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이야기] 도자기 값은 어떻게 정해지나?
글 : 제이풍수사
글 게시일 : 2023. 9. 20.
요즘, TV에서 반영되는 「진품 명품」이란 프로가 시청자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집에서 소장하던 도자기․ 고서화․ 민속공예품을 스튜디오로 가지고 나오면 전문가들이 감정도 해주고 또 시중 가격도 알려준다. 가끔 진풍경이 벌어진다. 소장가가 스스로 평가한 금액과 전문가의 평가 액이 크게 다를 경우는 허! 하고 웃고, 평가 액이 몇 천 만원에서 억 대까지 넘어가면 와! 하고 서로 놀란다. 고미술품을 팔고 사는 시장 기능이 활발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 그나마 고미술품을 흥미롭게 감상하는 기회이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고미술품이 대단히 고가이고, 또 물건마다 가격이 너무 천차만별인 점이다. 마음속으로 생각한 평가 액과 전문가의 평가 액이 너무 차이가 커 도무지 종을 잡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우리는 보통 오래된 것일수록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사 고분에서 나온 돌도끼나 돌칼․토기등이 가장 비싸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 고미술품이 일차적으로 감상용이란 데 원인이 있다. 고미술품은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은 채 오로지 소장가의 주관적인 감상에만 소용되는 물건이다. 따라서 감상할 가치에 따라 부르는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비슷한 물건이라도 소장가의 사적 취향에 따라 예술성이 돋보여 귀하게 평가받기도 하고 또 천대받기도 한다. 물론 세상에 통용되는 잣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귀한 골동품일수록 세상의 잣대보다는 주관적인 취향이 가격을 좌우한다. 그것은 돼지고기 한 근이 4천 원이라면 두 근이면 8천 원 하는 식이 아니다. 감상할 가치에 따라 가격은 몇 십 배의 편차를 보인다. 그래서 국보로 지정된 것이 보물 급보다 몇 배가 더 비싼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값이 헐한 경우도 종종 있다.
청자와 분청사기, 백자로 불리는 도자기는 어떤 잣대로 값이 정해지고 차이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 비슷한 모양의 청자 매병이 있다고 하자. 매병은 세상에서 귀한 물건이니 그 나름대로 절대적인 가격은 형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두 매병이 똑같은 가격으로 거래되는가? 아니다.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소재나 질에서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물건도 수 십배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도자기의 값을 결정하는 상대적인 잣대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기준은 형태가 온전한 가이다. 깨져 수리한 것은 온전한 것의 1할도 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도자기는 무엇보다 유려한 선이 돋보이는 완벽한 형태미를 제일로 치기 때문이다.
둘째는 때깔이다. 전체의 때깔이 일정하게 고우냐 아니면 얼룩이 졌느냐는 감상을 위한 기호품으로 당연한 따져야 할 요소이다. 고려 청자의 비취색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화장한 여인과도 같고, 조선 백자는 달덩이처럼 환하여 지조 높고 기품 있는 선비와도 같다. 또 청자 몸에 흰색을 화장해 회청색이 도는 분청사기는 소박하고 텁텁한 시골 청년의 구수한 인정을 느껴진다. 유약 또한 골고루 일정한 두께로 발라져 있느냐 아니면 들쭉날쭉하냐는 도공의 예술성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하늘이 낸 도공의 작품을 보면 가슴속까지 기쁨이 느껴진다.
《한국미술품경매에 출품된 고미술품의 최저낙찰가》
청자진사국화문유병-9,000만원 청자흑백상감목단문편병-7,500만원
분청백상감목단문편병-58,000만원 분청박지어문병-3,800만원
백자청화운어문접시-3,800만원 백자청화해사(海駝)표형연적-35,000만원
다음은 문양과 문양을 수놓은 기법이다. 청자의 경우 음각, 양각, 상감 기법이 화려하게 구사되나 바탕이 그대로 드러나 자연의 순수한 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청자에 진사의 문양이 있으면 배 이상의 값을 받을 수 있다. 진사 기법은 우리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철을 안료로 사용해 구운 독특한 문양인데, 매우 희귀하기 때문이다. 분청사기에는 상감, 박지, 인화, 귀얄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이 시도되고, 백자는 청화(靑華)안료로 문양을 내었다. 특히 백자를 수놓은 포도문․꽃과 새․사군자의 회화는 고졸한 선비의 문기(文氣)가 넘쳐 그림까지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문양 또한 특이하고 그 품격이 높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미술품의 가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희귀성이다. 아무리 형태가 좋고 때깔이 곱고 문양이 우수해도 같은 것이 많으면 골동적 가치가 떨어진다. 그저 조상이 남긴 예술 작품으로 감상하고 문화사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수준에 그친다. 병이고 항아리고 연적이 여러 개 있다면, 전문가는 기를 쓰고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을 골라잡는다. 가장 희귀한 것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안목’ 또는 ‘감식안’이라 부른다. 그것은 고미술품을 많이 접해야 생기는 능력으로 감식안이 높다는 말은 곧 골동적 가치가 큰 물건을 골라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보와 보물를 지정하는 차이도 또한 그렇다.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에서 동일한 가치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중에서 희귀한 것을 국보로 지정한다.
(참고: 「실록소설 문화재 비화」․고제희․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