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이웃이다.
2022년 5월 17일 화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열이렛날
요즘 산골의 날씨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이른 아침은 서리가 내려앉은 찬공기에 싸늘하고
아침나절과 저녁무렵은 선선하여 좋기만 한데
한낮은 푸른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다.
산골의 요즘 날씨, 세 계절의 공존인가?
아직 밭일을 할 수가 없어 한가롭기만 하다.
이럴땐 산에나 올라가 누비고 다녔으면 좋으련만
뭘 그렇게 욕심을 부리냐며 극구 말리는 아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다니는 것이 늘 걱정스럽고
고생하는 것에 비하여 얻어오는 것이 신통찮고
어쭙잖아 고생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그렇겠지?
그래도 할 일이 없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일같지도 않은 일을 찾은 아침나절, 날씨 때문에
밭에 나가지 못하고 카페안에서 대기중인 모종에
물을 흠뻑 주고나서 기왕 물주기를 시작하였으니
물을 아주 좋아하는 블루베리 나무가 생각났다.
그래, 너희들도 흠뻑 적셔주마 하고 푸욱 주었다.
그리고는 택배 보낼 것을 가지고 읍내 택배회사에
갔는데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 바깥에서 기다리며
서성거리기를 얼마 동안 했을까? 그런데 안쪽에서
인기척이 있어 들어가니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어딜 갔다왔길래 자리를 오래 비웠냐고 했더니,
"화장실도 못가나요?"란다. 하도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변비 걸려 화장실에 그리 오래 있었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오는 길에 같은 마을이지만 다른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 형님댁에 모종을 조금 얻어올까 싶어 들렸다.
해마다 이런저런 모종을 챙겨주신다. 형님보다도
형수님께서 모종을 기르시고 모든 관리를 하시고
있어 연락은 형수님이 한다. 때마침 형님과 이웃에
사는 아우뻘 되는 사람과 함께 있어 커피를 마시며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고추모종 심는 것은
시기를 늦춰야만 할 것 같다고 했다. 농사꾼들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 아우가 간 뒤에 형수님께서 필요한 모종을 골라
보라시며 비닐하우스로 불렀다. 고른다기 보다는
거의 형수님께서 주시는 그대로 받아온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상추 2판, 아삭이 12주, 옥수수 1판,
호박 5주, 메리골드 1판, 백일홍 1판, 분꽃 1/3판,
풍접초 반판, 주먹 봉숭아 2/3판을 주섬주섬 챙겨
자동차에 실어주셨다. 대파 1판은 좀 더 기른 다음
연락할 테니 그때 가져가라고 하셨다. 얼마 드리면
되냐고 했더니 돈은 안받는다며 그냥 가져가서 잘
기르면 된다고 하셨다.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는데
고생하여 기른 모종을 그냥 가져올 수는 없잖은가?
종묘상이나 장날 장골목에 오는 상인에게서 사면
이렇게 튼실하게 잘 기른 것과 비교도 안되는 것이
꽤나 비싸다. 대충 계산해도 몇 만원은 족히 된다.
형수님은 명절 때마다, 이따금씩 들릴 때마다 받은
것으로 족하다고 하셨지만 도저히 그냥 가져올 수
없었다. 극구 사양을 하셨지만 씨앗값도 안된다며
손에 조금 쥐어드리고 왔다. 그마저도 안받겠다고
하셨지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곧장 자동차에
올라 타 버렸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이웃이다.
첫댓글
겨우내 잠자던 정원이 초록으로 바뀌니
너무나 감사한 모습으로 보여주네요.
촌부님의 손길이 닿은 정갈하고 예쁜모습이 너무 아름바워요.
이만큼 만드시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가
담겨졌을까요~~~^^
연두연두하더니
머잖아 초록초록할 것 같습니다.
20년 세월의 흔적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너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하실 수가 있으니까요. 혹시나 이 촌부가 힘들다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은 아닌지요. 동경하셨다면 꼼꼼하게 준비하셔서 실행하는 용기를 내보십시오. 감사합니다.^^
@ㅣ푸른안개 그러시지요.
기회를 봐서 시간을 만들어 보자구요.^^
촌부님
어제 평창 갔다가
바쁘신 듯 하여 그냥 왔답니다.
봄 농사 바쁘시니 다음에 가면 뵙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행복 하세요
아이구~ 제가 어제 아침에 들어오고 안들어오는 바람에... 연락주셔도 되었을 텐데... 아무튼 그냥 가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촌부님의 나눔을 보면서
이웃사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봅니다.
농촌생활을 꿈도 못꾸고 그냥 감동만 합니다.
이제 모종철이 되었으니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실지 궁금해 지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도시생활도 그렇겠지만 산골살이는 이웃과의 유대와 소통이 참 중요합니다. 특히 외지에서 귀촌한 사람들은 첫번째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서리가 내려 아직까지도 모종이 밭으로 나가지 못하고 대기중입니다. 오늘 장에 나가 모자라는 모종을 사다놓았으니 조금씩 밭으로 옮겨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