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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월 3일에 갖는 156회 시하늘 시낭송회는 수성못가 있는 레스토랑 <케냐>에서 저녁 7시에 열립니다.
바야흐로 여름으로 가고 있는 이 시기에
수성못가에서 고래의 흔적을 찾아 임영석 시집『고래 발자국』을 펼쳐 들까 합니다.
‘이 땅에 많은 시인이 있지만 맑은 시심을 간직한 시인을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
모든 것을 유용성을 잣대로 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시는 소용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소용없는 그것의 유용성을 보려면 마음눈이 맑고 순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십대부터 시의 여신에 매혹되어 살아온 시인 임영석은
여전히 어린 왕자 같은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본질적인 것은 소용없는 것"이라고 말한 『어린 왕자』를 쓴 생떽쥐베리처럼
그는 시적 삶의 내밀한 본성을 철저히 자각하고 있는 듯 싶었다’고
고진하 시인이 서평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시가 고향이고 친구이고 집이고 우주라고 하는 임영석 시인의 시편을 물씬하게 만나고자 합니다.
낭송할 시편을 점지하여 댓글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참석 바랍니다.
낭송회가 열리는 수성못 케냐의 주위는 지금 여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시를 읊고 음미하는 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하는 즐거운 밤이 될 것입니다.
-일시 : 2010년 6월 3일(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구 두산동 898-5 <케냐 레스토랑> 수성못 근처주차장 있음, 전화 ‘케냐 레스토랑'(053-766-8775)
-회비 : 없음 (식사 및 음료는 각자 주문 계산)
-시 낭송자 : 희망자 누구나(낭송하고 싶은 시 선택하여 뎃글로 달아주십시오.)
-음악 : 김미선-하모니카 연주/박길영-카우벨 연주
-진행사회자 : 권순진 시인
*연락처:가우(010-3818-9604)/우가희(010-2422-6796)/제4막(011-9080-1296)
*임영석 시인
-1961 충남 금산군 진산면 엄정리 출생
-1985 『현대시조』봄호 2회 천료 등단
-시집『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 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배경』, 『고래 발자국』
-한국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 좌도시 동인
-2009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시부분 선정
-현재 만도 원주 스티어링사업 본부 품질경영팀 근무
*시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대(竹) 숲에 들면
-임영석
대숲에 들면 꾸물거리는 것이 없다
모두가 시원한 자세다
몸을 텅 비우고 살아 온 세월 만큼
속이 시원한 자세를 하고 있다
애초, 쪼개면 쪼갤수록 종종걸음치던 삶
하얗게 뿌리 속에 감추고
푸른 분노가 허공을 타 올라
죽창이 되어 간다, 오늘
그대 무릎의 관절이 쑤시고 아플 때
얼마나 바르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아라
저 허공을 시원하게 울리기 위하여
대나무는 속을 텅 비우고 허공을 먹고 산다
죽어서 허공을 눈물나게 울릴 수 있다면
그대 삶도 대나무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단단한 다짐을 담아 놓을 그릇이 되거나
분노를 삭힐 죽창이 되어 갈 것이다
대숲에 들면 허공을 울리겠다고
끙끙 다짐하는 신음 소리만 들린다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내 몸이 편지였다
-임영석
녹녹한 마음을 달래려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내 몸이 예전처럼
개운하지가 않다 세월이
등을 밀고 들어와 써 놓은 편지를
하루종일 술병을 앓아가며 읽었다
무슨 말을 써 놓았는지
나는 읽을 수가 없는데
남들은 나를 보고 대뜸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다
내 몸이 편지였다
내 속의 거북함을 눈치 채고
약까지 사다 준다
세월이 내 몸속에 써 놓은 편지를
약발로 읽고 보니
저 허공이 가장 튼튼한 기둥 같다
-시집『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문학의전당, 마음의詩 09)
나무에게
-임영석
나무여, 팔다리가 없어 얼마나 다행인가?
