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98]추석 황금연휴 “호강하다”
제주살이 2년을 하는 둘째여동생이 추석 황금연휴에 열흘간 아버지를 모시겠으니 오빠와 새언니는 어디 외유라도 하라는 전화가 온 지 서너 달 전이었다. 굿뉴스다! 그런데, 아내는 제 언니와 유럽여행 3주가 예정돼 있었고, 큰아들은 7월에 바레인지점으로 발령나 제 색시와 하나 뿐인 8살 손자를 데리고 가버렸다. 둘째 아들은 2015년 청운의 꿈을 품고 제 색시와 호주로 떠났으니, 이번 추석명절은 정말 “흑흑”이다. 나로 인한 식구는 국내에 한 명도 없으니, 이런 호기好機가 없는데도 얄짤없이 동생부부와 고향집에서 같이 있을 밖에. 물론 ‘나홀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련만, 기분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아무튼, 그 덕분에 ‘노치원’ 나흘간 휴무하는 바람에 집에 계시는 노친 식사와 수발을 동생이 도맡았으니. 그게 어디인가?
그리고 역시 아버지는 애교도 필 줄 아는 딸들과 소통이 된다. 아들은 백 날 같이 있어도 어디 도란도란 얘기가 되지 않는다. 그저 데면데면할 뿐이니, 어느 때는 어색하기도 하다. 동생의 아이디어는 아주 좋았다. 제주 빈집에 제 언니식구들이 모이라 해놓고, 친정집에 제 딸과 사위, 예쁜 손녀 그리고 아들을 오게 했으니 두 집 모두 피장파장, 소가족 모임으로 명절을 쇠게 됐으니 바람직한 일이다. 그리고 명절은 확실히 대가족 모임으로 집안에 사람 사는 것같이 북적북적해야 제 맛이다. 사촌동생네 5명도 다녀갔다. 직장인이라면 황금연휴가 따봉이련만, 백수가 된 지 4년차, 나락도 베어야하고 마늘도 심어야 한다.
아무튼, 어제밤에는 제주에서 큰동생네가 날아왔다. 두 자매 의義가 얼마나 좋은지 흐뭇하기 짝이 없다. 논산 사는 ‘7번’ 막내까지 합류하면 3자매 수다 떠는 게 어찌나 보기 좋던지. 아침부터 서둘러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와 은행을 다녀왔다. 틀니가 오래 되어 새로 맞춰야 한다니, 그 연세에 고역 중의 고역이지만, 하루를 산대도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딸들이 와 모시고 다니며 해결사를 자청하니 오라비는 민망하지만, 참 다행이다. 그래서 말년에 딸이 있어야 한다며, “너그(너희)는 딸이 없어 어찌그나?”고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걱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의 20-30대 딸들은 결혼도 안가려 하고, 갔어도 얘기를 낳지 않으려 하는데, 낳았어도 맞벌이로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양육을 맡기는 판이니 부러워할 것도 없다. 딸이 비행기 태워준다는 말은 50-60대 딸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인 듯하다.
제주살이로 못다 한 효도하겠다며 연차를 몰아낸 동생의 마음 씀씀이가 어찌 예쁘지 않을 손가. 다음주 수요일에 2년살이 마무리를 하려 간다니, 이번 주말엔 아예 1박2일 나홀로여행을 할 심산이다. 이래저래 나를 충분히 호강시켜준 올 추석명절 황금연휴,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행복했다. 이번주 가을걷이만 끝나면 남쪽 섬나라(목포 암태도)를 다녀와야겠다. 날씨가 아침저녁 추워도 너무 추워졌다. 자나깨나 감기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