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을 가보셨나요? 어떤 이들은 양산이 영축산 통도사 빼면 볼 것 없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물론 통도사는 참으로 좋은 사찰이고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양산에서 통도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라고 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깁니다. 양산의 곳곳을 여행해보면 얼마나 많은 볼거리와 느낌있는 여행지가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낙동강 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임경대에서 '경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계곡까지 가슴까지 청량해지는 풍성한 자연의 선물이 가득합니다. 자연속에서 힐링을 원한다면 양산으로 오세요. 오솔길을 걸어도 좋고 사찰 속에서 사색에 잠겨도 좋습니다. 양산에서는 자연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어느새 자연이 나를 푸근하게 안아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통도사를 가보지 않고 양산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양산에 많은 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시 압권은 통도사다. 영축산 줄기에 자리한 통도사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재위15년(646년)에 창건된 천년고찰(千年古刹)이다. 단지 오랜 세월을 휘감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통도사는 이른 봄 매화의 화사한 아름다움도 유명하지만 들어가는 길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어서 절로 들어가면서 저절로 힐링이 된다. 매표소인 무풍한송에서 일주문까지 걷는 흙길은 산책코스로 일품이다. 무풍한송(舞風寒松). '바람은 춤추고 소나무는 차다'는 뜻이니 길이 가진 이름이 한 줄 시와 다름없다. 길 옆 작은 개울의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통도사에서 꼭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현판들이다. 당대 명필로 이름이 높은 추사 김정희와 흥선대원군의 글씨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3보사찰 중 하나인 불보(佛寶)·사찰이다. 불교의 근본은 불 법 승 즉 부처님과 부처님의 말씀과 부처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스님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불법승은 불교를 이루는 기본이고 가장 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느 절이나 이 세 가지 근본을 갖추지 않은 곳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봉인한 해인사를 법보사찰이라고 부른다.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는 승보사찰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강가사를 모시고 있는 통도사는 대표적인 불보사찰이다. 통도사에 모시고 있는 진신사리는 불골(부처님의 유골) 불아(부처님의 치아) 불사리(부처를 다비하여 얻은 유골)로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사면에 이름이 제각기 달려 있다. 동쪽은 대웅전 서쪽은 대방광전 남쪽은 금강계단 북쪽은 적멸보궁의 현판이 걸려 있다.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의 위용때문인지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대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불상을 대신한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띤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은 바로 부처님의 계 그 자체인 것이다. * 통도사 : 055-382-7182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꼭 한번 들러볼만 하다. 우리나라 사찰 중 유형불교지정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박물관 사상 가장 풍부한 불교유물을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불교회화 전문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 통도사 성보박물관 : 055-382-1001
통도사의 암자여행은 또 다른 묘미를 준다. 통도사의 자장안에는 무려 19개의 암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통도사를 중심으로 요새를 이룬 것 같다. 통도사 암자 중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서운암이다. 통도사 주차장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보타암과 취운암을 지나면 서운암이 나타난다. 서운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 천 개는 족히 되는 장독들. 바람과 햇살에 익어가는 된장과 고추장 간장이 늘어선 풍경은 가히 장관을 이룬다.
서운암에 또 하나의 볼거리는 작은 불상이 무려 3000여개나 모셔져 있는 삼천불전이다. 성파스님이 1985년부터 5년동안 흙으로 구워낸 도자 삼천불이다. 서운암 주변은 무려 100여종이 넘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군락지이기도 하다. * 서운암 : 055-382-7094
통도사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은 극락암이다. 극락암은 우리시대 큰 스님으로 이름이 높은 경봉스님이 정진했던 곳이다. 스님이 워낙 고명하다보니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놓고 있다. 극락암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장엄하다. * 극락암 : 055-382-7083
양산 정취를 한눈에 훓어보려면 오봉산의 임경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양산8경 중 7경이기도 한 오봉산 임경대(臨鏡臺)는 통일신라시대 대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선생의 시에서 유래한다.
최치윈 선생은 벼슬길에 물러난 뒤 문득 이 일대 암벽위에 서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한편의 시를 썼다. (안개 낀 봉오리 뾰족뾰족 물은 늠실늠실/ 거울 속 인가가 푸른 봉우리 마주했네/ 어디로 외로운 배 바람 잔뜩 안고 가나?/ 별안간 날던 새 자취 없이 아득하네/) 낙동강의 비친 산의 모습이 마치 거울 같다하여 읊은 시에서 임경대라는 말이 유래했다 하나 실상 임경대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임경대는 지난 2001년 개봉했던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이별을 했던 장소다. '견우야 ~미안해~'라고 애절하게 외치던 장소가 바로 임경대다.
