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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답사후기
3/19(월)
열흘 만에 귀가다. 집안은 생각보다 정돈이 잘 되어있다. 아마도 남편이 꽤나 신경을 쓴 모양이다. 가방을 풀어 짐을 정리하고 빨래를 시작했다. 너무나 먹고 싶던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김치찌개는 싫증났다며 다른 메뉴를 주문한다. 삼겹살... 딸아이의 수다가 시작됐다. 아빠가 매일 맛난 음식을 사오곤 했구, 아침마다 새 밥을 지었단다. 여행을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의 빈자리를 좀 느껴 보길 바랬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들과 너무나 잘 지냈나보다. 남편이나 아들이 여행 떠나 몇 일만에 집에 와서는 “집이 제일 좋아, 집이 최고야”라는 말을 할 때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는데 내가 그 말을 했다. “집이 최고야, 김치찌개 먹고 싶다”.. 남편은 퇴근해서 딱히 뭐 한 일도 없는데 거의 매일 1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단다. 주부가 하는 일이 그랬다. 해봤자 표도 안 나면서 안하면 표가 나는 게 주부들 일이라고...
돌아와서 몇 일간은 구석구석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바빴고, 때도 시도 없이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었다. 후기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커지면서 답사에 대한 느낌은 점점 감소하고 있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첫째 날 (3/10) - 인천공항 →이스탄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왔다. 터키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바빴다. 딸아이 데리고 병원에도 가야했고 미처 해놓지 못한 집안 일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에 늦어
미안한 마음 가득한데 나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단다. 아슬아슬 푸르른날님이 탑승하자마자 비행기는 하늘을 나른다. 비행기 안은 왁자지껄 버스 안 같다. 다른 탑승객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 모놀님들 조용할 새가 없다. 장장 12시간동안 자다 깨다, 소곤소곤 쑤근쑤근, 왁자지껄, 깔깔깔....
어느 새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터키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단다. 숙소(Grand Beyazid Hotel)에 도착하니 밤 10시쯤.. 앉은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다리가 통통 부었다. 피곤하다. 자자..
둘째 날 (3/11) - 이스탄불 →샤프란볼루
6시 기상, 7시 식사, 8시 샤프란볼루를 향해 버스가 출발했다. 5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곳으로 터키 전통 가옥 마을이란다. 곳곳에 돔 형태의 지붕이 있는 사원들을 보니 이슬람 국가임을 실감한다. 마치 우리나라에 교회가 한 집 건너
있듯이... 이스탄불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7층 정도 높이다. 한 층에 4개 세대씩 거의 정사각기둥 모양이다. 큰 지진이 100여년에 한 번 정도 있기에 고층 건물을 짓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가이드의 터키 역사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게 이어지니 자장가 같아 잠이 솔솔 온다...
터키는 대부분의 화장실이 유료다. 대개 1달러에 2~3명. 언제 화장실을 갈 수 있을지 모르므로 버스가 멈출 때마다 볼 일을 봐야만 한다. 휴게소다. 말린 과일류와 견과류 특히 개암 열매가 많다. 로쿰이라는 젤리도 가지가지 종류가 많다. 과일은 계절 탓인지 오렌지와 사과만이 보인다. 버스는 숨 가쁘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샤프란볼루는 100~200년 전에 만들어진 터키 전통 목조가옥 마을이다. 2천여 채의 전통 가옥이 다닥다닥 계단처럼 열을 지어 있다. 시민공원의 높은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한 폭의 그림 같다. 구름 낀 날씨가 붉은 기와지붕과 잘 어울린다. 조그만 박물관에 들어가 보니 우리네의 사랑채와 안채처럼 남자들의 공간과 여자들의 공간이 따로 구분져 있었다. 남자들의 식사 모습을 전시 해놓은 곳에 법명스님과 웃는돌님이 살짝 끼어 앉아 사진을 찍은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전통가옥은 우리네와 비슷한 것들이 많다. 나무로 만든 대문이며 그 대문에 붙은 장식들, 그리고 주방에서 사용하는 채, 등잔..... 골목골목에는 아기자기한 관광기념상품을 파는 바자르가 있다. 주로 전통가옥 모형... 시골 장터 같은 느낌이다. 왁자지껄 하지는 않지만...
