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나무 집에 앉아서 산행을 마치다.
정말 등산하기 좋은 날씨이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있고 비가 온 뒤끝이라 공기조차 맑다.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전철로 오실 분들을 기다린다. 오늘 등산에 참여하신 분은 다섯이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水石과 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이밖에 또 더하여 무엇 하리.’
오늘 오를 산은 예봉산 옆에 있는 예빈산이다. 이곳은 다산 정약용 선생 형제들이 유년시절 즐겨 찾던 곳이라고 안내판 기록은 증언한다. 1914년 이전에는 광주군에 속해 있었고 지금은 남양주군으로 지명이 바뀌어 있다. 참 나무가 울창하다. ‘옛날부터 나무가 울창하여 조선시대 한양 땅에 땔감을 공급했다는 기록’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산 초입부터 경사가 각도를 잡는다. 30분을 올라도 나무가 울창하여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머리와 얼굴에 그리고 등줄기에는 땀이 흐른다. 코로는 울창한 숲이 내뿜는 산소를 맛있게 마시고 혈관에서 찌든 젖산은 땀에 실려 몸 밖으로 보내진다. 그래서 땀 냄새가 좋고 기분이 좋다.
봉우리를 올라 정상인가 했더니 이제부터 능선이다. 또 좀 내려가다 또 오른다. 이번 봉우리도 예빈산으로 가는 경유지이다. 또 걷고 오르고 물병을 비우고 이번에 흐르는 땀은 진땀이다. 좀 가파르다 싶더니 밧줄이 걸려있다. 좀 심각하게 줄을 잡았더니 10m도 못가서 끝이다. 더 오를 곳이 없다.
산 정상은 헬기장이 닦여 있다. 589.9미터라고 적혀있다. 한강이 보이고 팔당대교가 끊어진 땅 남양주와 하남시를 연결하고 있다. 지난달 올랐던 검단산이 강 저편에서 반갑다 손을 흔들고 서쪽과 북쪽에 있는 예봉산과 운길산은 다음에 들려달라고 교태를 부린다.
정오가 지났나 보다. 밥 때가 되어선지 시장 끼를 느낀다. 한잔 하고픈 유혹에 하산을 서두른다. 좀 펀펀한 지형을 만났다. 자리를 펴고 마른안주와 술병을 꺼낸다. 세 가지 색깔의 술이 맛 경쟁에 들어갔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서 땀을 흠뻑 흘린 후 마시는 술맛, 글로 표현 할 수도 없고 그림으로 그려낼 수도 없다.
비가 자주 온 탓인가. 하산 길이 질퍽하다. 계곡에는 콸콸은 아니지만 쫄쫄을 넘는 물소리가 바위에 부딪치며 쉼 없이 흐른다. 지리산 뱀사골의 집체같이 큰 바위도 아니고 금강산 팔담소로 가는 길의 옥 소반 같은 바위도 아닌 우리의 눈에 친숙한 바위가 물과 부딪치며 수다 떠는 모습이 정답다.
어느덧 우리들의 발걸음은 싸리나무집 앞에 와 있다. 시장이 반찬인가 칼국수가 맛이 기가 막히고 쑥 부침과 도토리묵이 조 껍데기 막걸리를 하나 더 시키게 한다.
첫댓글 혼자 맛있는 등산을 하셨구만, 좋은 글 많이 올리게나..
고산 윤선도의 五友歌를 연상케 하는 산행기 정말 잘 썼구먼, 예빈산을 오르면서 보고 느낀 글귀가 아주 재미 있고 문학적이라고 생각하오.
水石과 松竹을 벗삼아 멋진 산행을 하셨군요 저도 때론 나무들과 대화를 하면서 산길을 걷곤 합니다
산에 조예가 있는 분들 앞에서 문자를 썼네요. 교훈, 수로, 근홍. 님들 반갑습니다.
멋진 산행을 맛갈스럽고 문학적인 표현의 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우님, 근무는 안하고 평일날 산행을 다하니 참 여유로와 좋소이다. 갈고 닦은 글 솜씨에 구수한 맛갈까지 더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멀리 미국에 계신 청암님!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항상 이곳에서 만나뵈니 마치 뚝섬에서 배띄어 놓고 장어먹던 시절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려.
뚝섬과 광나루에서 배띄여 놓고 장어먹어본지 20년도 넘었습니다.
창곡선생! 한잔 같이 마신지도 퍽 오래된 것 같소이다.
시간나면 한 잔 합시다그려. 수담과 박카스를 곁드리면 더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