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천원전 국후 인터뷰
원성진 9단, 그는 강했다. 세계 최정상급인 구리 9단이 원성진 9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두 번 연속,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원성진 9단, 그는 세계 최정상급 기사로 거듭났다. 실력에서도, 인격적인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종국 후 1시간가량 이어진 복기 중에도 원성진 9단은 무표정이었다. 구리 9단에 대한 예의며 배려였다. 아무 말 없이 두 대국자는 오로지 ‘수담’으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구리 9단은 쓰라린 패배를, 원성진 9단은 오랜 시간 걸려 맺은 승리의 열매를.
종국 후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원성진 9단을 만났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때서야 살며시 미소 지었다.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어요. 2:0으로 이길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아···.기쁘네요. 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좋아요.”-언제 승리를 예상했나?
“좌변을 잡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중앙을 끊고 나오면서 희미하게나마 승리를 확신했어요.”-통쾌한 2연승을 거뒀다. 승리의 비결이 있었다면?
“비결이요? 글쎄요···. 첫 판은 구리 9단이 방심했던 것 같고 두 번째 판은 초반부터 잘 풀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구리 9단의 기보를 많이 연구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주도 올 때도 구리 9단의 최신기보 10개를 가지고 왔거든요.”-혹시 전날 밤(25일) 좋은 꿈을 꾸었는지?
“하하. 꾼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안나네요.”-올해 목표가 있다면?
“아직 제가 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은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요. 올해 삼성화재배와 도요타배가 남아있는 걸로 아는데 삼성화재배에서 성적을 잘내고 싶어요(웃음). 바둑리그도 잘하고 싶고요. 한국바둑리그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국내기전은 현재 명인전이랑 GS배에 올라가 있는데 거기서도 잘하고 싶어요.”-3국까지 가지 않아서 27일의 일정이 빈다. 무엇을 하고 싶나?
“아직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하고 싶은 건 없는데···(웃음). 일단 쉬고 싶어요. 사이판투어도 다녀오고 그래서 쉬질 못했거든요.”-사이버오로 바둑팬들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오로 뉴스는 하루에 10번은 넘게 보는 것 같아요. 답글도 꼬박꼬박 보는 편이고요(웃음).특히 제가 나오는 기사는 무조건 확인 해요(웃음).”-혹시 원성진 9단의 승리를 못미더워 하는 바둑팬들의 답글에 속상하지는 않았는지?
“답글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런 답글이 달렸을 때 저를 지켜주시려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은걸요(웃음).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 나쁘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전 괜찮아요(웃음).”세계 정상급 기사로 당당히 12대 천원전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새겨 넣은 원성진 9단. 실력과 겸손함을 고루 갖춘 그의 다음 행마를 주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