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공기 먹기 전에 밥값부터 하라"…양곡법 거부 규탄
[ 시민언론민들레 | 박승철 기자 psc2023@mindlenews.com ] 2023.04.09 01:00
34차 촛불대행진…다큐 '촛불 같은 사람들' 제작
"아파트·일본 멍게 사준다면서 우리 쌀은 못 산다?"
"후쿠시마 오염수 너희끼리 마셔라" 굴욕외교 성토
'윤석열 퇴진 대학생 민주당원 모임' 곧 행동 개시
다음 주 전국집중촛불...서울 혜화역 오후 3시 집결
8일 오후 서울 시청역에서 열린 34차 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이 집결해 있다. 2023.4.8. 사진작가 Mongspo Park
윤석열 정부의 대일 퍼주기 외교와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시민들이 성난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양곡관리법은 식량 주권이다” “5년짜리 계약직에 나라를 팔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울분을 표출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윤석열 퇴진 요구’로 수렴됐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 비판 봇물
8일 오후 5시 서울 시청역~숭례문 구간에서 열린 제34차 촛불대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5000명(연인원 1만 5000명)이 참석했다. 온라인에서도 1만5000명이 유튜브를 통해 집회 중계를 지켜봤다. 참석 인원은 평소보다 적었지만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분노를 터뜨렸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민주당 고양시정 대학생위원장 임정우 씨는 “윤석열 퇴진 대학생 (민주)당원 모임을 결성했다”고 소개했다. 임 씨는 “안 바쁜 사람이 누가 있고 주말에 여유가 있어서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면서 “이제 민주당 대학생 당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일본에 퍼주고 있는 줄도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솔잎 씨와 대학생 2명의 지도를 통해 집회 참가자들이 한마음으로 ‘촛볼의 행진’ 노래를 손동작 율동과 함께 따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촛불집회 전속 사진작가로 활약해온 이호 작가는 연사로 나서 “지난해 8월 6일 청계광장 마당에서 100명이 모여 첫 집회를 열었는데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촛불 동지들이 있는가”라고 말한 뒤 “우리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 정치인들을 심판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조수진과 공깃밥 두 단어를 써놓고 이름 점을 봤더니 97%라는 확률이 나왔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면서 최근 양곡관리법에 반대하며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했던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한 주간 주요 쟁점을 다루는 ‘퇴진뉴스’ 코너에서는 순천만정원박람회에 방문해 사진 뉴스를 게시한 김건희 여사,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어 촛불행동TV가 오는 19일 공식 개국하고,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촛불 같은 사람들’이 업로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항의해 삭발 농성을 벌이는 백혜숙 전 서울시 농수산물유통공사 전문위원도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건설사 아파트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 한다” “일본 멍게는 사주면서 우리 쌀은 못 사준다고 한다”라면서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한 조수진을 향해선 “밥 한 공기 다 먹자고 하기 전에 우선 국회의원들부터 밥값할 생각을 해라”고 몰아부쳤다.
8일 오후 서울 시청역에서 열린 34차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3.4.9.사진작가 이상민
굴욕외교 성토…“후쿠시마 오염수 너희끼리 마셔라”
이어 극단 <경험과 상상>의 ‘제주 4·3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주제의 공연이 펼쳐졌다. 제주 4·3의 생생한 증언이 극화돼 표현되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 소녀 분장을 한 배우가 “할아버지를 때리지 않으면 엄마를 죽이겠다고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때렸다”고 할 때는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유튜브 ‘진용호 TV’를 운영하는 진용호 목사는 윤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성토했다. 진 목사는 “우리 국민이 나라를 팔지 않았는데 어떻게 5년짜리 계약직 머슴이 무슨 권한으로 이 나라 이 민족을 팔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주인의 뜻을 어기고 배신했으니 윤석열은 일본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법으로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가 그렇게 좋으면 너희들끼리 따라 마시든지 그 속에서 수영을 하든지 하라”고 일갈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한국은행 앞 사거리 → 을지로입구역 → 을지로2가 사거리 → 종로2가 사거리 → 종각역 → 광화문사거리 순으로 행진한 뒤 집회 장소인 시청역에 돌아와 정리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퇴진이 국익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일본의 독도 침탈 묵인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양곡관리법 거부하는 윤석열을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음주 토요일인 15일 제35차 촛불대행진은 전국집중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된다. 평소와 달리 오후 3시 서울 혜화역에서 집결해 행진한 뒤 시청역에서 오후 5시에 본집회를 시작한다. 주최 측은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혜화역에서 모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