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줄인상에 자영업자 부담 늘고, 유가-LNG값도 고공행진… 물가안정 비상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공공요금 억제” 강조한 까닭은…
러 유연탄 수급차질에 시멘트 품귀… 정부 “호주 등 수입처 다변화 계획”
전국 곳곳서 ‘시멘트 대란’ 4일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트럭들이 나란히 서 있다.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수급난에 따라 올해 2월 시멘트 가격은 t당 9만3000원으로 지난해 1월보다 24% 올랐다. 안양=뉴스1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4일 공공요금 억제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이달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올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준 연료비(kWh당 4.9원)와 기후환경요금(kWh당 2.0원)이 인상돼 총 6.9원 올랐다. 정부가 지난달 말 2분기(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면서 인상 폭을 줄였지만 기업들로선 전력비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기준 연료비와 별도로 연료비 가격 변동에 따라 분기마다 책정된다. 한전은 이미 올 10월 기준 연료비를 또 kWh당 4.9원 인상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제조업은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원가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산업보다 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2020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총 제조비용 대비 전력비 비중은 1.64%였다. 전체 산업(1.13%)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부담까지 추가로 안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음식점, 숙박업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영업용1)’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0.17원이 올랐다.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유 가격은 1일 배럴당 101.61달러로 전년에 비해 65%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LNG 가격도 1MMBtu(열량 단위)당 24.81달러로 1년 전보다 200% 급등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이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10∼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건설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시멘트는 사실상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멘트 생산량은 998만 t으로 같은 기간 수요인 1036만 t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연탄 수요의 75%가량을 담당하는 러시아산 유연탄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멘트의 주 연료인 유연탄 가격은 이달 1일 t당 242.61달러로 올해 1월의 2배가량으로 치솟았다.
건설현장에서는 시멘트 수급 불안에 따른 공사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다수 현장에서 비축분 없이 당일 생산분으로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선 업체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유연탄 수입처를 호주 등 대체 국가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세종=박희창 기자, 정서영 기자