멀리 떠나가지 않아도 되고
다시 돌아갈 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허기지게 먹이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하는데
너의 몸 마디마디 피와 살이
허공을 향해 걸어가는 고행이라니
너의 몸에 총총 감긴 나이테 하나하나
더는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다짐을 하며 찍었던 방점일 것인데
얼마나 흔들고 흔들었으면 그 방점
너를 울리는 파문으로 번지였겠느냐
나무여, 입과 항문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 것 보고 들어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입과 항문을 갖지 않는 네 마음
먹지 않고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팔과 다리를 갖지 않는 네 마음
가지 않고 오지 않겠다는 것이고
허공으로만 가려 하는 네 마음
무언(無言)의 말을 찾겠다는 것인데
방점 하나에 목숨을 거는 네 마음
너를 흔들던 바람 소리 단단히 묶으려고
오늘도 가고 오는 길이 허공이구나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언제나 웃는 돼지
-임영석
마을금고 탁자 앞 빨간 돼지저금통은
언제나 웃고 있다 아프리카 빈민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되겠다는 자세가
범상치가 않다 백일이 건 천일이 건
미소 하나로 세상을 이겨내겠다는 자세다
십 원짜리 백 원짜리 거스름돈을 넣으면
그 미소가 내게로 올 것 같아 넣어 보지만
내 마음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천성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지
생명력이 없다. 그러나 빨간 돼지 저금통은
어디서 그렇게 인자한 웃음을 배워왔는지
한 번도 찡그린 표정을 짓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웃겠다는 자세다
철석같이 믿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피와 살이 삶의 경계를 넘어 요지부동, 한 자세일 때
그것은 분명히 성자를 담겠다는 삶일 것이다
나는 지금 성자에게 아름다운 삶을 배우고 있다
밥 한 끼 나누어 주고 밥 한 끼 나누어 먹는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밥
-임영석
‘밥’이란 말처럼 단호한 말은 없다
한 번 말을 뱉으면 입을 꼭 다물어야 한다
입을 벌려 말을 하면 밥이란 말은 밖으로 다 새어나간다
입에서 새어나간 것은 밥이 되지 않으므로
공손히 입술을 다물어야 밥이란 뜻이 완성된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이란 말을 하듯 공손히 먹어야 한다
고기처럼 이빨로 뜯어 먹어서도 안 되고
물을 마시듯 꿀꺽꿀꺽 삼켜서도 안 된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밥을 잘 먹는 일이다
밥 속에 삶의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고래 발자국
-임영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고래들의 발자국을 보고 싶다
고래가 발을 버리고 왜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는지
무슨 아픔이 있어 바다로 몸을 숨겼는지
발자국을 보면 그 의문이 풀릴 것만 같다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고래들의 발자국을
고고학자들은 왜 아무도 찾지 않을까
바닷속 어딘가는 두 발로 혹은 네 발로 걷던
발자국 무덤들이 가득히 있을 것인데
수천 년 동안 고래 발자국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이 역사를 발로 쓰고 다닐 때
고래들은 천리 밖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바닷속 가득 풀어놓고 낙엽처럼 밟고 다녔을 것이다
그 발자국 따라 오늘도 새우떼를 쫓을 것이다
-시집『고래발자국』(종려나무, 2009)
달
-임영석
달은
이 세상 사람의 꿈의 무게를 달아주는
저울이다
그 꿈의 무게가 무거우면 초생달이 뜨고
그 꿈의 무게가 가벼우면 보름달이 뜬다
달은
이 세상 사람의 꿈의 무게를 달아주려고
저녁마다 앞 산에 뜬다
-시집 『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공명共鳴
-임영석
달빛에 나의 生, 모두를 맡겨야 할 때가 있다
아무 잘못이 없어도 용서를 빌어야 할 때가 있다
묻고 묻는 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지진이 일어나야만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 근처도 가지 못한 나의 어머니
겨울을 나시려고 문살에 창호지를 바르실 때 댓잎을 꼭 붙이셨다
그 뜻이야 어머니 마음속에 있었지만
내게는 언제나 공명처럼 푸른 말씀이었다
나무를 흔드는 게 바람만 흔드는 것은 아니다
어깨에 짊어지는 짐만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도 아니다
천 마디 말보다 한마디 마른기침 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하늘의 함박눈이 세상을 다 덮어도 제가 내려온 허공을 다 덮지를 못한다
나의 어머니 봉분 위에 핀 망초꽃처럼
내 마음을 호되게 꾸짖는 것은 없다
마음과 마음속에는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명이 있다
사람이 배워서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라
어머니! 이 한마디 말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공명은 없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숲에서
-임영석
나, 저렇게 매미처럼 달라붙어
그리움을 말해 본 적 한 번도 없다
단단한 나무 속에 영혼이 새겨지도록
울어대는 매미, 어떻게 떼어놓을 수가 없다
숲은 지금 한참 연애 중이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칼집
-임영석
생활의 달인을 보니
고기에도 칼집을 잘 내야
고기가 맛있다는 얘기를 한다
그는 이미 칼 하나로
마음대로 집을 짓고 허물고 있었다
그가 고기 속에 칼집을 내기까지
뭉그러진 칼 하나를 보여주는데
제몸을 다 내어준 껍데기 같다
칼집을 잘 내는 비밀이라는 게
수만 번도 더 연습을 한 칼 하나뿐,
그 칼을 들고 웃고 있지만
이미 그는 수만 번도 더 울었을 것이다
살면서 칼이 목구멍인 사람
칼을 내리치는 소리가
경經을 읽는 소리처럼 들린다
- 시집 『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사발沙鉢 그릇에도 뿌리가 있었다
-임영석
사발 그릇이 서로 끼어 빠지지 않는다
힘으로 빼기에는 깨질 것만 같아
물에 담가 꽉 낀 그릇을 달래어 뺐다
그릇의 밑둥이 사발 속을 파고 든 것이었다
싹뚝 잘린 제 뿌리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
사발 그릇 속에 가득 담겨 있었다
아랫 사발이 위의 사발의 몸을 받아 주며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
고립이 깊은 사랑을 만들어
한 몸을 이루어 살게 한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랑을 방해하여
내 배나 채울 밥이나 담고 있으니
사발은 뜨겁게 울고만 있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10)
믿음에 관하여
-임영석
나무를 보니 나도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겠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둥이 있어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가야겠다
그러려면 먼저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에
내 마음의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눈과 비, 천둥과 번개를 말씀으로 삼아
내 마음이 너덜너덜 닳고 헤질 때까지
받아 적고 받아 적어 어떠한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묵의 기도문 하나 허공에 세워야겠다
남들이 부질없다고 다 버린 똥, 오줌
향기롭게 달게 받아먹고 삼킬 수 있는 나무,
무엇을 소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무,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
그런 나무의 믿음을 가져야겠다
하늘 아래 살면서 외롭고 고독할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싶을 때
못 들은 척 두 귀를 막고 눈감아 주는 나무처럼
나도 내 몸에 그런 믿음을 가득 새겨야겠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10)
선인장
-임영석
내 발목의 뼈가 삐긋 어긋나
열 몇 대의 침針을 맞았는데
화분에 심어진 선인장을 보니
얼마나 뼈가 어긋나 있으면
온몸에 침針을 칭칭 맞고 살아갈까
저 선인장 이 세상 고통을 짐지고 꽃이 피니
그 마음 하느님, 아니면 부처님 같다.
