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명창 국악인들, “춘향영정 다시 그려야”
남원 춘향정신문화보존회, 1일 남원시의회에서 기자회견
“온 국민이 아니라는데 고집, 이해 못해”, 새로 제작 촉구
남원시가 새로 제작해 봉안한 춘향영정을 두고 국악계 명인명창들이 “다시 그려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남원 춘향정신문화보존회(회장 송화자)는 1일 오후 1시 남원시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철 작가가 그린 새 춘향그림은 절대 춘향이 아니다”며 “400여년 동안 우리 소리꾼들과 국악인들이 뼈를 깍는 아픔을 겪으며 만들어 내고 전수해 온 판소리 춘향가 속의 고귀한 춘향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그려 봉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지성자, 박선옥, 이영애 명인명창과 국악계 관계자 등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성명서에는 신영희, 최승희 등 수 십 명의 명인명창과 전·현직 국악계 교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국악인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춘향사당) 봉안식에서 춘향영정을 처음 본 사람들의 표정은 놀라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댕기머리 꽃다운 이팔청춘 16세 춘향이의 그네타는 모습을 보고 도련님이 한눈에 반했던 녹의홍상 처녀가 바로 춘향의 모습인데, 40∼50대 남장여인의 모습을 누가 춘향이라 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문화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화될 수도 있지만 춘향가 판소리는 이미 400여년 동안 창조와 변화, 검증을 거쳤으며 지금에 7∼8시간이 넘는 가장 길고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완성됐다”며 “춘향가는 이미 우리나라의 최고의 고전이자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일편단심, 정절, 신분타파, 불의항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대한민국과 세계속 한국의 여인상이 춘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춘향전 속) 이도령은 실존 인물임이 밝혀졌는데 춘향은 기록이 없어 가상의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소리꾼들은 춘향을 본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노래 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덧붙여 “누가 세상에 없는 인물에 사당을 짓고 영정을 그려 제사를 지내겠냐”고 반문했다.
국악인들은 “춘향영정을 그린 김현철 작가가 춘향전을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판소리 춘향가, 춘향 창극을 한번이라도 정식으로 듣고 본적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춘향이 주도적인 삶을 살았다고 40∼50대 남자 같은 여자모습, 절개를 상징한다고 16세 처녀에게 쪽을 찌우고, 18세기 의복을 복원한 그림이 모자만 씌우면 어우동이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악인들은 춘향영정 제작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제작된 영정이 과업지시서에도 맞지 않고, 영정추진위원단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3번을 보고 왔다지만 남원의 원로들과 국악인들의 검증 한번 없이 기습적으로 봉안식을 진행한 까닭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추진위원단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영정제작비(1억2,000만 원)의 산정 과정과 기부금 2,200만 원이 어떤 검증, 복원, 작업에 쓰였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악인들은 “현재 이구동성으로 많은 국민들과 남원시민들, 시의원들 모두 새로 그린 춘향이(모습) 아니라고 하는데 최경식 시장은 언제까지 김현철 작가의 영정을 고집하며 국민세금과 마음을 다해 기부한 사람들의 정성을 헌신짝처럼 버리려고 하는가”라며 “소리꾼들은 현재의 춘향 모습으로는 문화재 춘향가를 절대 부를 수 없다. 춘향사당이 김현철 작가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면 정중히 다시 그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지성자, 박선옥, 이영애 명인은 “새로 봉안된 춘향의 모습을 보고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파 참을 수가 없다” 며 “우리 모두는 전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영정이 다시 제작돼 봉안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신영희 명창은 전화통화를 통해 “늙은 춘향을 그려놓고, 온 국민이 (새로 그린 영정이) 다 춘향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남원시가) 고집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판소리 71년을 하며 남원을 오갔는데, 남원의 근간인 춘향을 그렇게 그려놓으면 어떻게 하냐. 다시 그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송화자 명창은 “국민정서상 이상한 그림이 나오니까 이전 김은호 화백 그림이 더 조명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림을 다시 그린다면 김현철 작가가 다시 그리도록 해야 하며, 영정은 앞으로도 수백년 수천년동안 세계 모든나라 사람들이 남원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찾아와 참배드릴 수 있는 춘향가의 고귀한 춘향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새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