길을 가고 있지만 뫄한머루와 그동안 같이 활동하여 왔으므로 뫄한머루의 장점 역시 같이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이날 시연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무도의 시연을 보면서 그 실전성의 이유를 나름대로 집어 볼 수 있었다.
군무도의 보법은 실용적으로 변한....... 그래서 서로 구별하기 힘든 기본자세로서 특징 지울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기본자세는 보통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편의상 중국무술의 용어을 중심으로 정리하게 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1. 마보 (기마자세, 주춤서기, 평자세)
2. 허보 (범서기)
3. 궁보 (등산식, 전굴자세, 앞굽이)
4. 부보 (후굴자세, 뒷굽이)
5. 독립보 (학다리서기)
6. 기룡보 (반등산식, 반앞굽이)
7. 헐보 (꼬아서기, 교차자세)
전통무술들은 이런 자세를 고통스럽도록 열심히 연습한다.
이런 자세들을 서지 않는 무술들은 태권도나 복싱 그리고 검도, 펜싱 같이 뛰는 스텝을 밟는다.
하지만 뛰는 스텝을 밟는 무술들은 한가지 무기 혹은 권법만을 행할 뿐 다양한 분야를 모두 통섭하지는 못한다.
권투의 스텝으로 창을 쓴다거나 검도의 스텝으로 구절편을 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무술들은 무기술이나 권술이나 모두 위의 자세들로 행한다.
생각컨데 인간 동작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위의 7개 기본자세이며, 실전에 있어서는 위의 자세들이 똑같이 나올 수는 없으나 그런 자세들을 연습함으로써 신체의 사용범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무술이 권투나 검도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효용성을 위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동일한 관점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태권도와 권투를 같이 배운 사람도 두 가지 기술을 동시에 써서 싸우지 못하는 것은 그 둘을 통합하는 원리를 익히지 못해서 그런 것인데, 중국의 전통무술들의 이런 극단적인 동작들은 인간의 가능한 모든 동작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통합원리를 발견하려는 시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전에 있어서는 이런 자세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며 어떻게든 사용하기 쉽게 변형된 형태로 써야 하며, 또 어느 자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중간적인 동작들도 실전에서는 많이 나오기 마련이다.
군무도는 이런 현실적인 동작들을 기본자세로 채택해서 실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자세들을 다시 분해하여 그 근본취지에 따라 실전적으로 다시 재구성한 것이다. 정형적이지 못하고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투로의 기묘한 연결을 통하여 그것을 일사불란하게 익히게 한다.
이날 시연에서 본 동작들, 특히 천천히 연무한 기공무(?)에서 확연히 볼 수 있었다.
간단한 예를 들면 보통 무술에서의 궁보(앞굽이)는 뒷다리를 일자로 펴고, 뒷발바닥을 땅에 완전히 밀착시켜야 하는 것이다.
군무도에서는 뒷다리를 적절히 구부리며, 뒷발은 발끝으로 섬으로서 결과적으로 기룡보(반앞굽이)와 구별이 힘들게 선다.
마보(기마자세)에 해당하는 동작도 그냥 주저 않는 동작 같아 보인다.
사실 다른 무술들도 실전에서는 이런 동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군무도는 이런 동작들을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게 한 투로를 만들어 궁보, 기룡보, 마보, 그리고 기룡보를 옆으로 틀은 헐보(꼬아서기)까지를 서로 구별없이 실전에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한 무술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정통 자세들의 응용동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동작들을 효과적으로 익힘으로서 정통자세의 목적인 폭넓은 움직임을 실전적으로 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영화에서나 보는 듯한 동작을 실제 대련에서 쓸 수 있었다고 본다.
② 자세보다 흐름을 중시하는 무술
여타무술들이 "자세의 수련"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세"가 무술의 핵심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술에서 중요한 것은 "근원적인 움직임"이다.
군무도의 그런 현실적인 동작들은 무술의 기본 7개 동작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근원적인 움직임"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창시자의 높은 안목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자
서양 현대의 대표적인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 서양철학사에서 현대물리학이 철학에 끼친 공로를 설명하면서 "Matter"의 개념을 "Event" 의 개념으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러셀 자신이 인정하듯이 서양철학적 세계관이 잘못되고 동양철학의 세계관이 옳음을 나타낸 것이다.
서양철학은 "이데아(idea)"와 같은 고립자의 개념, 즉 "Matter"를 추구해 왔다. 하지만 동양철학은 "기(氣)"나 "사사무애(事事無碍)" 같이 모든 것이 서로 통하며 역동적으로 연관성을 맺으며 뒤엉켜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립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Event" 의 개념을 주장했다.
"Matter"는 다른 것과 구별되는 개별적인 실체를, "Event"는 여러 조건들의 일시적인 화합을 말한다.
불교의 공(空) 사상은 이렇게 "개별적인 것"은 진실된 모습이 아니며 인간이 현실 운용을 위해 만든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만든 "개별적 개념들(Matter)"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개념들을 유효적절히 사용하면서도, 그것들의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정확히 보고 그것들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자(莊子)가 이야기했듯이 배를 타고 바다를 편하게 건너던 바보가 뭇에 올라도 배가 편한 줄 알고 땅에서 배를 땅에서 끌고 가려는 어리석음이 생겨난다.
