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으로 바라본 하늘..
아침이다. 아니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새벽의 시간이다. 하지만, 졸리다. 세상의 소음이 가득했던 도시속에서 이렇게 적막감이 들정도로 조용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오늘은 진주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 떠나는 진주여행이어서인지 새삼 들뜨기도 한다.
9월 한달동안 보름이 넘도록 비가 왔단다. 돌이켜보니 9월에는 여행다닐때마다 비가 왔던것 같다. 습관도 하나 늘었다. 일기예보가 발표되면 으례 그런줄 알았던 날씨를 요즘은 하루 전날도 의심스러워 인터넷을 찾게 된다. 불과 어제 잠들기 전까지도 그랬다. 비는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만 믿고 잠이 들었으니까...
구름은 조금 많았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부랴부랴 도착한 동아면세점 앞은 오늘 진주로 떠나는 사람들의 분주함만이 가득하다. 커피 한 잔 나누며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뛰어오는 사람들, 인원체크하는 가이드분들...떠나는 시간이 촉박해지자 그 분주함도 박차를 가한다. 고속도로를 접어들고 부드럽게 진주로 진주로 향한다. 하늘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촘촘한 구름들이 가득하다. 촘촘함 속에서도 보이는 푸른 하늘이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하고 시원한 음료수같다.
★ 경남 산청휴게소 입구쪽을 바라본 하늘 풍경...
어느덧 산청에 접어들었다. 먼저 쉰 휴게소에서 한국도로공사에서 격월제로 발행하는 월간지를 가져왔는데, 내용중에 산청휴게소가 있었다. 우연하게도 타고가는 버스의 두번째 휴식처는 산청휴게소였다. 산청은 류의태선생과 허준선생으로 이어지는 한의학의 고장이고, 한방약초축제가 열릴만큼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휴게소의 음식가운데도 한방약초비빔밥이라는 메뉴가 유독 눈에 띄었다. 10분이라는 짧는 휴식시간이어서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라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 진주 갑을가든의 육회 비빔밥...
드디어 진주에 도착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진주에서 유명한 육회비빔밥이다. 비빔밥안에 육회가 들어간 것이다. 비빔밥의 유래는 참 다양하다. 궁중음식설부터 시작해서 임금몽진 음식설, 농번기 음식설, 동학혁명설 등등 이렇게 들어보면 맞는 것같고, 저렇게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것 같다.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시대때는 음식을 섞어먹는 것마저 예가 아니라 했으니 아마도 서민들이 먹던 음식이었고, 각 지역별로 특성화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간에 진주에서 유명한 비빔밥은 육회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 갑을가든의 정원 풍경
육회비빔밥이 나온 갑을가든은 일반 음식점보다 조경에 많이 신경쓴 흔적들이 보인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덩쿨과 대나무의 푸른 기운이 아늑하고, 곳곳에 마련된 항아리도 나름대로 조화롭게 놓여져 있다. 정원쯤 정도되는 앞마당에는 쉴 수 있는 공간과 그네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식사 후 커피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눌 수 있다.
★ 진주 남강 유등축제장 전경... 낮은 이렇게 썰렁했으나... 밤을 기대하시라..
4호차가 늦게 도착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서 유등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남강변을 잠시 들렀다. 둔치 뿐 아니라 남강의 유유한 물길위에도 유등이 둥실둥실 떠 있다. 한낮 인지라 그 아름다움은 볼 수 없었지만, 해가지고 밤이 찾아오면 원색의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수놓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긴장된다.
진주에서 맨 처음 찾은 곳은 소싸움 상설경기장이다. 113회째 맞는 "진주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가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싸움 축제로 유명한 곳이 경북 청도다. 내가 해마다 찾는 축제이기도 한 청도 소싸움축제보다는 인지도면에서는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유래와 역사는 자못 깊다. 특히 진주는 신라가 백제를 물리친 승리의 기념으로 치뤄졌다는 유래가 전해질 정도로 역사가 깊고, 일제시대때는 민족문화말살의 방편으로 소싸움을 없애기도 했다.(역시 군중심리가 무서운 것을 알았나보다.)
★ 2006년 청도소싸움축제에서 일본 흑소와 싸우는 대한민국 황소...
한 번 각인된 기억은 쉽게 지울 수 없나보다. 청도 소싸움축제에 갔을 때는 항상 특갑종의 경기를 보거나 국제전을 보게 되었다. 특갑종은 800kg이상 나가는 묵직한 녀석들의 싸움이고, 국제전 또한 우리나라 황소보다 덩치도 큰 소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 둔중하고 육중한 움직임 속에서 펼쳐지는 싸움이 자못 볼 만했다. 우습게도 소싸움장에 들어가서 싸움소들을 보고 한 첫마디는 "무슨 소가 이리 작아??"였다.
★ 진주 소싸움 상설경기장에서 펼쳐진 소싸움...