―시집 『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별
-임영석
너도 혼자 거꾸로 물구나무서서
억만 년을 살아 봐라
눈에 불을 켜지 않고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재개발지역에서 밀려나고
정리해고로 쫓겨나고
비정규직으로 살다 보면
온몸이 캄캄한 하늘이 될 것이다
저 수 많은 별,
그 사람들 눈빛이다
-시집『고래 발자국』(종려나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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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 낭송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낭송할 시편을 점지하여 댓글을 달아 주십시오. 준비하겠습니다. 시주머니 님 배경음악 14곡 부탁합니다.
시인을 초대하진 못하지만 시집으로 하는 시 낭송회 좀 색다를 것 같습니다.
초대 한 번 더 해보시지요. 시낭송회 때 초대받은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솧 하는 것은 드문
현상인데, 초대 받은 시인이 참석을 한지 못한다고,원거리의 어떤 시인의 시낭송회도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시인이 지향하는 삶과 그 기개가 느껴지는 좋은 시편들이네요. 낭송은 잘 못하지만, '대숲에 들면'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조심스럽게 '공명' 찜 합니다. 아름다운 밤 기다려 집니다. 빨리 보고싶습니다.
하모하모님 훌륭하신 시 낭송 기대 하겠습니다. 직장 동료분도 시 한 편 낭송 부탁합니다.
1. 대(竹) 숲에 들면
2. 내 몸이 편지였다
3. 나무에게
4. 언제나 웃는 돼지
5. 밥
6. 고래 발자국
7. 달
8. 공명共鳴
9. 숲에서
10. 칼집
11. 사발沙鉢 그릇에도 뿌리가 있었다
12. 믿음에 관하여
13. 선인장
14. 별
이건 무슨 뜻일까요?
원고는 편집하다 보면 공간에 따라 순서가 바뀌기도 한답니다.
시하늘에 낭송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신청을 안 하시네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기다려 보지요. 원태경 님, 아버님게 맞는 짧은 시 한 편 콕 하세요.
비 안 오고 안 추우면 휠체어 타고 걸어가보자 하셨구요...ㅎ 낭송은 은근히 즐기시는 것 같으셔요 이번에도 한 편 해보실래요 잘 하시던데, 라고 했더니 그래? 난 그냥 읽는데 사람들이 잘 한다카데 이상하게 ^^ 라시네요. 모시고 가게 되면 아버지 좋아하시는 '밥'으로 할께요.
오시게 되면 그 시는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하지요. 고맙습니다.
저는 고래 발자국 찜할까요? ㅎ ^^ 잘은 못하지만~~
아주 잘하시는데, 외워오시면 더 좋겠지만 바쁘신데 무리겠지요? ㅎㅎ
내 몸이 편지였다... 제가 요즘,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십니다.
낭송을 워낙 못해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서 해 보겠습니다.
술 끊으시면 절대 않됩니다 그러면 좋은 작품 않나올 것입니다 시도 노래라 카던데 한잔 술을 마셔야 흥이 나서 제대로 가락이 머리속에 떠오를 것입니다 지대방님 제발 술 끊지 마셔요
큰 마음 내어 오시네요.
몸 생각해서 술 말고 다른 걸로 마음을 다스려 봐요..........
특별한 일이 없어면 가겠습니다 가우선생님의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그 열정들이 지방 조직으로써는 드물게 전국적인 조직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게한 것 같습니다 괜히 하는 말 아닙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시낭송도 한번 해보세요.
에고 가희님 절대 불가합니다 해 본 적도 없고.. 괜히 망신만...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혹시라도 시간이 되면 참석 하겠습니다.
근무때문에 요즘 시낭송회 잘 못가서 아쉽답니다.
낭송은 자신 없구요
가게되면 듣기만 할께요.^^
오랜만입니다.
오시는 것으로도 감사하지요.
이번 달에도 근무가 맞지 않아서 가기 힘들 것 같은데...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목요일이라 보기가 더욱 힘들어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