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과(孫昌涉)과 '잉여인간‘
“그동안 잘 대해줘서 고마웠다.”
손창섭이 임종에 임하여 일본인 부인에게 한 유언입니다.
손창섭(1922 - 2010)은 소설가로 평양 출신으로 일본의 니혼 대학교를 중퇴했습니다.
어려서 어머니가 재가하자 할머니와 살면서 가난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1952년 단편소설 ‘공휴일‘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625전쟁 전후에 쓴 그의 작품들은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군상들을 희화화 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슬픔과 연민으로 가득찬 페이소스를 느끼게 합니다. 손창섭은 전후 절망하는 세대의 어릿광대들인 백치, 절름발이, 벙어리, 정신병자등을 따뜻한 필치로 보듬어 주면서 독자들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안도하게도 합니다. 1959년 유명한 ’잉여인간‘으로 동인 문학상을 타는데 1959년은 1953년 전쟁이 끝난 지 겨우 6년 후입니다.
잉여인간의 발췌
‘잉여인간’ 말 그대로 ‘남아도는 인간’이란 뜻입니다. 치과의사인 서만기의 치과엔 미스 홍이라는 간호원이 있고 그리고 이 치과에 매일 출근하는 두 명의 잉여인간 ‘천 봉우’와 ‘채 익준’은 서 만기와 중학교 동창생들입니다. 서만기는 자기 가족은 물로 처가의 살림까지 챙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치과의사입니다. 두 무직의 동창생이 출근 할 정도의 치과의원이면 손님도 별로 없는 초라한 치과의원입니다. 전쟁이 끝난 직후 치과와 오늘의 치과와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채익준은 첫 번 째로 출근하여 환자 대기실 소파 끝에 앉아서 치과에서 구독하는 신문은 제일 먼저 보면서 사회면에 난 온갖 비리를 읽고 소리소리 지르는 애국지사 실업자 입니다. 말이 없는 천 봉우는 키만 크고 비쩍 마른 실업자입니다. 전후에 생겨난 수 많은 실업자들 중의 두 명인 그들입니다. 무슨 술 장사같은 것을 하여 돈을 번 천봉우의 부인은 서만기 치과가 들어있는 건물의 주인으로 그녀는 남편의 친구인 서만기를 노골적으로 유혹하며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자기 건물에서 나가 달라고 협박합니다. 채익준이 가출한 동안 그의 아내가 죽습니다. 만기는 천봉우의 부인에게서 돈을 오만 환을 빌려 고인의 장례를 치러줍니다. 이 부분도 지금의 풍속과 많이 다르군요.
말도 안하고 못하는 천 봉우는 간호원 미스 홍을 볼 때면 눈에서 광채가 난다고 했습니다.
봉우도 남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 한데 손창섭은 절망과 비애에서 허우적거리기는 잉여인간들을 그러나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주었습니다.
손창섭은 1973년 일본인 부인과 함께 일본으로 가서 1998년 일본에 귀화.
2010년 6월 23일에,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지병인 폐질환(폐질환과 알츠하이머병의 합병증)으로 인해 향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습니다.
첫댓글 글쎄요~~~
누구의 뜻이건 이 땅에 태어난 인간은 존재의 가치가 있고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잠시 제 구실을 못 한다고 해서 잉여인간으로 추락 시키는 건 모순이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나중엔 아직 남성이 남아있음을 표현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미담이 있지만......
물론 소설의 대부분은 픽션이 주류를 잇고 있죠.
625 직후여서 많은 사람들이 직업이 없이 표류하는 것을 작자는 따뜻한 눈으로 그린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