소싸움은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자못 지겨울 때도 있고 싱거울 때도 있다. 기술이 펼쳐지지 않고 상대의 틈을 노리며 뿔치기나 밀치기만 할 때는 시간이 한량없이 흐르기도 하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상대의 기세에 눌려 싸우려들지 않을 때는 순식간에 싱겁게 경기가 끝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켜본 두 경기는 그리 지루하지도 싱겁지도 않은 제법 진지한 경기였다.
★ 경기에 진 소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무척 힘에겨운 듯한 표정이다.
소싸움 하는 내내 싸움소와 우주(소주인)은 일심동체가 되야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함부로하거나 무리하게 하는 법이 없다. 우주는 싸움소의 기를 북돋게 해주고, 기술을 명한다. 싸움소는 우주의 명령에 충실하고, 지는 그 순간까지도 우주를 쳐다보기도 한다. 싸움에 졌더라도 우주는 화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경기장을 쓸쓸히 빠져나가는 그 순간에도 우주는 싸움소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잘 했다고, 수고했다고 말한다. 경기장 뒷편에서 우주의 부인인 듯한 분이 싸움에 진 소의 등을 쓰다듬으며 고생했다고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애틋하던지...
★ 소싸움대회에 출전 대기중인 황소..
경기장 뒤편에는 이번 소싸움대회에 출전할 소들의 대기장소다. 육중한 덩치와 곧선 뿔을 가진 싸움소들의 모습에 기가 눌려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그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가진 동물인 것만은 틀림없다.
★ 투계경기의 시작...
★ 투계들은 서로 목을 휘감으며 부리나 목을 쪼다가 틈이 보이면 때려치기 기술을 선보인다.
투계가 싸우고 있는 바닥재는 1백만원 호가하는 전통공예품이란다. 투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진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바로 투계대회다. 소싸움과 마찬가지로 쉽게 말하면 닭싸움이 되겠다. 투계 역시 진주지역이 원조라 한다. 소싸움 상설경기장 옆에 120석 규모로 지어진 투계장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소싸움이 싸움소들의 기운과 관중들의 흥이 어울어진다면 투계장은 차분함 가운데 빠른 공격이 주로 이루어지고, 관중들도 숨죽여 구경하는 분위기다. 경기장내 짚으로 짠 바닥은 투계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100만원이 넘는 제작품이라고 한다.
★ 상대의 틈이 보였나보다.. 한마리가 옆 때려치기 기술을 보이고 있다.
투계 역시 무게에 따라 낙동급,한강급,금강급,섬진급,영산급 등 체급이 있다. 우리나라 강의 긴 순서대로 체급을 정했다고 한다. 투계의 눈빛은 정말 날카롭다. 날카로운 눈빛은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고, 틈이 보이는 순간 기술을 선보인다. 서로 목을 휘감고 머리와 부리를 쪼는 모습은 다소 안스럽기까지 하다. 치고 받고 싸워서 이겨야만 기억되는 인간들의 싸움도 있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본다.
★ 투계는 총 40분 경기로 30분 경기 뒤 물참시간을 갖는다... 열기를 식히고,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많은 공격기술과 방어기술을 선보이는 투계는 목과 머리를 쪼아대며 순식간에 때려차기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통상 40분의 경기시간(30분경과 후 10분 경기)을 갖고 물참시간을 갖는데 물참시간은 싸움닭이 싸움도중 지치고 열기가득한 몸을 물로 식히는 시간이다. 녀석들은 그 흔한 '꼬끼오~~'소리도 내지 않는다. 오로지 강렬한 눈빛과 날카로운 부리만이 장내의 환호성을 자아낼 뿐이다.
★ 싸움 시작전 투계의 위풍당당한 모습...
투계장을 빠져 나와 집합장소로 걸어가며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혼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 오랜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명맥이 끊기지 않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여행이란 것이 나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옛것을 알고, 그 뜻을 새기는 것도 여행의 별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고사성어가 문득 떠오른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명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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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4년전 예술제때 소싸움구경은 했었는데.. 생각보다 여자들도 많이 있더라 요 ㅋ ㅋ 진주 구경 잘 하고 갑니다^^ 특히 산청휴게소의 한방약초 비빔밥..... 언제 들러서 먹어봐야 겠다 냠냠^^* 맛있게....
경순아! 이렇게 해도 맛있다 여러가지 나물에다 모시조개 다져서 참기름에 볶고 고추장 참기름에 볶다가 마늘넣고 다시물 부어서 만들고 계란하나 톡~깨어서 반숙하고 ~~ㅎㅎㅎㅎ너무 잘 하는척 했나~~~ㅋㅋㅋㅋㅋ
허준선생 소싸움 닭싸움 구경 잘 했심더 감사하요
덕분에 진주구경 잘햇수다. 양오님! 갑을가든이 뭐하는곳인기요? 아베크 전용인가요? 상세히 알려주이소! 멘트 꼭바랍니다. 참고할일이 잇슴다.
.http://www.gegarden.com/.......갑을가든의 홈페이지이오니 이곳에서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참고로 전화번호는 -055-742-9292 입니다..ㅎㅎ
실물을 보는것 같군요~~~힘이 넘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