저녁 식사를 한 후 호텔(Zalifre otel) 주변을 산책했다.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다.
셋째 날 (3/12) - 샤프란볼루 → 핫투샤(보아즈칼레)
5시 반에 13명이 산책을 나섰다. 같은 장소가 이렇게 시간에 따라 달리 느껴진다는 게 새삼스럽다. 영화 세트장을 보는 듯하다. 움직임이 전혀 없다. 조용하다. 평온하다. 빵집마다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유혹한다. 땡님이 쉬밋이라 불리는 빵을 몇 개 사서 나눠준다.(베이글처럼 가운데가 구멍난 모양인데 베이글보다 훨씬 가는 링모양) 갓 구워낸 빵이 따뜻하고 담백하니 맛있다. 룸메이트 밥줘님은 커다란 에크맥이라는 빵이 맛있어서 한국 갈 때 사가지고 가고 싶단다.(밀가루에 물로만 반죽하여 단백함)
땡님이 사준 쉬밋빵 밥쥐님이 유난히 좋아하던 커다란 애크맥빵
핫투샤(현재 보아즈칼레라고 불림)를 향해 8시에 샤프란볼루를 출발했다. 휴게소에서 홍차를 마셨다. 터키에서는 차이라고 한다. 투명 유리잔에 비친 차이 색깔이 참 곱다.
보아즈칼레는 기원전 18세기 무렵 히타이트 옛 왕국의 수도였다. 히타이트 민족은 성공적으로 처음으로 철을 무기로 사용한 민족이었단다. 넓은 구릉 위에 남아 잇는 신전 터의 돌무더기들을 보니 회암사지(폐사지)가 떠오른다. 폐사지에서 절집이 어떻게 앉아 있었을지 상상해 보라던 대장님 말이 생각나지만 신전 터에서 전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만 그 규모가 대단했을 것이라는 생각만... 대성채에 묻혀 있던 점토판 문서의 해독 결과 당시에 상당한 과학 문명이 발달하였음이 확인되었단다. 바위성소에는 가파른 절벽에 65명의 신들이 새겨져 있다. 왕은 그곳에서 풍요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한다. 부조들은 그저 그림인 것이 아니었다. 부조는 상형문자였다고 한다. 그런 비밀이 알려진 건 100여년도 채 안되었단다. 그들이 번성했던 기원전 1400년경은 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유적인데도 보존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무너진 성벽 돌무더기들을 그냥 마구 밟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 누구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헌데 어찌 생각하면 여기저기 흩어진 무너진 돌무더기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건축물을 만든다는 것도 이상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부조 모양을 흉내내 조각한 기념품들을 파는 현지인들이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 유적지에 대한 한글판 책자도 있다. 우리가 누군가? 흥정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 아줌마 아닌가.. 결국 거의 40%쯤 할인한 금액에 산다. 핫투샤는 어마어마한 도시였던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숙소로 향한다. 오늘 생일을 맞은 모놀님들을 위한 작은 파티가 갑작스레 마련되었다. 주인공들은 꽃단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 중 땡님의 변신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숙소는 도로변에 있다. 깔끔해 보이기는 하는데 가이드의 충고가 방이 춥단다. 진짜로 추웠다. 우리 방이 제일 싸이드라서 더 추웠나 보다. 옷을 다 껴입고도 담요 두 장을 덮고 잤다.
