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들
잘은 몰라도 프라이부르크 음대 안에 피아노가 100대는 있을 것 같습니다. 대연주홀에 있는 수억 원짜리 좋은 피아노부터 연습실에 있는 수백 혹은 수천만 원 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노엘이는 벌써 대연주홀 피아노부터 여러 연습실의 피아노들을 쳤습니다. 물론 교수님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강의실 스타인웨이 Steinway & Sons피아노는 늘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연습실을 예약할 때 노엘이가 좋아하는 연습실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러느냐 물으니 어떤 연습실은 피아노가 좋은데 어떤 곳의 피아노는 연습하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노엘이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얘길 하니 사실인 듯 합니다.
노엘이가 말하기를 어떤 피아노는 건반이 되게 무겁고 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조금만 치면 손이 아프다고 하는데 피아노도 치기 좋은 게 있고 힘든 게 있는가 봅니다. 원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잘못 만들어졌거나 관리를 잘 하지 못했거나 말입니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6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습니까.
부모님과 가족들, 친척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 선생님들, 그리고 교회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유럽과 필리핀과 터키와 그 외의 여러 나라 사람들까지.
좋은 피아노처럼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피아노처럼 나쁜 사람이 있었습니다. 좋은 피아노를 치고 싶은 것처럼 또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나쁜 피아노처럼 더 이상 만나고 싶거나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도 그 누군가에게는 손도 대기 싫은 나쁜 피아노 같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젠 지나 가버린 날들을 돌이킬 수 없겠지만 남은 날들 동안은 좋은 피아노가 되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쓰고 애쓸 수밖에요. 그래서 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천국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