임경대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구름이 흘러갈때는 운해가 뒤덮혀 바다처럼 떠다니고 황혼이 깃들 무렵이면 온 천지가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다. 뿐이랴 눈이라도 내리면 설국이 펼쳐진다.
내원사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절경이 펼쳐진다. 내원사 계곡은 영남 알프스의 남쪽 주봉인 천성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북쪽으로 흐르며 만들어 놓은 계곡이다. 경남의 소금강이라는 말이 허명이 아닐 정도로 기암절벽이 계곡마다 펼쳐져 있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계곡 곳곳에 3층 바위와 작은 폭포와 소 병풍바위가 둘러 쌓여 있다.
내원사가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곳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드럽고 고운 선을 지닌 절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처럼 소담하기 때문이다. 내원사는 신라 선덕여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6.25때 전소되었으나 1958년 비구니 수옥스님의 원력으로 새롭게 중창되었다. * 내원사 : 055-374-6466
양산8경중 하나인 홍룡폭포는 물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질 때 무지개가 보인다 하여 무지개 홍(虹)에 여울 롱(瀧)자를 쓴다. 무지개빛 여울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보라 사이의 형상이 선녀가 춤을 추는 듯하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하여 홍룡폭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홍룡폭포 아래 홍룡사 입구엔 가홍정이라는 조그만 정자가 드나드는 길손을 맞이한다. * 홍룡폭포 : 055-382-4112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에 위치한 배내골은 뛰어난 풍광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고지대 사이에 낀 골짜기여서 여름에도 냉기가 감돌 정도로 청량하다. 배내골 마을 뒷산 '통도골'은 크고 작은 폭포와 고로쇠나무 서식지로 유명하다. 통도골의 선녀탕은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북정고분군도 꼭 들러 볼만하다. 신라시대 중요 인사의 무덤으로 알려진 북정고분군은 지역의 산책 명소로 이름이 높다. '원동자연휴양림'은 주변 풍취가 뛰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울창한 수풀과 폭포가 장관이며 삼림욕을 즐기기에 적격이어서 가족 단위 여행지로 즐겨 찾는 곳이다. * 양산시 용당동 산 66번지 관리사무실, 055-366-9566, 055-366-9567
밤이면 양산천을 가로지는 교각인 영대교의 화려한 불빛과 영대교 인근의 음악분수가 펼쳐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다. 여유가 있다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양산타워에 올라 양산시내를 둘러보자.
도자기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한 도자기 전문 공원으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가득하다. 도자기 체험은 기본이고 천연비누체험과 삼림욕을 할 수 있으며 생활도자기는 물론 천연염색까지 체험할 수 있다. * 양산시 하북면 백록리 196-18, 055-374-2605, 055-374-2606
여행 팁
코레일 관광개발에서는 KTX를 타면 도착역에서 렌터카 비용의 40%를 할인해준다. 양산여행을 한다면 울산역에서 내려서 렌터카를 빌려 여행을 하고 역에 돌려주면 된다. 코레일 렌터카(www.korailrentcar.com) 패키지를 활용하면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주변 여행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지난 2010년 말부터 렌터카 사업에 진출해 현재 동대구역과 신경주역, 울산역에서 각각 렌터카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공기업으로서의 신뢰도와 직영운영 방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최신형 승용차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이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안전성도 뛰어나다. 현재 코레일 렌터카 울산역 지점은 총 14대(아반떼MD 9대.YF 쏘나타 LPG 4대.그랜드 스타렉스 1대 등)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전화 1666-7787.
양산의 축제
매년 10월 신라시대 박제상 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샵량문화축전은 박 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테마극과 거리퍼레이드 각종 공연행사와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이 펼쳐진다. 서운암에서도 들꽃 축제가 벌어진다. 매년 4월 금낭화와 할미꽃, 매발톱 등 수만 포기의 야생화가 자태를 드러내 관광객들을 설레이게 한다. 3월에 열리는 원동매화축제도 볼만하다. 낙동강변 기찻길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매화를 배경으로 풍성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5월에 개최되는 천성산철쭉제도 압권이다. 철축꽃으로 절정을 이루는 천성산에서 다채로운 축제가 벌어진다.
글, 사진 : 최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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