핫투샤의 신전터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지
이즈르카야의 부조물 2
넷째날 (3/13) - 핫투샤 → 가파도키아 추위에 떨며 잤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싫었다. 부지런한 내 룸메이트 밥줘님은 5시도 안되어 일어나곤 한다. 이불속 유혹을 물리치고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 날은 추운데도 푸른 풀포기가 싱그럽다. 알고 보니 ‘밀’이란다. 밀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참 멋질 것 같다. 나도 한 장 찰칵... 아침 식사 후 강행군이 또 다시 시작됐다. 보아즈칼레를 출발하여 가파도키아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된단다. 밤새 눈이 내려 온통 雪國이다. 어제 둘러 본 힛타이트 신전터들이 눈이 쌓여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 이렇게 눈이 쌓인 상태에서 이 유적지를 둘러 봤다면 제대로 보이기나 했을지 하는 생각에 좋은 날씨를 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놀 식구들은 차를 세워 달라 야단들이다. 결국 차는 멈추고 우리 모두는 아이들처럼 좋아라 사진을 찍었다. 레오님, 버섶님은 부산에서 올해 눈 구경 제대로 못했다며 계속 탄성을 지른다. 버스는 한참을 달린다. 끝도 없는 벌판에 하얀 雪原이며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 눈 쌓인 모습을 보며 시베리아 같다며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한다. 가파도키아 가는 길에 아바노스라는 도자기 마을엘 들렀다. 도자기가 완성되는 과정도 보고 전시장에 알록달록 예쁜 도자기도 보았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모두 기계 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라 손으로 직접 하는거라 비싼가 보다... 눈요기 후 기대하던 항아리 케밥을 먹으러 아바노스 동굴 식당으로 갔다. 항아리 케밥은 항아리 안에 고기와 여러 가지 야채를 함께 넣고 물을 넣지 않고 항아리째 불에 구우면 야채에서 나오는 수분으로 조리가 되는 음식이란다. 음식 맛은 약간의 실망..... 점심 식사 후 터키 여행의 1순위 여행지라는 가파도키아를 둘러봤다. 약 300만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마그마가 굳어져 생긴 것이란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천태만상의 모양이 이루어진 것을 보니 그저 말이 필요 없다. 우치히사르는 비둘기계곡이란 뜻이란다. 그런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비둘기를 키우며 그 배설물을 포도밭 거름과 교회 그림의 물감으로 이용했다니 그 또한 지혜롭다.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자연이고, 가파도키아는 풍화작용에 의해 깎여서 형성된 자연이라고 볼 수 있겠다. 버섯 모양의 바위들은 동화 속 그림 같은 곳이다. 감탄사만 연발한다.. 와~, 야~, 세상에나...멋지다.. 괴뢰메 오픈 박물관은 365개의 교회가 있었던 것이 이제는 30여개가 남아 야외박물관으로 관광객에게 공개되고 있단다. 교회 내부에는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보존 상태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괴뢰메에는 교회뿐만 아니라 음식저장실, 취사실, 식사공간들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취사실로 씌였던 공간은 천정이나 벽면에 아직도 시커먼 그을음이 많다. 버섯모양의 바위가 있는 파샤바계곡 낙타모양의 바위 괴뢰메 야외박물관
일정을 마치고 호텔(Mustafa Hotel)에 도착 하자마자 로비에서 와인을 한 잔씩 준다. 이런 일은 생소하다. 저녁 식사 후 26명의 식구들은 호텔을 탈출(?)하여 동굴까페로 갔다. 은은한 촛불에 맨 바닥에 놓여 있는 큰 방석 위에 앉으니 서로의 무릎이 닿을 듯하여 함께 모인 이들이 더욱 정답게 느껴졌다. 터키 전통술이라는 라크를 맛보니 화공약품 냄새 같기도 한데 어떤 이는 산초냄새 같다고 한다. 내 취향은 아니다. 맥주만 한 모금 마셨지만 모놀의 향기와 분위기에 취한다.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여유로움은 여러 날 강행군에 지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동굴의 은은한 촛불은 낭만까지 덤으로 선사했다.