"목적지"에 가야한다는 목적에 따라 "배"와 "차"라는 수단을 바뀌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술에 있어서 위에 말한 "개별적인" 7가지 기본동작은 "무술의 근원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개념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무술 그 자체가 아닌 것이다. (누구든 상대를 권으로 때릴 때 압굽이에 정권지르기 모양을 정확히 지키야 한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개별적인 자세"들을 무술의 본질로 보는 사람들을 석가모니가 말한 것처럼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로 착각하는 것"이다.
많은 전통무술들이 그들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개별적인 자세나 수련법들을 무술의 본질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수련해도 실전에서는 별로이지만, 군무도의 수련인들은 어정쩡한 자세(전통무술인들이 보기에는)를 취하면서도 실전에 강한 것은 그 자세들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군무도에서 보여주는 "궁보, 기룡보, 마보, 기룡보, 헐보"를 어정쩡하게 섞어 쓰는 자세는 그들이 기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5가지 자세의 근본인 "통일적인 원리" 자체를 알기 때문인 것 같다.
"개별적인 개념들의 허상"을 벗겨 내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한다는 동양철학의 대명제를 보는 것 같다.
③ 양쪽으로 퍼올리는 삽을 가진 풍차
군무도의 동작들을 보면 철저히 하방을 지향하는 동작들이 많다.
한다리로 선 독립보(학다리)의 자세도 한 손을 내리고 하방을 지향한다.
그 자세에서 앞으로 튀어나가며 기룡보(반앞굽이) 내지는 헐보(꼬아서기)로 몸을 낮추면서 꼬거나, 아니면 45도로 비껴 내리며 궁보(앞굽이)와 기룡보의 중간적 보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았다.
이 자세들의 특징은 허리를 꼬는 탄력을 충분히 이용하며 상대를 빗기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며, 궁국적으로는 그 힘으로 상대를 들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런 동작들이 가능한 것은 앞에서 말한 7가지 보법의 적절한 활용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동작들, 특히 허리를 돌려 헐보에서 반대쪽 헐보로 전환하는 동작들을 보면 마치 낮게 깔려 회전하는 풍차를 보는 것 같다.
군무도는 허리와 다리가 그릴 수 있는 원동작을 100% 활용하는 무술이라고 본다.
기천의 반장수나 택견의 활개짓, 그리고 좀 생소한 용어지만 합기도의 내외원방, 수박도의 원형권 등 일반적으로 많은 무술이 손이 그리는 원동작에 집중하지만 다리와 허리가 그리는 원동작에 집중하는 무술은 타격기 중에서는 군무도와 뫄한머루가 유일한 것 같다.
유술기에서 "전환의 원리"로서나 다루어지는 이 "허리와 다리의 원동작"은 군무도에서는 타격기의 기법으로도 사용된다.
이는 타격기와 유술기의 결합이라는 무술의 과제를 한가지 측면에서 잘 이루어낸 것이다.
자꾸 뫄한머루 이야기를 해서 안됐지만..........
본인이 옛날에 뫄한머루와 대련을 한 적이 있는데 상방으로 높은 발차기를 차면 어김없이 바로 풍차같은 동작으로 위로 떠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동작은 현대무술들, 즉 태권도의 영향으로 높은 발차기와 높은 중심을 특징으로 하는 무술들로서는 방어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실에서 열렸던 세계무술대회에서 뫄한머루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런 동작은 유술기나 하단 공격을 전문으로 하는 무술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들어낼 것으로 생각된다.
④ 한국자생적인 지당권 (地當拳)
군무도가 이렇게 자신있게 자세를 낮추며 들어갈 수 있는 것은 5가지 보법을 적적히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미 말했다.
하지만 이런 허리와 다리가 그리는 원의 이용,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탄력을 구르면서도 그리고 누워서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리와 다리를 지나치게 꼬는 동작은 자칫 자기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위험이 있지만 서서하는 동작과 누워서 하는 동작의 통일적인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 기술을 그 순간 넘어지면서도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발로 상대의 목을 감아 넘어뜨리는 동작이나 손집고 옆돌면서 상대를 차는 기술은 어느 무술에나 있지만 군무도 만이 실전에 쓸 수 있는 것은 서서 하는 동작과 누워하는 동작의 통일적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고난도 발차기와 그라운드 기술을 바로 연결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군무도의 대부분의 동작은 상대가 공격해 올 때 같이 잡고 넘어지던가 다리로 걸고 같이 구르는 동작이다.
이는 마치 지당권을 보는 듯하다.
스탠딩 기술과 그라운드 기술의 공통적 원리를 알고 있으므로 붙잡고 구르고, 구르면서 차고가 자유스럽다.
물론 군무도가 중국무술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는 있지만 그 중국무술이 지당권은 응당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무도는 그 독특한 경지를 스스로 개척한 무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무도의 이런 동작이 항상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높은 발차기, 높은 중심의 무술이 아닌 다른 무술들, 특히 유술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