가파도기아에서 들바람, 레오와 비둘기 계곡의 비둘기들 비둘기 계곡에서 호호님
암굴교회 내부의 프레스코화 괴뢰메 야외박물관
<웃는돌님 사진 퍼옴>
일정을 마치고 호텔(Mustafa Hotel)에 도착 하자마자 로비에서 와인을 한 잔씩 준다. 이런 일은 생소하다. 저녁 식사 후 26명의 식구들은 호텔을 탈출(?)하여 동굴까페로 갔다. 은은한 촛불에 맨 바닥에 놓여 있는 큰 방석 위에 앉으니 서로의 무릎이 닿을 듯하여 함께 모인 이들이 더욱 정답게 느껴졌다. 터키 전통술이라는 라크를 맛보니 화공약품 냄새 같기도 한데 어떤 이는 산초냄새 같다고 한다. 내 취향은 아니다. 맥주만 한 모금 마셨지만 모놀의 향기와 분위기에 취한다.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여유로움은 여러 날 강행군에 지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동굴의 은은한 촛불은 낭만까지 덤으로 선사했다.
첫댓글 사진 올리기가 안되어서 아들놈한테 부탁했더니 맨날 바쁘다고 미루기만 하네요... 오늘은 발목 잡고 늘어졌죠...
에구~~누구집 할것 없이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도와 주지요?...빨리 사진올리는법 배우세요.
시진은 아직도 보이지 않아요. 배꼽만이 ... 에궁~~
언니야~ 사진이 한개도 안 보여요 배꼽만 빠꼼히 저를 기다리네요 내 컴이 이상한건가
샤프란볼루에서의 아침산책길과 동굴카페에서의 즐거웟던 시간은 잊을수가 없지요?...그때로 되돌아 가고 시~~포요~~
정말 후회없는 여행이었습니다...^^
에구구 이제 수정 했는데 배꼽 사라지고 사진이 잘 보이는지...
배꼽 보는 재미도 좋네요. ^^ 잘 읽었습니다.
나두 정리 해야 하는데...웃는돌님...사진 올리는 법 알려주세요~~~
저는 행운이 따라서 글과 사진 다보았답니다^^* 감사해요!! 양주의 회암사 우리북쪽 동네에 있어요 ㅎㅎㅎ
이제 사진이 잘 나오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 잘 꾸며주셨습니다.
구카님~우리 너무 행복했었죠~..제 사진도 같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ㅎㅎ 역시..후기는 각각의 느낌이 조금씩은 다 들어 있어서 좋네요~~..써야 할텐데...부러워요~~이미 반이나 써나가셔서~~ㅎㅎ
매일밤 컴이랑 붙어 있어 남편한테 구박 좀 받았지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느낌이 자꾸 줄어들잖아요. 시간 내어 빨리 써야지요...
캬~오~~~우리 착한 구카님이 후기를 이렇게 찬찬히 ...올려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것네요..ㅎㅎ 사진도 잘 보이고, 이쁘고,,,글도 이쁘고...메모하느라고 애쓰셨수. ㅎㅎ 담편 얼렁 쓰세요. ^^* 수고 많았네 그려..^^*
팔언니 장가계 후기도 올려 주세요^^
녭~~~명심허겠습니다. 터키분위기가 사라질 때쯤...그래서 사진도 모놀가족이야기에 올렸다우.~~~ㅎㅎㅎ
사진 작은것도 새롭네요. 무스타파 호텔 와인.. 환영 위로가 됐었지요^^
구카님, 정스럽게 쓴 후기 정말 좋습니다..어쩜 사진도 꼼꼼히 엑기스만 찍고...하루 하루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후기네요...너무너무 좋아요..모습 만큼이나 조신한 후기 잘 보았어요...^^구카님, 알 라뷰~
역시나 구카님은 모범생이야요. 조근 조근 조목 조목.....A플러스 쾅!
영광스럽게도 제 사진이 실렸네요. 구카님 땡큐~~~~ 오늘도 복습 열심히 했어요.^^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이 보여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잔잔하게 써내려가신 글 속에서 다시한번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어요.... 나도 빨리 숙제 해아할텐디 구카님이 부럽습니다.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